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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까페에서 전기차 글만 연달아 5개쯤 쓰고 있습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전 원래 비스게에 상주하면서 뻘글만 쓰고 있었네요? 그러니 죄책감없이 가봅니다.
늘 서두에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버나 전문가가 아니고, 내 차 살려고 뒤적거리다가 생각한걸 적는거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전달 따위는 없습니다. 예를들어서 bmw ix가 먼저 출시 되겠지만 제가 접근할수 없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았고, 제가 아예 모르기 때문에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우디, 볼보도 마찬가지로 제가 관심을 끊었기 때문에 아는바가 없습니다. 차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그냥 제가 모릅니다.
* 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중요한가.
기술적으로는, 모릅니다. 전 그런거 몰라요. 문과 나부랭이 인데다가 깊게 고민해본적도 없습니다. 다만 문과 나부랭이도 다행히 눈은 달려있으니깐..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 보다 더 잘 아시는 분들은 더 많은걸 보시겠지만, 전 일단 후드가 눈에 띄더라고요. 엔진 등의 온갖 기계장치가 차지하던 엔진룸 부분이 전동화가 되면서 상당한 수준의 다이어트가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에는 많은 자리를 차지하던 덩치가 큰 엔진 등이 모터와 같은 작은 부품들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매우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 덕에 컨셉카 정도로 극단적으로 후드를 줄이진 못했지만, 실제 eqs의 후드는 기존 s클래스 대비 절반은 될까 싶을 정도로 짧아졌습니다.
그 여유를 테슬라는 이런 식으로 활용을 했었죠. 일명 프렁크라는 프론트 트렁크. 처음엔 이것도 충분히 충격적이였습니다. 엔진이 뒤에 있는것도 아닌데 본넷안에 저정도 공간이 나온다고? 세상에...
...그런데 트렁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트렁크가 잘 있는데 굳이 프렁크가 필요할까요? 있어서 나쁠껀 없지만 그걸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현기가 해줍니다.
??? 이게 뭐야 싶죠. 이럴꺼면 뭐하러 만들어놨나 싶습니다.
하지만 실내뽑기의 장인 현대-기아는 엔진룸을 최소화 해서 생긴 여유공간을 프렁크 대신에 내부에 때려넣었습니다. 딱 봐도 후드가 확 짧고 그만큼의 공간을 고스란히 실내공간으로 바꿨습니다. ev6의 전장 그러니깐 총 길이는 4,680입니다. 대충 아반떼랑 비슷한 길이란 말이죠. 그런데 휠베이스는 2,900입니다. 2,900의 휠베이스는 그랜저보다도 더 긴겁니다. 아예 아이오닉5 같은 경우는 휠베이스가 3,000이고, 그 수치에 도달하려면 g80 정도는 데려와야 합니다. 휠베이스=실내넓이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엿볼수 있는 수치인건 분명하고 덕분에 아이오닉과 ev6는 차량 크기에 비해 말도 안되는 실내넓이가 뽑혀 나왔습니다. 특히 아이오닉은 이 사이즈 차량에서는 말도 안되게 2열이 리클라이닝은 물론이요 13cm 정도 전후 이동까지 되는 기염을 토해냈지요. ev6 역시 2열 리클라이닝이 상당한 범위로 가능합니다. 물론 ev6는 쿠페 디자인의 한계상 2열 헤드룸은 한계가 있긴합니다만, 적어도 레그룸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시 eqs로 돌아가보자면, eqs는 s클래스 대비 전체 전장은 오히려 더 길어졌는데(eqs 5,216 s클래스 5,180) 후드가 저렇게 짧아지면 공간에 여유가 생깁니다. 후드를 짧게 잡은걸로 보면 프렁크로 쓴거 같지는 않고, 리뷰를 보면 실내가 특별히 넓어진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기껏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통해 확보해놓은 공간을 낭비하지도 않았을꺼고, 공간을 누가 횡령해가지도 않았을껀데.. 어디에 쓰인지는 모르겠네요. 벤츠는 어떤 식으로 전기차 최적화를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수 있을거 같습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기계장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그 기계장치들이 대폭 간소화되고 사이즈가 작아지고 소음-진동 등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여유공간이 생겼고 그에 따른 새로운 최적화가 필요해 졌습니다. 그리고 그 전기차 최적화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겠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각 브랜드들이 속속 채용하는 데에는 그 이유도 분명히 존재할겁니다.
* 꼭 전기차 전용 플랫폼일 필요가 있나?
많은 기존 내연기관차 회사들이 테슬라의 뒤를 따라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계속해서 전용 플랫폼 전기차량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연기관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BMW지요.
bmw에서 내년초쯤 출시 예정인 전기차 i4 입니다. 기존 4시리즈 그란쿠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다 보니 디자인 형태가 우리한테 익숙한 내연기관의 형태 그대로입니다. 이외에 ix 역시 x5 기반의 전기차이고 bmw의 전기차 라인업은 내연기관 기반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추측컨데, 내연기관 플랫폼을 고집하는 bmw의 목표는 기존 차량을 만들던 노하우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 같습니다. 전기차에 더 잘 맞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더 넓은 실내를 확보하고, 더 많은 배터리를 깔고, 그런것에도 물론 가치가 있지만. 본인들이 제일 잘하는 펀드라이빙을 위한 셋팅을 극대화 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존 내연기관 셋팅을 가져가겠다는거겠죠. 애초에 세단형태가 아니라 안그래도 실내 공간에서 불리한 쿠페를 굳이 전기차로 만드는것부터 해서, i4 첫 공개 동영상에서 일단 드리프트 돌리고 시작하는것만 봐도 bmw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스펙에서는 내연기관 기반 전기차의 불리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bmw에서 배포한 카탈로그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은 83.9kWh, 출력은 250kW, 주행거리는 590km(WLTP)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스펙상으로는 대략 테슬라에 상당히 근접했습니다. (모델y:85kWh, 258kW, WLTP 505km, 모델3:75kWh, 258kW, WLTP 580km, 단 테슬라는 AWD)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고도 테슬라에 근접한 스펙을 가진 전기차가 드물다는걸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부분이 아닐수 없습니다.
사실 아직은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배터리 배치를 어떻게 한건지... 안그래도 작고 낮은 d새그먼트 쿠페에 84kWh 배터리를 깔고 나면, 2열에는 드워프나 고블린 아니면 못타지 않을까요? 드워프한테 팔려고 만든 차는 아닐꺼니, 어떻게든 공간을 쥐어짜긴 했을거 같은데.. 얼른 정보가 공개되서 제 궁금증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네요.
* 반드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좋은건 아니다.
이미 보신 분도 계실것이고, 보기 싫으신 분도 계실터이니, 제가 이 동영상에서 옮겨오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겁니다. 내연기관을 상정하고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에 충분히 신경 쓴 럭셔리 세단을 전기차로 바꿔버리니 차량 고급감이 미쳤다는겁니다. 전 사실 시승도 못 해봐서(대구엔 eg80이 없어요...) 제가 느낀 바는 아닙니다만, 이해는 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전기차들은 주행거리, 배터리, 충전성능 뭐 이런거 하는데 급급해서 nvh에 충분히 신경쓴 차가 거의 없었죠. 그렇다보니 처음 전기차가 나올때 엔진소음에서 해방된 차들이 얼마나 조용해질까 많은 분들이 기대했었지만, 실제로는 엔진소음이 안들리는 대신 다른 소리가 들려서 별 의미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정도 전기차 시장이 무르익고 럭셔리 브랜드들의 프리미엄 세단들이 하나 둘 전기차로 출시되기 시작하니, 이게 또 이야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물론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만들더라도 NVH에 충분히 신경쓸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건 또 어느정도의 시간과 노력, 데이터가 필요한 일일테고. 당장의 시점에서 보자면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동화 한 모델들이 더 유리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건 nvh 뿐만 아니라 차량 전반에 대한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에, bmw의 선택을 이해하는데도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져와봤습니다.
확실히,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노하우를 살리기엔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 보다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게 더 유리할수 있겠죠.
* 오래된 화두, 테슬라냐 기존 자동차 회사냐.
전기차 관련해서 꽤 오래된 화두가 하나 있습니다. 테슬라가 기존 내연기관차들의 노하우를 흡수하는게 빠를것이냐,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테슬라의 기술력을 따라 잡는게 빠를것인가. 테슬라 주주들부터, 전기차에 관심있는 사람들까지, 한번쯤은 궁금해했을 질문입니다.
결국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 질문의 연장선이라고 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전기차에 최적화된 형태가 나은가, 내연기관의 노하우를 살리는게 나은가. 아직은 이 질문에 답을 하긴 이릅니다. 현대-기아의 e-gmp 플랫폼 차량들, 아이오닉5-ev6-gv60까지. 벤츠의 eqs, eqe, bmw의 ix, i4 그 외에도 수많은 차량들이 출시되고 검증을 거쳐야지, 어느정도 윤곽이 보이겠죠.
그리고 어떤 플랫폼이 더 높은 가치의 차량을 생산할지는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사실 앞으로는 의미가 없는 구분이 될겁니다. 앞으로 나오는 모든 플랫폼은 전기차 플랫폼이던가, 최소한 전동화를 충분히 고려한 플랫폼일 가능성이 매우 크거든요. bmw 역시 지금 당장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하지 않을뿐, 추후에는 전기차 플랫폼을 쓸거라고 이야기 했고요. 때문에 현재의 플랫폼 구분, 논쟁, 경쟁은 일종의 과도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별 의미가 없어질 질문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긴 글을 쓴건. 길게 보면 그렇지만 지금 당장 전기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치열하게 고민해 볼수 밖에 없더라고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꼭 필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제 생각에는 그래도 있는게 나은거 같다.. 정도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모르고 제가 알수 있는 부분만 고려해보더라도 그게 더 유리한거 같습니다. 물론 bmw i4가 저 스펙을 가지고, 트롤도 태울수 있는 사이즈로, 5990만원에 출시되면 저는 병신이고 bmw는 신이 되겠죠ㅋ
이런 과도기를 지나고, 수많은 토론과 치열한 연구를 거쳐 완성되어갈 전기차의 최종형태가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현재의 e-gmp 차량이나, eqs, i4 어느 것도 전기차의 최종형태라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요.
별론으로,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회사를 따라잡느냐, 테슬라의 기술이 따라잡히느냐 하는 질문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뻘질문 같습니다. 애초에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차량 완성도를 따라갈 생각이 요만큼도 없어보여요. 니들은 완성도 높은 차 열심히 잘 만들어라, 우리는 ai 개발하고 자율주행하고 화성 갈끄야~~~ 하는거 같아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문이 되어버렸죠..
* 제가 생각하는 전기차의 최종진화 형태.
짧아지는걸 넘어 없어져버린 후드, 실내? 전장=실내길이, 전폭=실내넓이니깐 실내는 대충 2평반? 세계최초로 실내 넓이를 평으로 이야기하는데, 차박은 그냥 귀엽고 살림까지 쌉가능. 배터리는 하부에 넉넉하게 3줄 정도 깔아놨으니, 완충시 1,500km 운행가능. 아 이거 디자인 대박인데 사람들이 이걸 모르네....
첫댓글 저도 생각한건데 정리된 글 보니 좋네요.
맨날 커뮤에서 벌어지는 실내공간 전쟁에서 후륜기반의 드라이빙 성능을 우선해서 그렇다라는걸
전기차면 다 해결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일 마지막 사진으로 해결?됩니다
전기차는 아예 훨사이에 모터가 들어갈수 있다보니 큰 손해 없이도 후륜, 전륜, 4륜 다 쌉가능이지요ㅎ
실제로 다마스 라보 베이스 전기차가 나온다죠ㅎㅎ
그런가요? 그 사실은 모르고 쓴 글이긴 합니다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유익하면서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생각보다 전기차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는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과연 위의 저 유투버인 쇠교수님이 말하는것처럼 전기차는 스파트폰 처럼 혁명이 될건지 아니면 친환경 기술진보 정도에서 끝날지 지켜보는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네요
저도 제 차 사기 위해 지켜보고 있는 분야지만, 나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것 같습니다ㅋ
정리를 상당히 잘해서 쓰셨네요.
문과 인정 합니다 ㅋㅋ
문과도 쓸모가 있어서 다행입니다ㅎㅎ
역시 가독성 좋은 theo 님 글 잘 읽었습니다
3년전 연비 하나만 보고 일본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했고 집밥이 없으면 전기차는 시기상조다라고 판단했는데 요즘들어 이쁘고 가격 착하게 나오는 차들을 보니
점점 다시 뽐뿌가 올라오네요^^
1회 전기 충전으로 800km 갈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지 기대됩니다. 글 마지막에 한바탕 웃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정답 같아서 무릅을 탁 치며 깨닫습니다^^
저도 지금 일본하이브리드 차를 타는데 조만간 전기차로 넘어가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ㅋ
문이과 통합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문과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데 한줌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니로ev를 3년째 타고있는데 급속시간이 15분으로 준다는건 정말 매력적이죠....차값이 더 안떨어지고, 충전비가 내년에 오르겠지만...전기차 나쁘지 않네요
저도 조만간 전기차로 합류하겠습니다.
다마스!!
다마스가 우리의 미래다~~
저는 eqa 예약 걸까 하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관심가는 차가 아니라서 언급이 없었습니다만, 그건 제 개인의 취향이고 평은 좋던데요? 마음에 드는 차 즐겁게 사세요~
배터리 사이즈가 극도로 작아져서 들고 다닐수 있다면 보조배터리로 들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ㅎ집에서 2팩 충전해서 나오면 되는데 ㅎ아마도 시간이 엄청걸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