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눈꽃보다 고운 정유라 어르신이 센터에 오셨다.
90의 나이라고는 믿기질 않을 만큼 꼿꼿한 걸음걸이가 멋졌다.
눈만 마주쳐도 정겨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어 주었다.
요즘은 어르신의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센터 오는 날부터 아들은 어르신의 손을 잡고 큰길까지 나오고 있다.
아들의 얼굴도 밝지 않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까요?”
요즘 어르신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신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늘었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하기도 한다.
식사는 입맛이 없어 스스로 먹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 떠서 드리면 겨우 드시기는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제는 센터 이용이 힘들 수 있다.
고민하는 아들한테 “어르신은 뭐라고 하세요?”라고 물었다.
“집에서 쉬라고 하는데 센터는 꼭 가야 한다며 먼저 나섭니다.”라고 한다.
처음보다 더 많은 관심과 수발의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요양원은 내가 더 보내기 싫었다.
“어르신이 다니고 싶다고 할 때까지 다니셔야지요.” 나는 힘을 주어 말했다.
“선생님들께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소변 실수도 있는데 팬티 기저귀는 안 하려고 해요” 라며 아들은 미안해한다.
어르신의 변화는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임을 알려주었다.
센터 이용 중에 어르신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집에서 지낸다고, 요양원에서 생활한다고 상황이 좋아질 것도 아니다.
아침이면 센터에 가야 한다는 어르신의 의지가 있고, 차를 타고 올 수 있는 기력이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섬길 것이다.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신정오
첫댓글 어르신이 여기 효센터에서 오래도록 지낼수 있도록 여러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대퇴골 낙상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가도 효센터에 다시 나온다는 의지로 다시 나오셨던 어르신입니다. 세월은 못 이기나봅니다. 효센터를 사랑하는 마음, 어르신이 다니고자 할때까지 잘 섬겨주세요.
어르신이 처음보다 많이 기력이 저하되었지만 어르신을 끝까지 잘 모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어르신의 변화는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임을 알려주었다.
맞습니다...변화는 당연한 것.. 우리는 그 변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가족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