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사회가 4자협의체(인천, 서울, 경기, 환경부)가 협의한 수도권매립지의 연장안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러한 의견이 지역사회 내에서 중론화됐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향후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6일 인천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수도권매립지 대책마련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단체와 서구 주민들은 물론 시와 구청 관계자 등 공직자들도 참여한 가운데 매립지 연장안에 대한 여러 담론들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연장안에 대한 시의 재협상 테이블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토론회 발표는 이상범 시 환경녹지국장부터 시작됐다. 이 국장은 “협의 단계에서 연장을 원하는 서울시 및 경기도와 대체 매립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우리 시의 입장이 팽팽했다”고 전한 뒤, “특히 매립면허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행정소송까지 가겠다는 뜻도 밝혔었는데 이 경우 인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등의 여러 어려움이 있어, 시민 반발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3매립지에 ‘조건부’로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진행했던 것”이라 배경을 밝혔다.
이 국장은 “시민단체들로부터 무기한 연장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3매립지의 조건부 연장은 현실화가 맞지만, 우리 시는 4매립지는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기본 협상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개 시/도가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을 구성해 이후 대책을 마련하고 매립 면허권의 이양 작업 및 반입수수료 가산 및 지원, 매립지 존치에 대한 주변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 등을 추진해야 하는 등의 향후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 국장은 “유정복 시장이나 공직자들 입장에서 보면 매립지의 종료 공약을 명분으로 연장 거부 선언을 하는 것이 차라리 편안한 선택일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공세에 곤란함도 있어 협의 과정을 소상이 말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있었고 이 때문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시민들께서 다소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다른 토론자들에 의해 곧 반론이 제기됐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과 교수는 “4자협의체의 연장안에서 가장 무서운 내용은 이 연장안이 3,4 매립지 사용에 대한 기간을 명시해 놓지 않고 있는데다 ‘잔여부지에 대한 면허권 사용 종료 후 일괄 양도’라는 적시 조항 역시 기간이 없는 점”이라 지적했다. 이어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내용으로 힘없는 협의를 한 인천시는 앞으로도 서울시 등에 계속 끌려가는 협상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며 이는 이 연장안에 대한 숨은 함정”이라 강조했다.
류 교수는 “유 시장은 바람직한 협상 방법을 인지하지 못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이익 역시 포기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재협상뿐이며 독한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사진 가운데)가 매립지 사용 연장안의 협의 내용 중 구체적인 기간 미적시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참여예산네트워크’ 역시 비슷한 입장을 전하면서, 매립지 연장을 조건으로 인천시로 이관되는 매립지 관리공사가 시에 재정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참여예산네트워크의 박준복 운영위원장은 “유 시장이 매립지가 연장되고 공사가 시로 이관되면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음에 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매립지공사는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이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박 소장의 발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반입수수료와 3개 지자체로부터 오는 분담금 및 적립금, 에너지 시설과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형태인데, 반입수수료의 2009년 원가 산정 연구 용역 결과를 보니 톤당 3만 2,000원 수준으로 현재 2만 원 수준의 반입수수료는 2/3 수준으로 최근 3년 간 평균 842억 원으로 총 2,500억원 대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
박 위원장은 “공사의 현 자산 총액이 8,133억 원이며 이중 침출수와 매립가스 등을 처리해야 하는 사후 관리 적립금 등 부채성 자산이 대부분으로 시 재정으로 사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지의 법정 사후관리 기간 동안 기금 역시 턱없이 부족해 향후 큰 예산을 필요로 하는 안정화 작업이 필요한 1,2매립지의 사후관리뿐만 아니라 3-1공구의 운영비용 등을 생각했을 때 이것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매립지공사가 시의 재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는 유 시장의 주장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송영길 전 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하기도 했던 김교흥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서/강화갑 지역위원장은 “유 시장의 4자협의체 협상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전하며 “전임 시장 시절 5곳의 대체매립지 선정 작업이 있었는데 유 시장은 이를 발표만 해놓고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토론회도 밀실에서 하는 등 누가 봐도 납득이 어려운 진행 과정을 보여줬던 것을 보면, 유 시장이 이미 매립지 연장을 전제하고 선제적 조치를 언급하며 협상한 거라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인천시가 매립 연장으로 1조 8천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쓰레기가 묻히는 땅에 경제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실로 넌센스”라며 “이 땅들은 안정화 작업을 통해 침출수나 매립 가스 등을 모두 해결하고 이후 용도변경을 통해 가치를 매겨야 하는 것으로 현재로서는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라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느 신문에서는 신의 한 수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어떤 공무원은 어느 시장도 못한 걸 유 시장이 해냈다는 표현까지 하던데 심히 유감스럽다”며 “한편으로는 송 전 시장 시절 이를 마무리했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해 나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자책의 메시지를 일부 섞어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인천시가 별도의 소각 시설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직매립해서 얻는 반입료를 받아서 재정 문제 등을 해결해 보겠다는 심산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 시장이 인천시민들을 바보 취급하지 않았다면 그런 소문도 없었을 것”이라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현장의 좌석을 추가 배치해야 했을 정도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정부의 쓰레기 처리 정책에 대해 정부 스스로가 책임있는 행정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의 쓰레기 정책이라는 것은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기본적으로 감당하고 지자체의 협조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피하고 이를 인천시에 떠넘기는 것과 같은 진행 상황을 보면 정부가 쓰레기 정책의 개념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 비판했다. 그는 “이 매립지 문제를 일각에서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게 유도하는데 실로 유감”이라며 “매립지 문제는 정치가 아닌 우리 인천시민들의 편익 문제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매립지 문제는 유 시장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아아 하며 이를 위해 민-관 전문가로 이루어진 협력 테이블을 구성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주민 간담회 및 4자협의체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 등을 진행해 재협상의 근거로 잡아야 한다”면서 “시가 협상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민들과 갈등 구도를 낳고 있는데 방향부터 잘못된 것으로, 갈등의 구도를 만들 것이라면 시민들과 만들 게 아니라 환경부 등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주민으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2016년 종료 서구주민 대책위원회’의 송순용 상임위원장은 2매립지의 종료와 함께 이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2매립장이 3~4년 정도 더 사용 가능하다 분석되고 있는데 이 기간에 수도권 지자체의 대체 매립지 확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며 “2매립장의 사용 종료를 목표로 최대 활용할 수 있는 유예 기간 정도만 두는 한도 내에서 재협상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더불어 매립지의 주변 피해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지원과 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환경권의 규제 강화 및 쓰레기 정책의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민 논의기구 구성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이상범 시 환경녹지국장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매립 종료를 원칙으로 했던 인천시와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대체 매립지 조성에 대한 뜻을 확정해야 하는데, 면허권을 가진 서울시가 이를 반대하며 행정소송 등을 빌미로 옥죄는 형국이 당시의 상황이었다”고 전하면서 “당시의 인천시로서는 행정심판에 돌입하면 현실적으로 승소가 힘들어 패소 시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을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국장은 “우리 시는 3-1공구의 사용이 끝나기 전에 정책 결정 방향을 정해놓고 서울시와 싸워 이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연장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사실 우리 시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립지 공사의 시 이관 건에 대해서는 “사실 그간의 매립지 공사는 이익을 낼 이유가 없었고 그 때문에 이익을 낼 생각도 안했던 것이지만, 공사가 우리 시로 이관되면 사정이 달라져 결국 우리 시와 뜻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말했다. 이 국장은 “그간 공사가 국가공기업이다 보니 지방정부인 우리 뜻에 따르지 않았던 측면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할 수밖에 없고 그건 분명한 장점으로 인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이에 류권홍 교수는 “일본 같은 나라의 경우 동네마다 소각장을 두는 등 자신들의 구역에서 나온 쓰레기는 스스로 처리하는 일종의 ‘환경 정의’ 차원의 정책을 지향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들 역시 이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협상 과정에서 너무 빨리 꼬리를 내린 감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며 공직자들이 이를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 중 일부가 이 국장의 의견 개진 때 격렬한 반대의 뜻을 나타내며 토론회 진행을 막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토론회’라는 것이 찬/반 의견이 다양히 나올 수 있으며 각각의 의견이 경청되어야 함을 전제했을 때, 주최 측의 미흡한 대비와 진행은 다소 아쉬운 점을 낳았다. 유 시장을 비롯해 이학재 국회의원과 강범석 서구청장 등 고위 인사들이 불참한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