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의 인위적 위험 요소들…기후 변화 심해
소승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중 하나는 계곡에 있는 전나무 숲이다. 족히 몇 아름은 되는 전나무들 사이로 소승폭포는 작게만 보인다. 올해는 몇몇 나무들이 풍수해를 입었는지 뿌리째 쓰러져 있어 혹여 아름다운 전나무 숲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처럼 눈 없는 설악산은 처음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시령 길 가드레일 위로 눈이 있곤 했는데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 되어버렸다. 해를 더할수록 기상 변화가 심해지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빙벽 인구가 급증했다. 사람들이 많은 대상지에서 등반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위적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등반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용기인지 만용인지 모를 확보물 거리, 선등자 바로 밑으로 바짝 쫓아가고, 쏟아지는 낙빙 속으로 돌진한다. 또한 미숙한 확보와 하강 등으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등반을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잘 올라간다는 얘기가 아니다. 등반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행위다.
모든 등반은 위험하다. 그리고 빙벽등반은 더 위험하다. 잘 알고 있듯이 얼음은 바위보다 약하다. 빙질이 좋다 해도 암벽 확보물보다 대부분 강도가 떨어진다. 스크류가 파손되기 이전에 얼음이 파손된다. 확보물 설치의 번거로움으로 암벽보다 멀게 설치한다. 피치당 등반 길이가 길어 추락 시 로프 신장률에 의한 추락거리가 길어진다. 예를 들어 토왕성 상단을 한 피치로 끊는다고 하자 100미터를 등반한 지점에서 추락하게 된다면 확보물의 거리와 상관없이 로프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더 떨어지게 된다. 후등자도 마찬가지다. 톱로핑 시 로프 늘어나는 길이를 계산해서 출발지점에서 일정 거리까지는 팽팽하게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