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초혼제 招魂祭
강 맹우는 산동성에서 둔기교위 屯騎校尉직을 담당하고 있다.
교위란 황제의 친위부대 즉, 특수부대를 관할하는 주요 직책이다. 군 軍의 노른자위라 볼 수 있다.
교위는 산동성이란 자치구의 특별한 지역과 투후란 특수 직위가 묘하게 결합해 황궁 외에는 유일하게 이곳 산동성에만 있는 직위다.
따라서 산동성의 교위직이라면 그 위상이 다른 성 省에 비해 우월한 직책이다.
둔기교위가 관할하는 소속 병사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적미군과 녹림군 등의 반군이 위세를 떨치자, 군내 軍內의 영 領이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진다.
군 내부에서도 황실 지지파와 반군 편을 드는 무리로 나뉘어 있다.
지지 세력도 반반이다.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신 新의 황실에 대한 믿음이 큰 편이다.
적미군의 봉기 점화 點火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흐름이다.
아마도 투후의 추종 세력과 동이족들이 웅거해있던 지역이라 그런 모양이다.
동이족의 슝노 출신이나 부여인들은 별 움직임이 없는데 반해 지난, 여름부터 병사들 중, 하화족 병사들의 동태 動態가 부산스러워진다.
훈련 시간이나 근무 시에는 별 탈이 없는데, 식사 때나 휴식 시간이 되면 양편으로 갈라져 서로 간에 언성을 높이거나 때로는 욕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초가을 무렵에는 급기야 몸싸움까지 일으켜 서너 명이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지나족과 동이족 간에 패싸움이 크게 벌어질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배층에 대한 피지배층의 불만이 군 내부에서도 표출 表出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둔기교위 강맹우는 군 병사들을 출신별로 분리하였다.
1군과 2군은 지나족 병사들로 재구성하고, 3군과 4군은 동이족 병사들로 구분한 후, 근무 시간을 주 야간으로 나누어 운용했다.
그러자 다투던 상대가 우선 눈앞에 보이지 않자 표면적으로는 조용해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 되었다.
1, 2군이 3, 4군에 비하여 대우가 열악하다는 유언비어 流言蜚語들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초소 哨所에 근무하며 동일한 식단 食單과 양으로 배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 2군이 3, 4군에 비해 처우 處遇가 부당하다는 소문이다.
식단이 틀리고 음식량이 적다. 음식 맛이 뒤떨어진다. 잠자리가 불편하다. 훈련 시간이 더 길고 야간근무가 더 많아졌다는 등의 유언비어들이 무성하다.
그래서 궁여지책 窮餘之策으로 배식 담당자들을 서로 교체하기도 하고, 지휘관과 담당 조장들과 훈련 강도와 보초 시간에 대하여 의견을 듣고 개선하기도 하였으나, 소문은 더 나쁜 쪽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이제는 지휘관과 담당 조장들까지 모두 동이족 편이라고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군의 영이 서질 않고 기강이 무너진다.
군의 통솔 統率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군이 통솔력을 잃어버리면 군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다.
* 정보망
이러한 판국에 황궁에서는 반란군들이 신 新 황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 擁立하였다.
물론 아직은 태항산맥 반대편 서쪽의 멀고 먼, 장안성에서 일어난 사건이니까 산동성의 사람들은 모른다.
장안성의 소문이 여기까지 전해지려면 아무리 빨라도 칠 주야 七 晝夜는 걸릴 것이다.
또한, 소문이란 것은 확대되기도 하고 축소, 왜곡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확한 경위 涇渭와 사건의 전말 顚末을 명확히 파악 把握하려면, 보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는 먼 거리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당일이나 그다음 날, 즉시 파악하는 소수 少數의 사람들이 있다.
전서구 傳書鳩를 이용하는 몇몇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이는 엄청난 정보 情報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남들보다 먼저, 그것도 한참 앞서 칠주야 이상, 먼저 습득한 정보.
말 그대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정보다.
김당 투후의 재종 再從 동생인 산동대군 山東大君으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받은 둔기교위 강맹우는 해천을 데리고 급히 말을 몰아, 산동성 제남의 투후부로 들어간다.
경비병들이 직속 상관인 강맹우를 보고 절도있게 힘차게 인사한다.
그러면서 산동대군의 직명 直命이라며
“대동인 帶同人은 부내 府內로 들이지 말고, 강교위 만 홀로 들어가라” 한다.
강맹우는 해천 등 수하들을 투후부 앞에 기다리게 하고, 단신 單身으로 부 府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런데 투후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용하면서도 어수선한 느낌이다.
뭔가 숨기려고 한다는 느낌이 와닿는다.
강맹우는 이상스러움을 느끼며 관아의 뒤쪽을 돌아 들어간다.
뒤뜰의 안채에서는 제 祭를 지낼 준비로 부산스럽다.
그런데 주위에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진행하고 있는 분위기다.
초혼제를 지내려고 이것저것 준비 중이었다.
초혼제 招魂祭란
금방,
죽은 혼이 정신없이 구천 九泉을 떠돌 수 있으니, 다른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혼의 길잡이 의식이다.
혼을 초청하여 혼령을 위로한다고 하여 초혼제라 한다.
본시 잘 보이는 지붕 위에서, 죽은 자의 체취 體臭가 묻은 옷가지를 흔들며 혼을 부르는 것인데,
웬일인지 지붕 위 의식은 대청 위로 변경되어 진행 중이었다.
‘누가 죽었나?’ 생각하다 말고 산동대군이 소복 素服 입힌 어린 꼬마를 옆에 두고,
제주 祭主의 차림새로 제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황제의 초혼제임을 짐작한다.
강맹우는 황제가 유명 幽冥을 달리했다는 것을 직감 直感 한다.
어린 꼬마는 아마도 황실의 후예임을 임의로 가늠 추정 推定해 본다.
황제가 붕어 崩御하면 황궁의 모든 사람이 모여 성대히 제를 올릴 텐데,
반역도들에게 살해당하고 나라가 망하니 이렇게 몰래 간소하게 초혼제를 지낸다.
주위에 황실의 몰락을 알릴 필요가 없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모르도록 비밀리에 진행해야만 한다.
강맹우는 혼자만 투후부내로 들어오라는 이유를 그제야 깨닫는다.
강맹우도 멀찍이 떨어져 초혼제를 못 본 체한다.
잠시 후,
초혼제를 마친 산동대군이 강맹우를 보더니 “별채로 가자”한다.
별채에는 박달 거세와 십칠 선생이 상세한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산동대군과 강맹우를 맞는다.
“교위 강맹우, 대군을 뵈옵니다.”
“강교위 어서 오게”
“네”
산동대군이 강맹우에게 묻는다.
“박달 대군의 부인과 아드님은 무탈하시지?”
“네, 내일 같이 오려고 하였으나, 서신을 받고 제가 먼저 오게 되었습니다. 내일 정오 무렵, 박달 대군의 부인과 영식 令息도 도착할 겁니다”
박달거세도 밖으로 나오며 “강교위 수고 많았네” 인사를 한다.
“아닙니다, 함께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닐세, 모든 일은 공사 公私가 분명해야 하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자 그럼 올라와 차나 한잔하시게나”
네 명이 모여 구수회의 鳩首會議를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모습이, ‘비둘기 무리가 한 곳에 모여 먹이를 쪼아 먹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구수 鳩首 회의라 한다.
一. 이주 일자와 인원 관리는 박달 거세가 주도한다.
一. 선박에 대한 관리는 박달 거세가 이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책임진다.
一. 임시 처소 배정과 관리 문제는 십칠 선생이 전적으로 관할한다.
一. 강맹우는 선박들이 정박할 수 있는 해안선과 육로주변을 점거 통제한다.
一. 치안은 부여족과 슝노족의 대표자를 각 3명씩 선발하여 산동 대군이 지휘한다.
一. 이주 기간의 식량은 각자 수급이 원칙이나 부족분은 산동 대군이 조달한다.
이외에 사고나 다른 불상사가 발생할 시, 지금의 네 명이 숙의하여 처리한다.
등으로 각자의 소임 및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위의 사항처럼 글로 적으면 간단명료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사정은 예측불허 豫測不許의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非一非再하다.
더구나 남녀노소가 뒤섞인 채, 수만 명이 수개월에서 1년 가량을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당장 내일부터가 문제다.
슝노 출신 중에도 북방에서 근래에 온 슝노족은 이동이 생활화되어있는 유목민 체질이라 숙식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래전에 합류한 슝노족과 부여인들의 숙식이 난감하다.
부여인들도 단군조선 시대에는 반농반목 半農半牧의 생활이었고 특히, 서쪽 방면의 부여인들은 유목 생활을 주로 해왔으나, 유목민의 1, 2세대가 지나자, 어느 시기부터는 농경 생활에 길들어져 있는 정주인 定住人의 모습을 보인다.
한 고조, 유방을 보급대와 분리시켜, 백등산에서 철통같이 포위하고, 칠 주야를 기세등등 氣勢騰騰하게 중원에 위세를 떨치던 조상들의 용맹성이 많이 사그라진 모양새다.
- 27. 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