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영위원회를 마치고 미리 공지되지 않았던 맥국 왕궁추정지를 바로 답사해보자는 의견에
따라 먼저 발산리 답사에 갔었다.
발산리 뒷마을인 서돌마을을 올라가 산 밑 신설도로 아래의 동편 산 능선을 돌아 내려오는
코스였다. 서돌마을의 인가들을 뒤로 하고 길을 올라갈 때쯤 오동철 선생이 새소리가 나자 파랑새
라고 했고 즉시 모두가 그 파랑새를 쳐다보았다. 이때만 해도 그게 뭔 상징일지 몰랐다.
<국립춘천박물관의 2013년 기획특별전 - 관동팔경 II 낙산사 전시>
하지만 먼저 박물관으로 가서 기다리는 김홍영 운위장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박물관으로 가서
관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직접 해설해주시는 배려를 받게 되자, 곧 그 파랑새가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 세워진 대형 관음보살상에서 바로 파랑새, 靑鳥라는 화기(畵記)를 본 것이다.
낙산사에서 의상대사의 관음보살 친견 설화와 관련하여 파랑새는 관음의 화신으로 알려졌고,
고려 때 지어진 한시를 강진의 무위사에 관음보살도를 그리며 써놓은 것이다. 전시에서는 이
관음도를 복제하여 첫 전시물로 삼고 있었다.
강진 무위사는 조선 초기의 건물이나 불화로 유명하다. 나 자신도 불화를 처음으로 자세히 보며
공부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무위사의 삼존도와 벽화들부터였다. 이 관음도는 본존불이 있는 벽
뒤에 있어서 카메라로 치올려 사진을 찍기에도 도무지 각도가 나오지 않도록 돼 있다. 이처럼
복제화라야 전체상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전시를 관람하면서까지도 이런 생각들로
낮에 본 파랑새를 언뜻 떠올려보지는 못했었다.
관장님은 바쁜 중에 주요 전시물 위주로 설명을 해주셨다. 가장 값비싼 전시물로 보물 1426호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의 고려 <수월관음도>가 이번에 춘천을 찾아와 있었다. 이 보물은 분명
올 부처님오신날의 기념으로 보아도 좋으리라. 딱 2주만 전시하고 다시 모셔간다니 말이다.
흐릿한 조명 아래 그리 크지 않은 미려한 관음이 오랜 시간에 색조 구분이 잘 안되어 보일 정도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 관련 그림들이 있었다. 정조의 명으로 그려 바쳤다는
장축의 화첩이 이미 불타 없어졌다는 설명도 있었고, 전시된 김홍도의 그림은 그 밑그림으로
그렸던 스케치북이었다. 낙산사 중창시에도 이것을 근거로 삼았다고 하는 그림이다.
특이한 유물로는 이화여대도서관 소장의 <호동서락기>라는 여행기 책이 있었다. 글을 지은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성이었다. 조선시대에 원주의 이 처자가 남장을 하고 두루 여행을 다녔다는 것이고
번듯하게 여행기를 적어놓은 것이었다. 전시의 도록이 아직 미출간이라 그 이상의 내용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좀 자세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 봄 산불이 옮겨붙으며 불타버렸던 보물 범종의 탁본도 성균관대박물관에서 와 있었다.
전시유물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것들이지만 다음에 다시 와서 차근차근 볼 생각을 하며 두 번째
방으로 넘어갔다. 작년처럼 지금 작가들의 그림과 글씨를 소개하는 "신탐승 - 21세기 낙산사
탐승견문록"이라는 전시다. 우안 화백 등 아는 분들도 여럿 보였고, 둘러나오며 작가 이름은 기억
되지 않았지만 행서체 글씨의 작품이 눈에 들어 바라보았던 것이 머리에 남았다.
낙산사 해수관음의 너른 마음이 어쩜 그날 역문답사길에 파랑새가 현현토록 한 것만 같다. 분명
우리 역문의 앞날에 길조의 상징이 될 것 같아 보였다.
<2013 국민대통합 아리랑> 공연 - 강원대 백령문화관
공연에는 정재억 회장님이 나눠준 초대장을 가지고 갔으나 이미 만석인 좌석표는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초대장을 너무 많이 만든 것이다. 다행히 지인을 만나 좌석표를 얻고 앉아서 볼 수가
있었다.
이 공연은 도나 정선군만 아니라 강원도민일보, 경남도, 전남도, 경남신문, 전남일보 등 아리랑의
3대발상지(정선, 밀양, 진도) 관련 기관/단체의 주관으로 "아리랑 세계무형문화유산 지정 기념
전국 공연"이라고 했다. 춘천을 시작으로 정선, 진도, 목포, 창원, 밀양, 서울까지 공연이 이어질
모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는 춘천국악원의 이유라, 한국아리랑보존협회라는 곳의 연출가 최윤필
이란 사람의 작품이라고 들었다.
공연은 3부로 나눠 전통 아리랑, 오늘의 아리랑, 우리의 아리랑이라고 구분하여 편성하였고, 마지막에
강원도 아리랑을 합창으로 하여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정선, 밀양, 진도는 현지의 공연자들이 직접
노래부르며 공연하는 흥겨움과 진지함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그에 비해 2부로 공연한 창작곡 아리랑들은 가수나 노래가 모두 낯설게 들렸다. 전통 아리랑의 감성
이나 문화적 의미가 왜, 어떻게, 무슨 연관으로 이런 아리랑이 되었는지 쉬 이해가 아니 가는 듯 들린
것이다.
3부에는 신영희, 이춘희 명창, 이유라 등 유명인들이 아리랑을 불렀다. 이춘희 명창의 소리가 특히
낭랑하게 가슴에 남았다. 이유라의 강원도아리랑은 나름의 개성으로 들리기는 하였으나, 이미 매체를
통해 익어선지 김영임이 부른 아리랑의 감동에는 이르지 못하는 듯 들렸다.
2부의 현대 아리랑을 너무 경계 없이 이어서 공연한 연출과 기획이 너무 무책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전통 아리랑으로만 이어가도록 기획하거나, 또 춘천아리랑이나 의병아리랑 등 우리
지역의 특색있는 아리랑 같은 것은 왜 레퍼터리에서 제외하였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이런 기회에
대중들에게 그런 아리랑을 더 알리고 친근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또 공연 제목을 '대통합'이라고 한 것도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누가 뭘 대통합한다는 말인가!
아리랑이면 아리랑일 뿐이지 굳이 그런 말을 붙여서 공연을 해야 하나!
(* 위 사진들은 강원도민일보 사진들임)
첫댓글 예리하고 맛깔스런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