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액션 영화로서 007시리즈와 쌍벽을 이룰만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은 개봉 때마다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화제가 되곤 한다.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대역도 없이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 등도 볼만하겠지만, 필자가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대목은 또 있다.
이 시리즈 영화의 오프닝은 항상 주인공이 극비의 임무를 전달 받은 후 그 지령을 담았던 음성매체를 자동으로 소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음성 또는 영상매체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 시리즈물이 영화로 처음 나온 것은 1990년대 중반이지만, 원작이었던 TV 드라마는 1966년부터 미국 CBS에서 방영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제5전선’이라는 번안제목으로 KBS에서 상영되었는데, 필자 역시 어릴 적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TV에서도 마찬가지로 매회 극비의 지령을 경고와 함께 전달 받고 그 매체를 소각시키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TV 오프닝에서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장면과 함께 나왔던, 긴장감이 넘치는 유명한 주제음악은 50여년이 지난 요즈음 영화에 나오는 것과 동일하다.
오랫동안 음성매체로 사용된 카세트테이프 ⓒ Free photo
지령을 전달하는 음성 또는 영상매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미션 임파서블의 오프닝 장면을 통해서 미디어 기술의 발전사를 조명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가 있을 듯하다.
TV 시리즈가 시작된 1960년대 중반에는 해당 미디어가 부피가 상당히 큰 오픈 릴형 음성 녹음테이프였고, 이후 보다 크기가 작은 카세트테이프로 바뀌었다.
TV 리메이크 작이 나온 1988년 이후에는 콤팩트디스크(CD)가 등장했고, 2000년대 이후 영화에서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MP3 플레이어나 새로운 방식의 매체가 선보이기도 했다.
3년 전 개봉됐던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2015)에서는 고전적인 레코드판이 등장했지만 단순한 LP(Long Playing) 레코드가 아니라 홀로그램 영상을 담은 첨단의 매체였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Mission: Impossible – Fallout, 2018)’에서는 테이프식 휴대형 비디오 매체인 듯하다.
미션 임파서블 TV 원작에서 처음 등장했던 테이프식 음성매체는 자기감응(磁氣感應)의 원리를 이용해 음성을 녹음하거나 재생하는 방식이다.
즉 테이프 표면에 입혀진 미세한 철편에 음성 전류에 대응하는 자기장을 가해 자화시킴으로써 소리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재생할 경우에는 역으로 자기테이프에 기록된 대로 자기장을 변화시켜 감응전류(感應電流)를 흐르게 한 후 이를 소리로 바꾼다.
음성 녹음 테이프형 리코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오픈 릴형 테이프 리코더는 릴에 감긴 너비 6.25mm의 테이프를 사용하며, 카세트 테이프 리코더는 폭이 3.81mm의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한다.
미션 임파서블 TV원작 드라마에서 최초의 지령 전달 매체로 등장했던 오픈릴형 테이프리코더 ⓒ Free photo
그 중 카세트 테이프형 리코더는 가볍고 취급이 용이하며 규격화, 호환성 등의 여러 장점이 있어서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어 왔다.
특히 1979년부터 일본의 소니(SONY)사에서 제조해 선보인 휴대용 오디오재생기 워크맨(Walkman)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로 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음악이나 방송을 듣듯이, 198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워크맨을 끼고 다니면서 노래를 듣거나 어학공부를 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워크맨은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바꾼 혁신적인 가전제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휴대용 오디오기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다만 카세트 테이프형 오디오 매체는 큰 단점이 하나 있다. 세월이 오래 경과하면 테이프가 늘어지거나, 열이나 습기 등에 취약해 변형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매체가 바로 콤팩트디스크(Compact Disc; CD)이다. 네덜란드의 필립스(Philips)와 일본의 소니(SONY)에 의해 개발됐다.
내구성이 좋은 디지털 매체인 콤팩트디스크. ⓒ Free photo
콤팩트디스크는 이름 그대로 기존의 디스크식 매체였던 LP레코드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아져서 콤팩트해졌을 뿐 아니라, 내구성이 강화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아날로그 대신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에 음원에 가까운 고품질의 음향을 즐길 수 있고, 음성 이외의 다른 정보도 대용량으로 기록, 저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기존의 다른 미디어들을 급속히 대체할 수 있었다.
콤팩트디스크는 지름 12cm의 작은 원반 위에 작은 요철(凹凸)을 만들어 음성을 비롯한 디지털 정보를 저장한다. 이를 재생할 경우에는 표면에 레이저 광선을 비추어 요철에 의한 광 간섭의 차이로 정보를 읽어 들인다.
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CDP) 역시 워크맨처럼 휴대형으로도 선보였고, 1990년대를 재현한 국내 드라마나 영화 등에 젊은 연인들이 휴대형 CDP로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들이 간혹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길거리에서 오디오테이프나 콤팩트디스크 매체를 휴대해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워크맨이라는 상표명으로 널리 알려졌던 휴대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 Free photo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선보인 MP3는 훨씬 작은 부피로 고음질의 음향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의한 복제와 전송 등도 자유롭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미디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다른 분야에서도 진행 중이겠지만, 특히 음향과 영상을 담는 매체들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몇 차례나 큰 변화를 겪었다.
미래에는 또 어떤 미디어기술과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