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러시아 천하'였다.
러시아의 안나 셰르바코바는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마지막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쿼트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쇼트프로그램 1위 성적을 바탕으로 총점 233.17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돌아온 황후'로 불리는 노장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220.46점), 3위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217.20점)에게 돌아갔다. 러시아 여자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싱글부문 1, 2, 3위를 싹쓸이한 것. '피겨 강국' 러시아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상대 전부를 점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나 셰르바코바, 스톡홀름 피겨세계선수권 대회서 우승/얀덱스 캡처
시상대에 오른 러시아 피겨 스타들/사진출처:러시아 방송 영상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승한 안나 셰르바코바는 처음부터 쿼트러플(4회전) 플립을 시도하다 넘어지는 등 이날 프리스케이팅 경연을 어렵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수행했고, 더블 액셀에 이어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 + 트리플 살코 컴비네이션 점프도 아름답게 끝냈다. 그녀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52.17점으로 2위. 그러나 쇼트프로그램 81.00점을 합쳐 총점 233.17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툭타미셰바는 프리스케이팅 141.60점을 받아 총점 220.46점으로 '일본의 간판' 키히라 리카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키히라 리카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9.08점으로 2위를 차지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 등으로 7위로 떨어져 시상대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시상식서 밝게 웃는 셰르바코바/방송영상 캡처
우승 순간 놀라움과 기쁨의 표정/사진출처:인스타그램
주목을 끈 선수는 역시 트루소바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주어진 과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12위로 추락했던 그녀는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이라는 '쿼트러플 점프'를 몇차례 성공시켜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1위로 끌어올렸다. 152.38점을 받아 총점 217.20점으로 가까스로 시상대에 올라 '러시아 피겨 3인방'이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프리스케이팅이 시작되기 전, 쿼드러플 점프를 5차례 시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빙판장을 술렁거리게 했다. 지금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쿼드러플 점프 시도 기록은 4번. 그녀는 이날 쿼트러플 점프 5번의 시도중 2번 실패하는 바람에 점수차를 크게 벌리는데 실패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대표팀 자격이 아닌 러시아 빙상경기연맹 소속으로 출전했다. 세계반도핑기구의 징계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도핑 샘플 조작혐의로 오는 2022년까지 주요 국제 대회 참가를 금지당하는 징계를 확정받은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여자 피겨 차세대 간판 이해인(세화여고)과 김예림(수리고)은 이번 대회에서 각각 10위와 11위를 기록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쿼터 2장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