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루카 복음 10장 13~16절
-김기현 신부
결과보다 성실히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춥시다.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코라진과 벳사이다 백성들에게 많이 실망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은 관심과 기적을 베푸셨지만 전혀 회개의 자리로 나아오지 않는 그들을 보고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나셨던 거 같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저도 사목을 하면서 조금 느낄 때가 있는데요. 아이들과 모임을 30분 정도 갖다가 1시간 30분 정도로 늘리려고 했을 때 몇몇 아이들이 마음이 없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를 대며 ‘안 된다.’고 할 때 마음에서 화가 불쑥 올라왔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레지오 모임이 4개 있는데, 저희 본당의 주 단체라 관심을 가지고 돌보려고, 한 주에 한 쁘레시디움씩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면 네 쁘레시디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요. 시간을 내고 관심을 가져도 참여율이 떨어져서 어떤 주간에 3명 나온 쁘레시디움과 함께 기도를 하기도 했고, 공소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두 주나 레지오를 못하게 되어 참여를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좀 더 꾸준히 사명감을 갖고 하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던 거 같습니다.
또 여기 본당에 오면서 평일 미사를 늘렸습니다. 성모신심미사, 성체신심미사, 새벽미사, 공소미사 등을 만들었습니다. 신자들을 위한 미사이지만 그다지 호응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함께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은 꿈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 자리 수라도 넘으면 다행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예비자들과 교리를 하고 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 정도 모임을 하다보니, 어찌보면 제일 많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모임인지도 모릅니다.
모임은 저녁 같이 먹고 교리하는 식으로 하는데요. 밥은 돌아가면서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거창하게 말고 간략한 식단으로 준비해서 먹는 걸로 약속하고 일단 저부터 준비했습니다. 김치찌개와 전날 다 먹지 못한 고기를 구워서 내놓았는데요. 저만 맛있게 먹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예비자 자매님, 형제님들 집에 가서 밥을 먹었구요. 그 다음으로 신자분들 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다보니까 예비자와 신자들 간에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편안한 자리에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소그룹이라 그런 건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밥을 먹고 교리를 하는데요. 늘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사도신경하고 주모경을 잘 외우고 있는지 물어보는데요. 잘 외우고 계실까요? ‘
나이가 있어서 외우기가 힘들다...’ 는 얘기는 많이 하시지만, ‘정말 집중해서 30분이라도 외워 본적이 있냐?’ 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십니다.
그게 한 주 한 주 반복됩니다. 아무런 진전도 없고 노력도 없는 거 같습니다. 성당에 다니고자 하는 열망과 신앙생활에 대한 마음은 있지만, 그에 필요한 대가는 전혀 치르려 하지 않으시는 거 같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 화가 나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없어진 거 같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도 배신하는 사람이 있었고, 예수님이 치유해 준 열 명의 나환자 중에도 한 명만이 돌아와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는데, 내가 뭐라고 더 큰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도 회개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백성들을 보고 화를 내셨지만 그 감정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셨는데요. 그 모습이 저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주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신자 분들의 변화나 어떤 결과에 상관없이 그저 노력하고 성실히 일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인 거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떤 신부님이 스키장에 갔었나보다. 어떤 분들이 단체로 오야대라고 써있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신부님이 인사말로 “오야대에서 단체로 오셨나봐요~” 했더니, 그 사람이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한다.
“아니요, 오후. 야간. 대인의 줄임말인데요...”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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