방통위원회의 방송장악을 멈추기 위한 최선은 이병기, 이경자 위원의 용퇴이다.
오는 8월과 9월에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29명 전원이 교체된다. 이미 공영방송 이사의 역할은 방송독립의 위협이 낮을 때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정권이 적극적으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현 시점에서는 너무나 중요하다. 이런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또는 임명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 하지만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가 우선이다.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갖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를 위해서 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최시중 씨의 사퇴를 줄곧 촉구해 왔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씨는 무시와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구나 야당 추천에 의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입성한 이병기, 이경자 방송통신위원마저도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 5인 중 2인은 야당인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을 한다. 여당과 야당을 나누어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도록 법에 명시한 것은 방송과 통신 정책의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권의 방송·통신장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병기, 이경자 위원은 정권과 여당이 추천하고 임명한 방송통신위원들의 방송장악 기도를 폭로하지도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은 독립위원회가 아닌 대통령직속 합의제로 규정된 것, 그리고 대통령의 형님 친구인 최시중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해 첫 단추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하였다. 이어 최근 연이은 신태섭 전 KBS 이사의 불법해임 판결에서 드러나듯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장악을 위해 법까지 어겨가며 공작정치를 통해 KBS, YTN 등 주요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투하해 왔다.
또한 지난해 말 언론악법이 쟁점화 되기 이전부터 정권창출의 전리품으로서, 장기집권을 위한 수순으로서 방송을 재벌과 족벌·수구신문에게 넘겨주기 위해 사전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특히, 쏟아지는 비판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6일 방송법 시행령에서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채널에 진입 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렸다. 더구나 현재 언론악법이 국회에서 첨예하게 논란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시중 씨는 정책 쟁점의 하나인 종합편성채널을 올해 가을에 도입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며 언론악법 국회통과 강행을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장악 기도에 대해 이병기, 이경자 두 위원은 견제는커녕 적극적으로 폭로하지도 않았다. 정연주 전 KBS사장의 해임 과정에서 위법함이 있었는데도 이를 묵인하거나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매우 소극적 태도를 보일뿐이었다. 두 위원은 방송통위원회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 부당하게 ‘회의운영 규칙’을 만들어 주요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을 때도 침묵했으며, IPTV법 시행령 제정 당시에도 대기업의 보도·종합편성채널 진출이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고려 없이 대기업 기준의 상향에 동의했다. 방송법 시행령에서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채널에 대기업 진입규제 완화를 결정할 때 이병기 위원은 “타임워너 같은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의 출현이 필요하다”면서 “6조, 8조” 오락가락 발언을 하며 결과적으로 옹호했다. 방송 독립성·공공성 수호의 ‘최첨병’ 소임을 부여받은 방송통신위원으로서 존재를 망각한 행위이다. 심지어 방송·통신정책의 최대 권력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숨어서 개인의 안위와 영달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최근 최시중 씨를 비롯한 방송통신위원들에 대한 사퇴 촉구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 추천 몫의 이병기, 이경자 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마저도 시민사회로부터 나오는 것은 전 사회적으로 민주주의 후퇴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한나라당은 언론악법 강행 통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든 공영방송 이사를 권력의 꼭두각시 낙하산 투하로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방송장악이 완성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너무나 중대하고 급박한 사안이기 때문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라는 구호만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야당 추천 몫의 두 방송통신위원 사퇴’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병기, 이경자 방송통신위원은 방송통신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두 방송 위원에게 ‘사퇴’가 아닌 ‘용퇴’의 길을 호소한다. 방송의 공공성이 풍전등화에 있는 지금 두 방송위원의 임무는 지난 모든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이병기, 이경자 위원의 용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파열구를 낼 것이다. 두 위원의 용퇴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장악 행위가 세상에 분명히 폭로될 것이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호소한다. 이병기, 이경자 방송통신위원은 여전히 방송 독립성·공공성 수호의 ‘최첨병’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용퇴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우리는 두 위원의 선택의 길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09년 7월 9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