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처음으로 쪽 염색을 하고나서 자연염색에 매료되었습니다.
보잘것 없는 풀 포기(쪽)에서 신비로운 색이 나오는 걸 보고 탄성을 질렀던 기억....
그래서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이 포도염색입니다.
포천 운악산 포도는 값은 좀 비싸지만 다른 지방에서 나는 포도와는 근본적으로 맛이 다릅니다.
산속 깊은 곳, 다른 곳보다 온도가 좀 낮은 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인가?
하여튼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 포도에 팍 꽂인 저...
11월까지 야금야금 포도를 먹으면서 포도껍질을 정성스레 모았습니다.
여러 사람과 모여 오손도손 하려고 했던 포도염색을 어쩔 수 없이 둘이서 오붓하게 했습니다.
포도껍질을 더 이상 둘 수가 없게 되어서요.
손이 모자라 쩔쩔매면서....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면서....
포도껍질을 팔팔 끓인 후, 건더기를 걸러냅니다.
체에 한번 거른 후, 삼베 보자기에 다시 한번 걸러내야 합니다.
처음에 그냥 했더니 멍울 같은 것이 붙어, 색깔이 골고루 나오지 않더라구요.
소창으로 만든 스카프를 포도물에 넣고 조물락조물락 거립니다.
소창은 가격이 싸고 피부에도 좋아요(아기 기저귀 만드는 옷감)
사계절 부담없이 두르고 다닐 수 있는 다용도 스카프를 만들기엔 가장 적당한 천인 것 같아요.
처음 색깔은 이렇게 붉은 빛이 돌아요.
뜨거운 백반을 녹인 물에 담그는 순간,
짜잔!
마술처럼 색깔이 이렇게 변합니다.
물론 포도물에 어느 정도 담그느냐, 백반물에 어느 정도 담그느냐 등에 따라 다양하게 색깔을 낼 수 있지요.
둘이 하는 염색이라, 이것저것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허둥지둥하느라
색깔은 그다지 다양하게 나오지는 않았어요.
자연이 만들어낸 보랏빛...
아름답지 않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좋은 재질이니까요.
햇빛을 받으니 색이 약간 옅어졌어요.
하지만 그냥 한번으로 끝내려고요.
이제 주인 찾을 일만 남았네요.
멋을 내주기도 하고
목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할 포도껍질로 만든 스카프
비싼 천은 아니지만...주인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첫댓글 저 고즈넉힌 널린 스카프를 보니 그 중국 영화??? 뭐였지요? 붉은 수수밭이었나?? 공리 나오던~~~그 장면이 더오르네요~~
어머나....신기신기.경매해서 팝시다
내년에는 많이 만들어 드릴게요.
천연 염료 스카프, 그 향기도 그윽하겟습니다.
향기도 그윽, 느낌도 그윽...
너무 이뻐요.
햇빛에 말리니까 색깔이 약간 옅어졌어요.
참 곱네요. 한 겨울에 산모퉁이를 장식하고 있는 들국화 꽃 빛깔이.
보기만 해도 곱지요? 내년에는 선생님 것도 꼭 하나 만들게요. 올해는 처음이라서...실패할까 두려워 조금밖에 못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