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초여행기/폭설 대탈출
(2021.2.27~3.1)
코로나로 인한 갑갑증과 우울증은 이제 두려움에 앞서 외출에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5인이상 집회가 금지되다보니 친구들 모임도 모두 단절되어 부득이 가족끼리 단출한
외출만이 가능하다. 직장이 없는 백수들에게는 연휴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직장인에게는 카
렌다에 보이는 연휴는 귀한 단감의 존재다. 3,1절이 월요일이니 2월27일부터 3일간의 연휴를
보낼 플랜을 짠다. 작년 년말 집으로 합류한 딸이 동거를 하다보니 여행도 딸을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지난 가을 같이 여행한 경험으로 여행의 동반자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원이 되었
다. 회원권이 있는 콘도에 확인하니 호텔밖에는 빈방이 없단다. 그것도 한달도 더 남은 일정
인데-1박에 18만원이라니 좀 비싸지만 연휴이니 그렇겠지~그리고 호텔에 자보니 역시 콘도
보다는 여러면에서 편했다. 딸과 집사람은 내 눈치를 본다. 운전 가능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한편으로는 내운전이 믿업지 못하기도 하고. 나자신도 답답하고 가족을 위해서 봉사해야지~
27일 아침 10시 경 집을 나섰다.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속초까지 가는 동안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횡성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무려 6시간이 걸려 속초 숙소에 도착했다. 첫날은 속초까지 가는데 하루를 소비한 셈이다.
오전에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있고 안개가 심하다. 방에서 내다보이는 울산바위가 구름에 갇혀
전체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멋있는 풍경이다.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초당두부촌으로
갔으나 김영애할머니집을 비롯하여 대부분 저녁은 문을 닫아 영업을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을
준비하느라 재료준비와 종업원 휴식인 모양이다. 한집이 문을 열고 있었는데 황태국을 비롯한
다른 메뉴~ 두부메뉴로는 두부전골 소자만 가능하단다. 이것도 두부류로는 마지막이란다.
두부전골과 메밀묵 무침 한접시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늘 느끼는 것이나 음식의 맛은 다 괜찮
으나 서비스는 단연 김영애 할머니집이다. 그래서 그집만이 유별나게 몰리는 것 같다.
2일차-낙산사와 홍련암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와는 달리 날씨가 굉장히 화창하다. 창으로 보이는 울산바위가 눈앞에
성큼 다가선다. 너무 기분이 좋다. 모처럼 온 속초여행의 즐거움에 날씨가 일조를 할 것 같다.
호텔내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첫 목적지를 향해 출발, 목적지는 양양의 홍련암과 낙산사
이다.독실한 불교신자인 집사람은 1년에 기도를 위해 한두번은 꼭 찾는 사찰이다. 그런데 주차
장은 만원으로 출입이 금지되고 주변인근 모텔이나 주택단지에 주차하란다. 한참 헤매다가 홍
련암 부근의 낙산사비치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딸은 호텔로비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기
다리기로~홍련암에는 기도와 관광인파로 대만원이다. 그런데 4개월전과 다른 것이 눈에 띈다.무료
소원지가 가는 길목에 그리고 암자 주변에 하얗게 매달려 있다. 마치 관광지에 매달린 소원을
비는 열쇄 같다. 오랫만에 보는 푸른 바다는 코로나로 답답해진 내 가슴을 시원히 뚫어주는 것
같다. 홍련암에서 보는 의상대 정자와 높이 솟은 소나무가 오늘따라 너무 멋있다. 보타전으로
갔다. 보타전 연못을 지나 계단 옆에서 핀 매화나무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푸른빛을 띄는
청매가 하얀 매화꽃을 자랑하고 섰다. 그 옆에는 분홍빛의 홍매도 뒤질새라 한창이다.
여기보다 남쪽인 우리집도 서울에도 아직 봄기운은 멀었는데 왠일일까? 코로나가 극심한 서울,
경기지역을 피해 동해바다를 거쳐 봄전령이 이곳으로 먼저 왔나보다.
낙산사의 주불전은 관음보살을 모사는 원통보전이다. 원통보전의 예쁜 담벼락이나 기와벽돌은
이미 여러차례 낙산사 기행문에서 올렸기에 생략란다. 대신 여러 전각의 현판글씨에 주목한다.
향기를 머금고 있는 곳이란 의미의 응향각(凝香閣),참선수행과 법문을 설하는 당우 설선당(說
禪堂), 낙산사 두 성인(관음보살과 정취보살)중 정취보살을 봉안하는 전각인 정취전(正趣殿)이
제각기 멋진 예서체 글씨체의 편액을 머리에 두르고 시선을 끈다. 응향각(凝香閣)은 丘堂 呂元
九의 예서체 글씨이고 정취전(正趣殿)의 낙관란에는 초정 경제(艸丁 敬題)라 되어 있는데 초정
은 서예가 권창륜(權昌倫)의 호이다. 설선당(說禪堂) 역시 초정(艸丁)의 글씨이다.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은 원통문을 지나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지나게 된다.
정성스레 쌓은 예쁜 돌탑도 보기 좋지만 나는 매번 비탈진 초지에 핀 야생초들을 주목한다.
음력설을 지날 무렵이면 노란 복수초(福壽草)의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에 탄복한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복수초의 노란 꽃들이 무리지어 나를 반긴다. 3~4월에는 보라색 꽃 얼레지
도 단연 시선을 끄는 인기있는 야생초이다. 집사람이 해수관음상에 기도를 하는 동안 푸른 동
해바다를 구경하며 관광객들이 연속으로 치는 타종소리 "댕~~"에 한참 빠져든다.
물치항(沕淄港)과 바다정원카페
점심을 속초 중앙시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생각하고 가고 있는데 근처에 훨씬 못미친 곳부터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연휴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엄청난 관관객들로 관광지나 유명
식당 근처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알고보니 중앙시장 주차장을 확대증설 공사중이어서 더 복
잡하다. 결국 빠져나와 물치항으로 향했다. 대채로 회센타로는 동명항이나 대포항이 크고 유명
하지만 예전 가본 물치항이 가격도 비교적 싸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름이 특이하다. 그래서
한자로 적어본다. 물(沕)은 아득할 물, 치(淄)는 검은빛 치란 字意이다.무뚝뚝해 보이는 할머니
집을 택한다. 집사람 왈 늙은사람 도와주고 싶단다. 싹싹하거나 친절하진 않지만 거짓은 없을
것이다. 생선을 고른다. 회중에서 으뜸인 돔 그리고 광어와 청어를 택했다. 회와 매운탕을 시켰
다. 금새 잡은 회 맛은 최고이다. 양이 많아서 남겼지만 배불리 맛을 즐겼다. 다음장소는 여자
들이 좋아하는 바다정원 카페이다.
지난번 그냥 스쳐가면서 본 "바다정원"이라는 해안가 카페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주차
장이 1,2,3주차장까지 있다. 1,2주차장은 만원이라 3주차장에 주차하고 건물에 입장하여 우선
5층건물 옥상으로 가서 전체를 조망한다. 소나무숲 해안에 파라솔을 펴고 많은 관광객이 차를
마신다. 커피, 차 외에 빵,간식,음료 종류가 많다. 건물 안에서는 각 층마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음료나 케익등을 먹는다. 옥상 로비에도 여전히 관광객이 많다. 아무래도 대기
업 규모의 사업인 것 같다. 투자도 많았겠지만 여즘의 관광객들 취향을 제대로 적중한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주차로 고생하다 보니 이제 저녁 먹는 것도 고민스럽다. 점심에 회로 너무 배도
부르니 차라리 빵으로 대식하고 호텔에서 쉬기로 합의가 되었다.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
가는 길목에 있단다. 그런데 여기도 인파다.길에서 멈춰서서 기다리기 수십분 딸애가 드디어
빵을 사왔다. 줄이 엄청 길단다. 참 가관이다. 코로나로 음식점 빵집 모두 죽겠다고 엄살아닌
고통을 쏟는 판에 이런 집도 있구나 싶다. 빵 한조각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저녁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내일 상경길은 어마어마하게 붐빌 것이다.
속초에 대폭설-대탈출 시도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오늘 전국적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린단다.
강원지방에는 저녁무렵에는 눈이 내린다 했다. 당초 예정으로는 주문진항으로 가서 대게를 사서
애들도 삶아주고 우리도 먹자고 했었다. 손자들이 맛있게 먹는걸 보고는 할머니는 만사를 제치고
우선으로 목표를 삼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심상찮다.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위험하지만 날씨가
차지면 걸핏 눈으로 변하는 게 강원도 날씨다. 가족회위 결과 주문진 가는 걸 포기해야했다.
아침을 가다가 4년전 갔던 노학동 황두막집에서 먹기로 했다. 이집은 황태국밥,산나물비빔밥,
청국장도 유명하다. 특히 밑반찬 깻잎,취나물류는 맛이 있어 갈때마다 사온다.
식사를 마치니 8시40분. 주유를 하고 바로 귀가행이다. 거리는 훨씬 멀지만 동해안고속도로,영동
고속도로로 가잔다. 운전은 내가 하지만 주문대로 하는 게 편하다. 새로 생긴 인제-속초길은 빠르
지만 서울을 거쳐야 해서 불편하다. 워낙 일찍 출발한 탓인지 잘 달린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는 정보로는 우리 뒤로 오는 차들이 막히기 시작한단다. 시간이 11시가 넘어서니 밀리는
곳이 자주 나타난다.
그런데 점심 무렵에는 속초인근을 비롯 강원도에 폭설이 내리고 있단다. 아차 큰일날뻔 했구나 !!
조금 늑장을 부렸더라면 눈길에 갇힐뻔 했구나 싶어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제 안심해도 좋은 시간이다. 30분 안에 집에 도착할 것이다. 얼마전 기흥에 있는 이케아 점에
가기로 했다. 집사람용 책상을 봤는데 맞는 색상이 없어서 기다리던중 이제 입고 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책상까지 차에 싣고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으니 이만하면 대탈출에 성공한 것이리라~
페이스북을 여니 빨리 귀가하라는 급한 댓글이 줄을 잇는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연휴를 이용해서 멀리 장거리 여행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많은 평일을 두고~
집사람이나 나는 딸이 모처럼 연휴이니 같이 데려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고 딸은 딸대로 집에
만 갇혀 사는 부모를 위한답시고 같이 여행길을 나선 것인데 차길도 복잡하고 폭설의 가능성을 감수
해야 하니 위험천만이다.뒤에 뉴스로 들으니 도로에서 9시간을 갇혀 고생했다는 참으로 민망한 기사
들이 줄을 잇는다. 생각할수록 아찔한 대탈출이었다. 영원히 기억될 여행의 하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