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78. 그 후 세 주일
이렇게 오래 누워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젠 소변검사도 이상 없고 열심히 약을 먹어서 배변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따라서 내과 의사 면담은 끊어졌다.
Dr. 베르반호는 한 주에 두 번 면담을 하고 Physical Therapy는 한 주에 세 번을 계속하고 있다.
다 나은 것 같은데 오른쩍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Dr 베르반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MRI를 찍으라고 처방해 준다.
내가 다니는 젠트리아스 메디컬 센터에서는 Not able이라고 하니 다른 큰 병원을 가야 한다.
꽤 먼 라살대학 병원으로 가려고 하다가 혹시나 싶어 Mira에게 라살대학에 먼저 문의를 해 보라고 부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약이 밀려서 열흘 후에나 찍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Dr 베르반호 역시 실망하는 얼굴로 무척이나 우리에게 미안해하고 아쉬워한다.
게다가 지난 주부터는 지팡이까지 짚으라고 해서 아넬에게 지팡이도 맞췄다.
이렇게 아플 줄 모르고 한 달 전, 한국 가는 비행기표를 미리 끊어 두었기 때문에 이제 열흘 후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고민이 깊다.
탑승 시간이야 4시간이라지만 필리핀 집에서 서울 집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10시간은 집 밖에서 소요되는데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비행기표 아까워 하지 말고 몸 추스려서 오라고도 하고, 한편에서는 하루 빨리 오셔서 한국에서 치료하는 게 낫다고도 하고 모두들 걱정을 한다.
의사가 새로 처방해 준 세 가지 약을 차례로 먹으니 노상 어지럽다. 특히 잠들기 전에 먹는 약은 빙빙 돌다가 그대로 잠들어 8~9시간을 잔다.
늘 불면인 내가 그렇게 평화롭게 꿀잠을 자 보긴 처음이다.
걱정과 두려움 속에 비행기 날짜는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그런데 허리가 아파서 병원 가는데도 차 뒷좌석에 누워서 가던 걸 조수석에 앉아서 왔다. 그걸 시작으로 조금씩 호전되는 느낌이 들더니 이제 나흘을 남겨두고 나는 꽤 오래 앉아 있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한다. 사흘 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자주 왔다갔다 하게 되고 내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한다.
눈에 띄게 회복의 길로 내닫는다.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 나는 할 수 있을 거야.
병원 입구에 놓인 피아노
Phisical Therapy를 받고.
첫댓글 빨리 회복되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데
이상이 없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