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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로 1500마력의 힘을 다스릴 때의 기분은 어떨까? 신비한 출력의 세계가 발끝으로부터 열린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언제나 부가티 베이론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그저 제원표의 엄청난 숫자에 집착해 만들어낸, 자기 과시의 끝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산 차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따지면 이 말은 곧 내가 베이론을 한 번이라도 타게 되면 미칠 만큼 행복할 거라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미칠 듯 강력하고 맹렬하게 빨랐고 허무할 만큼 운전은 쉬웠다. 그렇지만 피가 끓어오르게 하는 차는 아니었다. 양산차 중에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우면, 감성적으로 이 차가 마구 끌린다거나 탈 때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부가티의 다음 작품인 시론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다. 왜 베이론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시론에 이토록 열광할까? 그저 또 하나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가 나왔을 뿐이지, 시대를 뛰어넘는 차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다. 시론은 베이론과 완전히 구분해야 할 차다. 무엇보다 부가티가 시론을 만든 제작 의도부터 다르다.
부가티는 이미 베이론에 대해서 내가 말한 바와 같이, 감성적으로는 어필하는 부분이 약한 차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군분투했다.
VIP 고객의 데이터를 더 모으는 데 집중하지 않았고, 더 많은 기술 특허를 내는 데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초점을 부가티 고유의 캐릭터 구축과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만약 부가티의 바람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시론은 어떤 속도에서든, 그리고 어떤 코너를 만나든 상관없이 극한 만족을 이끌어내고 차원을 넘나들 듯 빠르게 달리는 차여야 한다.
더불어 속도제한 없는 도로에서라면 땅을 활주로 삼아 하늘로 날아오르듯 폭발적으로 달려나가는 차여야 한다.
우선 시론의 스타일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겉모습만 보면 두말할 필요 없는 부가티다. 베이론도 마찬가지였지만 시론은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자세와 분위기를 풍긴다. 8개의 동그란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와 옆에서 봤을 때 도어 뒤 C자로 크게 후벼 판 듯한 거대한 아치는 아주 마음에 든다. 과격하게 썬 듯한 뒷모습에서 드라마틱한 감성이 절정에 이른다.
전체 길이가 1.6m에 달하는 한 줄짜리 거대한 테일램프는 한 판에 200kg에 달하는 알루미늄을 정교하게 잘라내고 세밀하게 다듬어 1kg짜리 부품으로 가공했다.
원재료를 200분의 1로 가공해 LED를 감싸 만들어냈으니 하나의 보석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그 위에 얹은 거대한 리어윙은 상황에 따라 펼쳐지거나 접히면서 에어 브레이크 성능을 2배로 끌어올리거나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메시 타입 그릴을 통해 잘 빠져나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시론의 심장인 W16 8.0L 쿼드터보 엔진이 멋지게 들어앉았다. 겉에 드러난 부분은 절삭가공으로 완성한 빛나는 엔진 커버뿐이다.
인테리어에도 드라마는 이어진다. 실내는 마치 2개의 공간을 이어 붙인 것처럼 천장에 격벽이 쳐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완전히 쪼개지는 않지만 일반 차와는 다르게 2개로 분리된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오른쪽에 앉든, 왼쪽에 앉든 각자 차가 주는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자리다.
차를 움직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도대체 이 차의 성격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가격표에는 250만파운드(36억3000만원)가 찍혀 있고, 엔진의 최고출력은 1479마력에 최대토크는 163.1kg·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달려나가는 속도는 여느 스포츠카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보다 빠르고, 최고속도는 420km로 제한한다. 이런 차를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베이론을 보면 되지 않냐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시론이 베이론을 조금 손봐 만든 차가 아니냐는 예상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부가티의 엔지니어가 2시간에 걸쳐 기술 설명을 해줬는데 요점은 다음 한마디였다. “우리 부품 창고에는 이미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성능 검사까지 끝낸 품질 좋은 부품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것을 갖다 쓰면 되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모든 부품을 새로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수많은 특허를 어렵게 받은 베이론의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갖다 쓰지 못하고 싹 바꿔야 했다.
새로 디자인하고 가공해서 강도는 올리고 무게는 줄여서 탄생시킨 차가 바로 시론이다. 새로 개발한 많은 부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 가지는 크랭크샤프트다.
가공법을 새롭게 바꿔 전보다 훨씬 강하면서도 1.4kg 가벼워졌다. 구성품 중에 유일하게 무게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부품은 보닛에 붙이는 배지다. 전통대로 순은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베이론의 엔진을 살짝 손봐서 껍데기만 바꾼 뒤 완전히 새로운 차라고 내놓은 모델이 시론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길. 물론 8.0L 배기량에 W16 구조, 터보를 4개나 달고 있는 엔진의 형식은 변함없지만 내부 부품은 거의 다 새로 만들었다.
우선 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터빈은 베이론 때보다 크기를 키웠다. 보통 이렇게 과급기의 크기를 키웠다고 하면 자연스레 ‘그럼 터보 래그도 더 커졌겠군’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3800rpm 아래에서는 배기가스가 2개의 터보만 돌리도록 하고 그 이상 회전대에서는 나머지 터빈까지 모두 돌아가게끔 설계했다.
커넥팅로드는 더 가볍고 강하게 만들었다. 모든 부분을 공들여서 철저히 검토했는데,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결과는 혁신적이었다. 베이론의 출력과 토크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처음 987마력에서 시작한 베이론의 출력은 모델 생산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는 1183마력까지 치솟았다.
시론은 이마저도 우습게 만든다. 6700rpm에서 뽑아내는 최고출력이 무려 1479마력이다. 최대토크는 163.1kg·m로 2000rpm부터 시작해서 6000rpm까지 끊임없이 뿜어 나온다.
일반 자동차 제원표에서 볼 수 없는 이런 상상 이상의 숫자가 나열되는 사실만 보더라도, 가속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 이내에 도달하고 시속 200km는 6.5초, 시속 300km는 13.6초 만에 다다른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만약 속도제한장치를 제거한다면 최고시속은 450km까지 올라간다. 안전 문제로 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타이어 때문이다. 그 탓에 최고시속은 420km에서 멈춘다. ‘일상생활 주행 최고속도’는 시속 380km로 제한한다.
맥라렌 F1을 타고 양산차 최고속도 기록을 세웠던 베테랑 드라이버 앤디 월래스는 시론을 시승하면서 시속 420km까지 밟은 게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밟았다가는 타이어가 열과 원심력 때문에 산산이 찢겨나갈 것 같았다면서 마음속으로 숫자 8까지 세면서 풀 가속하면 끝이라고 덧붙였다.
시론에 적용한 기술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을 통째로 쓸 수 있다. 차체는 아주 얇고 강한 탄소섬유로 만들고, 가늘게 쪼갠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든 벌집 구조가 뼈대의 핵심을 이룬다. 하체 부분 또한 무게는 줄이면서 강성을 키운 첨단기술이 가득하다. 비틀림 강성은 1도에 5만Nm이고 휨 강성은 1톤당 0.25mm다. 이 정도면 현재 LMP1 경주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시론은 소량 생산이라는 허점에 기대 일부 안전기준 미달을 당연시하는 하이퍼카와 달리 세계 안전기준에 모두 들어맞게 만들었다.
시론의 섀시는 모든 설정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 댐핑과 지상고, 공력성능 그리고 스티어링과 파워트레인을 제각각 조합한다. 차체 안정성, 단단한 정도, 스로틀 반응성을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덕분에 전례 없는 막강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재미가 넘친다.
미쉐린은 시속 420km에서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타이어를 개발했다. 타이어가 받는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 단계에서 항공우주산업에 쓰이는 장비까지 동원했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이전보다 20mm 더 크고(앞 420mm, 뒤 400mm) 2mm 더 두꺼워졌다.
피스톤은 앞뒤 각각 8개와 6개이고, 단조 알루미늄 캘리퍼는 비대칭 디자인으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무게가 1995kg에 이르는 시론이 고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서 엄청난 열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키 위한 조치다.
새로 디자인한 히트 쉴드는 디스크에 더 많은 공기가 흘러들게 해서 브레이크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 성능이 50%나 개선됐다. 트랙에서 사용해도 될 만큼 우수한 성능이다. 과거 베이론의 브레이크가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불만사항이었던 점을 충분히 곱씹어 반영한 결과다.
자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상상 속의 동물 같은 시론을 운전하는 기분이 도대체 어떨까? 이미 알려진 바가 많은 베이론에 빗대어 설명해본다. 베이론은 출시 당시만 해도 분명히 엄청난 차였다. 그런데 부가티는 중요한 부분을 꽤 많이 놓쳤다.
최고가 돼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엄청난 파워와 퍼포먼스에만 치중하고, 운전을 얼마나 재미있고 편하게 할 수 있는지는 뒷전이었다. 이를 온고지신으로 삼은 부가티는 시론이 단지 제원표 숫자만 엄청난 차가 아니라 감성과 느낌까지 제대로 채운 차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 개발 담당 테스트 드라이버인 로리스 비코치는 최선을 다했고 상당 부분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스티어링을 통해서 전해진다.
물론 엄청난 그립과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 접지력은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접지력이 얼마만큼 쓰이고 남았는지 정확하게 알게 해준다. 덕분에 시론이 차원이 다른 하이퍼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시론의 무게와 끝이 없는 토크 곡선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차는 P1이나 라페라리 같은 이른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미들급 파이터는 아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엔진 성능과 차분하면서도 탄탄한 차체 강성을 기반으로, 하이퍼카라기보다는 하이퍼 GT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부가티 오너들이 엄청난 자동차 컬렉션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이런 콘셉트는 머리를 잘 썼다.
전에도 말했지만 부가티를 소유한 차주의 평균 보유 자동차 수는 41대다. 그 안에서 시론의 성격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묘수인 셈이다. 심지어 시론은 커다란 짐 가방까지 실을 수 있는 앞쪽 트렁크까지 갖췄다. 물론 시론 오너라면 전용 비행기를 갖고 있을 확률이 더 높지, 일반 민항기를 이용할 일은 자주 없다. 짐을 트렁크에 싣고 다닐 일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래도 있다고 나쁠 것은 없다.
스티어링은 반응성 면에서 극도로 뛰어나다. 조금만 몰아보면 금방 익숙해져서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정확성도 마찬가지.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스티어링 감각 덕에 차는 실제보다 더 작게 느껴진다. 문제점이라면 주행 가능 거리와 퍼포먼스에 대한 접근성이다.
스로틀을 쥐어짜면 산사태라도 만난 것처럼 내다 꽂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거대한 힘이 카펫을 순식간에 밀어대듯이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이동하는 것처럼 충격적이다. 일반적인 가속과는 차원이 달라서 마치 물건을 손으로 집어서 다른 곳에 갖다 두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하려나. 안타깝게도 내게는 시론의 주행 느낌을 이보다 더 생동감 있게 묘사할 재주가 없다. 그저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좀 더 넓은 관용을 바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브레이크는 폭주 기관차 같은 시론을 멈춰 세우는 능력이 충분하다. 거대한 디스크를 부여잡는 피스톤은 리어 스포일러를 이용한 에어 브레이크와 힘을 합쳐 속도에 상관없이 시론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멈추게 한다. 고속에서 내달리다가 급제동할 경우에는 낙하산이 펴지는 듯하다.
이런 대단한 제동력은 저속에서도 고속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피드백과 세밀하게 잘 조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7단 DSG 변속기는 정말 부드럽고 변속은 즉각적이다. 변속기가 알아서 변속하도록 내버려둬도 언제나 태산 같은 토크를 경험하는데,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운전의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운전석 쪽 도어실에 차의 봉인을 해제하는 특수 키를 꽂으면 4가지 다이내믹 모드와 V-맥스 모드가 활성화된다. 5가지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최고시속 420km까지 달릴 수 있는데 스티어링 록을 넘도록 조향할 경우 자동으로 최고속도는 시속 380km로 조정된다.
안전상의 이유로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임의로 서스펜션 세팅을 바꿀 수 없다. 모드에 따라 전자장비 설정은 차가 알아서 최적화한다. 예를 들어 시속 180km를 넘어 달리게 되면 시론은 EB 모드(단단하면서도 컴포트에 초점을 맞춘 설정)에서 아우토반 모드로 설정을 바꾼다.
차가 좀 더 단단해지면서 편안함보다는 주행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세팅이다. ‘핸들링’과 ‘톱 스피드’ 모드는 단어 뜻 그대로다. 저속주행을 위한 ‘리프트’ 모드도 있다. 이 모드는 지상고가 살짝 높아지면서 과속방지턱이 깔린 학교 앞이나 빨래판이 이어지는 램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영국에서 가격은 210만파운드(30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500대만 생산하기로 했는데 그중 절반은 이미 상당한 금액의 계약금이 지불된 상태다. 심지어 차를 시승해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계약자 중 절반은 베이론 소유자다. 놀랍게도 2대를 주문한 사람도 꽤 있다. 2대 중 1대는 최대한 남들보다 빨리 받기 위해 아무런 맞춤 주문을 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언제 줘도 상관없으니 모든 부분을 맞춤 주문한다. 행복한 고민을 위한 전통적이지만 확실한 해결책이다.
라이벌은 누구냐고?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하는데 없다. 이를테면 미국 텍사스에 있는 튜닝계의 전설, 존 헤네시가 최고시속 467km를 기록했던 베놈의 후속작인 베놈 F5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지만 타보니 이전만 못했다.
헤네시를 잘 아는데 아마 그의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할 거다. “내 차는 말이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짐승이라고.” 코닉세그 역시 최고속도 경쟁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브랜드다. 그러나 만드는 차들이 족족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카인 레제라마저도 혹평을 받았다. 비록 크리스티안 본 코닉세그의 야망과 비전은 이뤘지만 말이다. 그 어떤 차도 시론의 정중함과 야만성을 동시에 갖추지 못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기계미와 흠잡을 데 없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시론의 능력은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물론 가장 큰 부분은 퍼포먼스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접근이 쉽지만 그것도 아무 속도 제한을 받지 않는 아우토반에나 있을 때 얘기다.
이런 문제조차도 실제 시론의 오너에게는 별일 아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나 내게도 전혀 상관없는 딴 세상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우리는 괜히 의미 없는 일에 힘 빼지 말고 입 벌려서 감탄이나 하면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슈퍼카 위의 슈퍼카가 나왔으니 말이다.
부가티의 대표이면서 벤틀리까지 이끄는 볼프강 뒤르하이머(그는 언제나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얘기한다)의 말로 시론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연히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의 옆에 앉아 많은 속사정을 들었다.
그는 비록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충격 탓에 그룹 분위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어둡지만, 부가티에 대한 지원은 확고하고 전폭적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또한 시론은 부가티를 상징하는 ‘기간 한정판매 상품’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따르는데, 이미 차를 계약한 고객들로부터 ‘차가 너무 싸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직 생산되지 않은 250대의 시론은 이미 팔려나간 차보다 더 비싼 가격표가 붙을지도 모른다고 그가 귀띔했다.
그에게 물어본 마지막 질문은 “시론의 다음은 무엇인가?”였다. 예상대로 뒤르하이머는 다른 하이퍼카 메이커들의 도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는 답과 함께 부가티는 이미 만반의 대책을 세워놨다고 했다. “시속 500km 벽은 아마 곧 깨지게 될 거에요. 나는 확신합니다.
인류는 늘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깨기 위해 도전하면서 살아가잖아요. 이런 투쟁심이야말로 부가티의 원동력입니다. 시론은 이미 최고인 차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에요. 그리고 레이스는 계속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뒤르하이머의 말에 흔들림이나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출처 : 에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