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안
전면 재검토하라!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안이 결국 국회로 넘겨졌다. 한 기관의 예산안은 국가 재정의 전반적인 운용방향에 따라 증액예산과 긴축예산으로 대변되는 기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울러 팬데믹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한 ‘영화발전기금’은 ‘기금’이라는 특성상 여러 변수에 취약하다. 이와 같은 내용을 모르는 영화인들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안은 다양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시대적 역행 · 영화 생태계 붕괴 예산안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을 2023년 대비 5억 상승한 734억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책정된 영화발전기금의 규모는 464억으로, 734억 중 일반회계예산 270억 원은 ‘투자·출자’ 부분으로 포함됐다.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취지와 자금 고갈 방지를 위해서는 일반회계예산을 ‘경상비보조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굳이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책정된 2024년 영화발전기금 464억 중, 영화진흥위원회 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 예산은 약 360억 원 수준이다. 2023년 투자·출자액 규모가 80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190억 원이 삭감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30%의 예산 삭감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1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독립영화제작지원’은 40% 이상 삭감되었으며 ‘국내·국제영화제 지원’ 또한 전년 대비 50% 이상 삭감,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마련’ 사업은 100% 삭감되었다. 이 외, ‘시나리오 공모전 지원’, ‘전용관운영 지원’, ‘독립예술영화 개봉 지원’, ‘해외 진출 지원’, ‘영화정책지원’, ‘한국영화아카데미 운영’ 등, 전 분야 지원 사업 모두 최소 약 17%에서 최대 약 60% 이상 삭감되었고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은 콘텐츠진흥원으로 이관되며 100% 삭감되었다. 현장 영화인들의 성명서 발표와 연대 서명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이다.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모든 사업 축소를 기정사실화 한 예산이며 그 과정에서 영화인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고 결과만 통보했다. 이는 모든 영화인을 무시하는 예산이며 결국 영화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키는 예산안이다.
소통의 부재 · 정책의 부재
차기 연도 예산 설정에 있어 매년 5월 31일과 8월 31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년 5월 31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차기 연도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며 기획재정부는 기관들과 협의 검토를 통해 매년 8월 31일까지 안을 확정하고 국회로 제출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사업의 유지·변경·폐지·신설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면 적어도 영화진흥위원회의 소위원회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진흥위원회는 5월 31일 이전까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영화인도 모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깜깜이’ 예산안의 출발이다.
역대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은 선임 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빠짐없이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박보균 장관은 역대 장관 최초로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영화계 협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6월 15일 「영화진흥위원회, 도덕적 해이 심각 방만·부실 운영으로 국민 혈세 낭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의 20%대 집행률’, ‘블랙리스트 특위의 연장 운영’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은 이미 국정감사와 내부 점검을 통해 개선안이 실행되고 있었다. 특히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은 당해연도 실집행률을 따지기 무색한 사업으로, 약정에서 명시하듯 최대 18개월 동안 수행 가능하며 실제 집행률은 93% 이상이다.
8월 31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차기 연도 사업과 예산에 관련하여 영화인들과 정책적 토론 및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깜깜이’ 예산의 귀결이다.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영화진흥위원회에 물을 수밖에 없다. ‘734억’을 확보했다는 자화자찬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팬데믹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한국 영화계를 위한 영화정책은 과연 존재하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안의 피해는 모든 과정에서 배제된 영화인들이 떠안을 상황에 놓였다. 이에 우리는 이미 국회로 넘어간 예산안에 대해 허탈함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문화 민주주의’ 자체가 파괴된, 시대를 역행한 문화행정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안 전면 재검토하라!
2023년 9월 26일
(사)한국독립영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