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산책>
간신, 삼킬 것인가 뱉을 것인가?
입안의 혀보다 눈엣가시를 가까이 하라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첫째, 이중적인 태도의 사람 경계하고
둘째, 정보 채널을 다각화하라
셋째, 직언파는 힘 실어주고 아부파는 공개적으로 배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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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 TV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장남에게 회사를 승계할 수 없는 이유를 묻자 재벌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녀석은 상대가 칼을 품고 오는지, 꽃을 들고 오는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놈이야!” 그렇다면, 여러분은 구밀복검(口蜜腹劍)의 간신과 간담상조(肝膽相照)의 충신, 어떻게 구별하고 계십니까?
진정한 내 편, 언제까지나 내 편이 되어줄 아군을 찾는 것이야말로 용인술의 첫 단추입니다.
중국 전한(前漢)의 경학가 유향은 『설원』의 ‘신술’편에서 간신의 종류를 여섯 가지로 나눕니다.
구신(지위에 안주해 봉급만 축내는 자리보전형 신하), 유신(임금의 뜻을 미리 읽어 한발 앞서 만족시키고 알아서 기는 아첨형 신하), 간신(겉으로만 성인군자인 척하며 속으론 다른 이중인격형 신하), 참신(자신의 잘못을 감추며 리더 등 뒤에서는 분쟁을 일삼아 조정을 어지럽히는 신하), 적신(오로지 권세만 믿어 군주의 명령을 빙자해 위세를 떨치는 호가호위형 신하), 망국신(임금 앞에서는 좋은 소리를 하지만 등 뒤에서는 모함하며 사방에 임금의 결점과 죄악을 떠들고 다니는 신하)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입안의 혀와 같은 간신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간신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문고리를 잡고서 리더 주변을 맴돌며 다른 사람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간신을 어떻게 알아보고 예방할 수 있을까요? 역사의 지혜를 통해 해답을 살펴보겠습니다.
인품 갖추지 않은 사람 경계
먼저, 야심을 채우기 위해선 인륜까지 저버리는 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중국 춘추오패 중 하나인 제환공은 신하를 잘 기용해서 ‘천하의 패자’가 됐지만, 말년에 신하를 잘못 기용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천하의 패업을 이룬 것은 자신의 목숨까지 노렸던 ‘관중’을 등용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집권 후반기에는 간신인 역아·수조·개방과 가까이했습니다.
역아는 자신의 아들을 요리해 제환공의 입맛을 맞추려 했고, 수조는 자신의 생식기를 거세해 환관이 된 인물입니다. 관중은 이들이 욕심을 위해선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라며, 멀리하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제환공도 처음엔 받아들여 얼마간 이들을 멀리했지만 당장 생활도 불편하고, 간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들 간신은 후계자 다툼에 개입해 제환공을 밀실에 가둬놓았고, 제환공은 굶어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다음으로 시기와 무고를 경계해야 합니다.
예전 임금님이 쓰는 면류관에 구슬 줄과 귀마개가 달려 있는 까닭을 아십니까? 바로 시기와 무고에는 귀를 막고, 구슬 줄로 가려보는 것, 즉 들을 것만 듣고 볼 것만 보라는 뜻입니다. 공자는 중상모략과 거짓 하소연에 젖어들지 않는 것이 리더의 ‘현명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적 복종파를 조심해야 합니다.
『한비자』의 ‘찰간술’에서는 간신 감별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하거나, 얼토당토않은 지시를 내려 신하의 본심을 꿰뚫어보는 함정 시험법이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말에도 충간하지 않고 무조건 예스맨인 사람이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이죠. 즉, 무조건 복종파는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도덕성의 측면에서 후대에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현대에는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첫째, 욕심만 채우고 인품을 갖추지 않은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 임원은 인품의 평가 기준 1위로 상하 일관성을 꼽았습니다. 윗사람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아부하면서 아랫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이중적인 사람을 조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랫사람이나 을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고 합니다. 빌 스완슨의 ‘웨이터의 법칙’처럼 상사뿐만 아니라 구성원, 을에게도 일관되게 겸손한 사람은 일단 기본·인품이 됐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정보채널 다각화·다원화는 필수
둘째, 시기와 무고를 경계하는 방법으로 정보 파악의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J사장은 쓸데없는 대면보고 기회를 자꾸 만드는 이가 경계 대상 1호라고 하더군요. 물론 대면보고를 받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필요 없이 눈도장 기회나 만들려는 사람을 경계한다는 것이죠. J사장은 신임 사장이 돼 직원 정보를 다 알 수 없을 때, 전임 사장, 퇴직한 임직원, 제3의 객관적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의 평을 고루 들었다고 합니다. 즉,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선 정보채널의 다각화·다원화가 필수라는 것이죠.
무조건 예스맨은 주의해야
셋째, 무조건적 복종파에 대한 대응인데요. 이 방법으론 직언파에 힘을 실어주고, 아부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배제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B사장은 “돌이켜보니 충신, 즉 진정한 동지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리겠다는 할리우드 액션파가 아니고,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부정적인 사람도 아니고, 목표에 있어 이런 장애물이 있으며 이런 대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간신 퇴치법의 요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유유상종입니다. 동지가 몰려드는 것도, 간신이 몰려드는 것도 리더 하기 나름입니다. 입안의 혀보다 눈엣가시를 가까이할 때, 신뢰의 동지가 모입니다.
김 성 회 소장 CEO 리더십 연구소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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