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67>
“부종 · 배뇨곤란 · 안압상승” - 질경이(車前子·車前草)
수분이 세포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차고 머물면서 붓는 증상을 부종(수종)이라 한다. 체액을 여과하여 배설하는 신장의 이상에서 오는 부종, 순환장애의 병변에서 오는 심장성 부종, 간병으로 문맥의 압이 커졌을 때 나타나는 간성 부종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 인체의 수액대사에 관여하는 주 장부는 폐·비·신·삼초이지만 실은 오장육부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람의 장기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폐는, 인체의 수액대사와 배설을 촉진하여 대사평형을 유지하는 통조수도(通調水道) 기능이 있다. 수곡의 운화과정을 마친 비장의 맑은 진액을 끌어올려 전신에 산포(淸肅下降)하고 탁액은 신장과 방광으로 흘려보낸다.
간의 승발소설(昇發蔬泄) 기능은, 전신의 기가 머물거나 뭉치지 않게 상승하고 발산하며 소통하고 배설하는 생리기능이다. 위가 음식물을 소장으로 내리고 비가 흡수한 수곡의 정기를 폐로 올려 보내는 운동도 간의 승발소설기능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간과 신은 상생적 모자관계로 신은 간을 자양하고 간은 신을 온양한다. 간이 신수의 자양을 받지 못하면 간기가 화로 변하여 위로 두통, 안구충혈, 이명, 구고 증상을 일으킨다. 불의 기운을 가진 심장은 물의 기운을 가진 신장과 합하여 서로 건너고(水火相濟) 오르내리면서(水升火降) 생명활동을 이끌어준다. 삼초(심폐의 상초, 소화계의 중초, 비뇨생식계의 하초를 통괄하는 무형의 장기) 역시 결독지관(決瀆之官)으로 삼초기화의 근원인 화기(火氣)를 제공하여 물길(瀆)을 트이게(決)한다. 그러므로 어떤 장기에 문제가 발생해도 순환이 순조롭지 못하여 부종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수액대사의 마지막 관문인 신장의 기능장애로 유정 양위 불임 부종 배뇨곤란 설사 임증 융폐 빈뇨 다뇨 혈뇨 유뇨 요탁 요삽 요통 요석 등의 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증(實症)의 부종과 배뇨곤란의 치료는 먼저 신장과 방광에 쌓인 습열을 내리고 기혈의 흐름을 원활히 하며 점조한 체액이 형성한 담·염증·어혈을 제거하여 몸 안에 정체되어 있는 수습(水濕)이 소변으로 흘러 나가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방제는, 차전자 복령 택사 창출 목통 각 3, 의이인 등심초 각 2, 황금 치자 감초 각 1로 조성한다. 아울러 안구충혈, 누액과다, 안압상승이 있을 경우 차전자를 증량하고 감국과 목적을 각 2 더하며, 결석이 있으면 금전초 석위 각 2, 배가 더부룩하면 후박 1, 어혈에는 익모초 1을 추가한다. 차전자 복령 택사는 각각 상초 중초 하초에 쌓인 습을 통리하며, 복령과 택사는 소변불리 부종 설사 대하를 다스리는데 택사는 비장의 적습도 제거한다. 창출이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비장의 마름과 젖음을 조절하여 대사를 촉진하며, 목통은 심 폐 소장 방광경으로 들어가 심화를 맑히고 염증을 없애며 이뇨하여 울혈성부종을 억제한다. 의이인은 전통적으로 여성 내분비계 조절 약물로 알려져 있는데, 항염증작용과 함께 신경억제작용이 있어 습사(濕邪)가 기혈의 흐름을 가로막아 발생하는 근육과 관절의 저림증을 억제한다(임신부는 금함). 등심초는 주로 심폐의 화를 내려 열림(熱痳)과 부종을 치료한다. 황금은 각종 습열 병증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특히 장부의 화와 혈열을 맑힘으로써 육혈 요혈 변혈 붕루를 다스리고, 치자는 폐 심 위 간 신 방광경으로 들어가 기분(氣分)의 실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삼초의 습열을 푼다. 전체적으로 찬 성질의 구성이므로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 소량의 감초를 배합하였다.
차전자는 질경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질경이의 씨를 건조한 것이다. 잎줄기에 실 같은 질긴 잎맥이 있고 길(질)바닥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따라 질경이라 불렀는데, 한자이름 차전초도 가축이나 우마차가 늘 지나다니는 길가 식물임을 강조하였다. 차전자는 표면에 점액질이 많아 물에 담그면 곧 우무처럼 변하므로 탕재로 쓸 땐 거즈에 싸서 달인다. 간신을 보하는 용도라면 쪄서 말리거나 약한 불에 볶아 쓴다. 차전자는 맛이 달고 성질은 차며, 폐·간·신·소장·방광경으로 들어가 이수통림(利水通淋, 하초에 습열이 몰려서 생긴 임증을 다스림), 청간명목(淸肝明目, 간을 맑혀 안질을 치료함), 청폐화담(淸肺化痰, 폐열을 맑혀 담을 삭임) 그리고 삼습지사(渗濕止瀉, 습기를 소변으로 배출하여 설사를 그치게 함)으로 요약된다.
차전자는 이뇨작용과 항염증작용이 있어 신우신염, 방광염, 요도염 치료에 다용하는데, 습열이 하초에 몰려 설사를 겸할 때에 더욱 좋은 것은 차전자가 소장을 도와 청탁구분(泌別淸濁)을 잘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는 차전자를 요로감염 및 결석, 신장염으로 인한 수종, 결막염, 기관지염, 고혈압 등의 병증에 사용한다. 현대약리연구에서 차전자는 위액분비조절작용, 항궤양작용, 항종양작용, 배석(排石)작용이 있으며 안압강하작용, 혈당강하작용이 확인되었다. 한편 차전초는 항알러지 및 진통작용, 항균작용, 항에이즈작용, 항산화작용 등이 보고되어 있으며, 항우울 동물실험의 무기력증 모델에서도 차전초 추출물이 매우 낮은 용량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차전자와 차전초의 효능은 기본적으로 같다. 다만 이뇨작용은 차전자가 강하고, 코피, 토혈, 하혈, 혈뇨, 혈림에선 차전초가 효과적이다. 그리 심하지 않은 부종, 오줌을 누려고 하나 잘 나오지 않는 임증 그리고 안압상승·안구충혈·내장 등의 안질은 차전자 하나로도 좋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온포기
꽃이삭
잎줄기
뿌리
열매
차전초
차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