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교구 우리농, 가을걷이 감사 미사와 잔치 열어
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가 각 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서울 명동 대성당 일대에서 '2024년 가을걷이 감사 미사 및 도농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은 매년 추수를 맞아 한 해 결실에 감사하며, 도시와 농촌이 만나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올해는 30주년을 기념해 더 풍성한 장으로 마련했다.
명동 대성당 앞과 아래 가톨릭회관 앞에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생산한 생명 농산물과 가공품 나눔 장터가 자리 잡고, 밤새 준비한 먹거리 나눔터도 열렸다. 소식을 들은 신자와 시민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각기 필요한 농산물을 사고, 삼삼오오 모여 먹거리를 나눴다.
명동 대성당에서 봉헌한 가을걷이 감사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각 교구 우리농 사제단이 함께 집전했다. ⓒ정현진 기자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찬미받으소서 영성에서 함께 걷기까지
“우리 교회가 시작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도시와 농촌의 참된 나눔과 형제적 연대를 통해 생명 공동체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저희 모두가 생명의 밥상으로 일용할 양식을 차릴 수 있도록 하시어 농촌 살림, 밥상 살림, 생명 살림을 이어 가게 하소서.”
12시 명동 대성당에서 봉헌한 가을걷이 감사 미사는 서울대교구 정순택 대주교가 주례를 맡고, 각 교구 우리농 사제단이 함께 집전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함께하는 농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이웃 사랑이라는 가장 중요한 계명과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하느님께서 선물한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또한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식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한 모습이라면서, “도시민들이 생명 농산물을 정당한 보상으로 지지하는 것 또한 찬미받으소서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이자, 한국 교회가 30년을 지속해 온 우리농운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우리농운동 30년은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며 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30년입니다.”
정 대주교는 우리농운동을 통한 사랑과 이해, 존중은 함께 걷기(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노력과도 닮았다면서, “하느님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 모두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교회 공동체 모습을 밥상 중심으로 만들어 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농운동 모습, 우리 밥상을 예수님의 밥상과 연결시키는 신앙 실천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한마당잔치를 통해 서로 많이 대화하고 만나기를 바란다면서, “그 대화 안에서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의 식탁을 걱정하고 배려하며, 감사하는 마음과 정성, 사랑을 느끼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공동의 집인 지구와 피조물 전체를 아우르는 사랑으로, 생명을 향한 선택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생명 농산물을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봉헌한 생명 농산물들. ⓒ정현진 기자
농민의 집에 쌀이 떨어지는 날까지는....
미사 중에는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1년간 이뤄 낸 결실, 정성껏 만들어 낸 물품들을 봉헌했다. 또 농민뿐 아니라 수도회, 천주교 농부학교도 참여해 여러 나눔과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울대교구 농부학교 졸업생 김기현 씨는 배우고 실습하면서, 한 사람이 짓는 농사보다 두 명, 세 명이 함께 짓는 농사, 시냇물 같은 작은 물결이 주는 희망에 이끌렸다며, “대농 방식이나 농사를 두고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따지면서 ‘투자’라고 여기는 생각이 무척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감성 부분에서는 유기농을 선택하고 어떤 돈을 지불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더라면서, “농부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만큼의 농사를 짓고 있다. 신자는 아니지만 농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솔티분회 이재민 씨는 “기후나 여러 이유로 특히 올해는 기존 수확의 60퍼센트만 건진 것 같다. 쌀 외의 품종은 점점 어려워지지만 농사는 1년에 단 한 번 할 수 있는 실험이기 때문에 어려워도 그만둘 수 없다. 다시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사,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늘 ‘산수’, ‘셈’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량이 40퍼센트가 줄어들면 그만큼 수입으로 채우면 된다는 식”이라고 지적하고, “20년 넘게 농사를 해 오면서 늘 했던 생각은 농민의 집에 쌀이 떨어질 때까지는 농민으로 싸울 것이라는 거다. 세상이 어떻든 나의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민 씨는 이날 도농한마당은 농산물 나눔보다는 사실 “도농이 서로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것이며, 이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이 자리는 농민들에게도 소중한 자리라고 말했다.
토종씨앗 알리기와 나눔 캠페인. ⓒ정현진 기자
각 교구 공간에서 농산물을 사는 이들과 분주한 회원들. ⓒ정현진 기자
원주교구 회원들이 마련한 메밀전. 길게 늘어선 줄에 모두 끊임없이 전을 부쳤다. ⓒ정현진 기자
한편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농산물 기념 할인을 11월 말까지 한다. 또 ‘임산부 사랑나눔’ 캠페인을 진행해, 임산부 인증이 되면 할인과 선물 증정을 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우리농 앱’으로 보다 편리한 구매와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행사 안내는 http://www.wrn.or.kr을 통해 볼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