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歸去來辭(반귀거래사) — 귀거래사의 뜻을 뒤집어 읊다
김창숙(金昌淑, 1879~1962) 현대의 유학자·독립운동가·정치인. 자는 문좌(文佐). 호는 심산(心山)·벽옹(躄翁). 김구와 함께 민족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승만 정권 때는 독재를 막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성균관대학교 초대 총장에 취임하였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수여되었다. 저서로는 《심산만초》와 《벽옹만초》이 있다.
歸去來兮 — 귀거래혜
田園已蕪將安歸 전원이무장안귀
余旣獻身兮光復役 여기헌신혜광복역
縱粉骨而奚悲 종분골이해비
有母喪而不知 유모상이부지
痛不孝之莫追 통불효지막추
돌아가자, 돌아가자 하건만,
전원이 이미 황폐해졌으니 장차 어찌 돌아가랴.
나는 이미 광복의 대업에 이 몸을 바쳤으니,
비록 뼈가 가루가 된들 무엇이 슬프랴.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조차 알지 못하였으니,
돌이킬 수 없는 불효가 참으로 통탄스럽다.
-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꾸나.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차용한 표현.
- 田園已蕪(전원이무): 전원이 이미 황폐해짐.
- 光復役(광복역): 나라의 광복을 이루기 위한 일.
- 奚悲(해비): 무엇이 슬프겠는가.
- 莫追(막추): 돌이켜 만회할 수 없음.
이 작품은 1956년 10월에 지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칠언절구나 율시가 아니라 장편의 사(辭) 형식이다.
심산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면서 가족의 죽음과 옥고를 겪었고, 광복 이후에도 분단과 정치적 혼란을 목격하였다.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노래했지만, 심산은 나라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은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심산의 삶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우국문학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쳤다는 자부심과 어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불효의 슬픔이 교차한다.
개인의 안락보다 시대적 의무를 앞세운 심산의 실천적 선비 정신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근대사에서 가장 존경하고 흠모하는 성주의 인물이지만 심산 같은 기개가 없는 필자는 초야에 묻혀 조용히 백로와 벗할 뿐이니 스스로가 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