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위하여
최순태
공무원 정년퇴직을 앞두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여 퇴직 이후에도 계속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시청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회지에 원고를 송고하였다. 이른바 습작 수준의 작품이었다.
이윽고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공무원연금공단 대경지부에서 실시하는 상록아카데미 수필창작과정에 등록하여 본격적으로 수필 공부에 돌입하였다. 맨 처음 제시된 글제는 “봄이 오는 소리”였다. 막상 과제를 받고 보니 어떻게 글을 쓸까 막막하였다.
그저 어린 시절 농촌에서 지낸 일을 회상하며 두서없는 수필을 작성하여 수필교실 카페에 올렸다. 내가 생각해도 신통치 않은 글이었다. 그러나 선배 문인들은 댓글을 달아 주면서 나를 격려해 주었다. 이러한 댓글은 나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하였고, 점점 더 글쓰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적어도 선생님이 매주 내어주는 수필의 주제(主題)는 빠짐없이 쓰려고 굳게 다짐하였고, 몇 번 글을 써보니 틀이 잡히는 것을 느꼈다. 물론 초보자의 경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문우(文友)들의 무언의 응원에 고무되어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나는 글쓰기가 좋았다. 아내는 자기 몸이 아플 때 글짓기에 몰두하는 나를 보고 한때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묵인을 한다. 아내가 편찮을 때 한 집필 작업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문학예술”이라는 문학잡지에서 신인상 공모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시험 삼아 응모하였다. 그런대 덜컥 당선되어 등단의 꿈을 이루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꿈을 이루어서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등단을 하였다고 바로 훌륭한 수필가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글을 쓸 자격을 부여한다는 의미라고 나는 믿고 싶다. 등단 후 끊임없는 정진으로 나의 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키길 바랄 뿐이다.
공무원 재직시절 10여년 활동한 합창단은 현직을 떠나서도 2년간 지속하였다. 이 또한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내가 전설적인 테너인 카루소, 스테파노, 파바로티와 같은 특출한 재능은 없으나,
단원들과 지휘자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를 받아 이제 동문회나 문학 동호회의 각종 모임이 있을 때마다 유명한 우리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상 지금 특정 합창단에 적(籍)을 두고 노래를 부를 형편이 되지 않았다. 노래에 배고파 부르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의 동산을 오르며 발성연습 삼아 가곡을 읊조린다.
때로는 홀로 자동차를 몰고 여행하면서 차안에서 연습을 한다. 특히 자동차 안은 훌륭한 연습 장소이다. 아직도 나는 완전히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새로운 곡을 배우기 위해 악보를 다운로드 받아 음악을 들으며 숙달될 때 까지 노래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악보를 외우기도 하였다.
음악 공부를 하면서 내 몸이 악기인 성악 외에 한 가지 악기라도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독학으로 피아노 배우기를 시도하였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음표와 조표 및 음악 용어, 빠르기 기호 등을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작 연습을 하려니 피아노를 구입하지 않아서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으로 피아노 키보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하여 컴퓨터 자판으로 연습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하는 피아노 공부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음악 이론은 책으로 공부하면 되지만, 손으로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방법으로는 음의 강약이나 세기를 표현하기에는 무리였다. 올바른 연주를 위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연습에 적당한 피아노를 구입할 예정이다.
내가 동문 산악회에 입회한지 10여년이 흘렀다. 산악회가 결성되고 나서 150회의 정도의 산행이 있었다. 산행 중에 관광 위주의 등산과 급류에서 보트를 타기도 하고, 특히 100회 산행기념 중국 황산 등반도 실시하였다.
이제 전국의 명산을 거의 섭렵하였으며, 설악산, 지리산 능선 등 재차 등산하는 산도 많았고, 매년 산악회 임원들이 8월에 실시하는 정기총회에서 다음 해 등산계획을 세우느라 고심한다.
동문 산악회에서는 100회 등반을 달성하면 등반한 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천에 새겨 넣어 걸개를 만들어 주고, 순금으로 된 모교 배지를 선물하는 행사가 있다. 벌써 여러 동문들이 목표를 달성하여 선물을 받았다. 나에게도 영광스런 배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등산하고 있다.
요즈음 산에 오를 때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몸 상태가 예전처럼 싱싱하지 않다는 느낌을 가진다. 아내의 당부대로 이제부터 산 정상을 반드시 정복하는 등산에서 내 몸 상태에 맞는 산행으로 바꿀까 한다. 적당히 체력단련만 하면 등산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겠는가!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하여 앞으로 남은 일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갖고 싶다. 물론 재산을 많이 모아 풍족한 생활을 누리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겠지만 부자가 되는 일은 나의 능력 밖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재(理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나에겐 미혼의 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2020. 6. 18)
첫댓글 글쓰기, 성악, 피아노 치기, 등산... 까지 자기 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힘든 시기에도 시간을 잘 활용하는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내가 볼랐던 최교장의 삶의 편린을 보면서 열심히 정진하심을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욕심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옆에서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인생 2막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인생 후반기의 앞날이 활짝핀 꽃길이 열리리라 예상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