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왜 이리 허전할까?
글-德田 이응철(강원수필문학회)
바다낚시를 하던 예전이 생각난다. 토요일 오후 시간이 넉넉할 때면 낚시를 나간다.
영을 넘어 춘천에 가지 못할 때면 뭐니뭐니해도 낚시가 최고다. 새벽이나 저녁으로 낚시질을 하면 시간에 쪼들린다. 고기는 주로 새벽과 해저물녁에 마구 앞다투어 올라온다.
조급증에 시달린다. 직원회의 시간이 닥쳐오는데 살찐 추어들은 마구 내 초리를 흔들어댄다. 시간이 충분치 않을 때 몸부림치는 파라다이스는 주말이 아니던가! 추석을 전후로 바다는 도미새끼 배도미가 떼로 몰려온다. 그러나 녀석들은 영리하다. 용케도 주말을 알아보고 잡히지 않는다. 그럴 때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고기가 있어 벗한다. 쓰잘데 없는 녀석 망둥어나 복어(복쟁이)들이다.
제법 손맛도 있어 침묵을 깨뜨리며 올리면 이녀석들이 아닌가! 실망 반 웃음 반으로 녀석들을 다시 바다로 던진다. 시간이 흐른다. 다시 초리가 요동을 친다.??? 다시 힘차게 올리면 망둥어나 복어가 또 나를 놀려댄다. 그러나 한참 후 아무 것도 내 낚시를 건드리는 녀석이 없을 때 그야말로 지루하기 그지 없다. 마치 호수낚시처럼 나는 석고상이 되어 인내로 앉아있음은 그 얼마나 고독하였을까? 참아내야 한다.
오늘 새벽 허전하다. 마치 망둥어나 복쟁이가 잡히다가 안잡히던 그 때와도 같다. 낮달은 어떨까?
물론 나는 교단에서 정치경제를 가르치면서 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교단에서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여론정치라고 힘주어 가르쳤다.민심은 천심이니 그저 여론을 바탕으로 한정치라 인물위주가 아니고 정책위주로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그 얼마나 입이 닳도록 고3 교실에서 강조했던가!
안철수가 스스로 사퇴를 했다. 물론 그가 사퇴한 것과 나와는 무관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허전함이 밀물처럼 스쳐온다. 왜 그럴까? 그는 정당도 없는 무소속으로 나와 새정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뿌리가 없이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울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임을 알면서도 어찌 이렇게 허전하단 말인가! 설명할 수 없이 그의 사퇴가 새벽 나를 허하게 만든다.
분명 그는 새로운 사람이다. 새정치를 할 사람이다. 부패한 정당이라면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정권을 잡아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새롭게 이 나라의 정치를 한단계 업시키지나 않나 하는 희망이 사라져 냉한 새벽에 전신을 스치는 안철수 바람이 나를 슬프게까지 한다.
가긍스럽다. 정치싸움에 끼어든 선량한 안철수 라는 배가 몇미터 나가지 못하고 침몰하다니-.
그가 대학생들의 우상으로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가 최고조에 달할 때 많은 사람들은
빨리 대통령후보로 그가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조급해 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신중했다. 경솔하지 않았다. 심사숙고를 하고 또 한 후에 거취를 발표하던 그가 울먹이며
국민과의 약속으로 물러나겠다고 한 간밤의 발표는 어쩜 당연하다고들하지만 허전한게 솔직한
심정이다.
모임에 나가면 나이가 들수록 그를 경멸하고 입을 모아 나무랄 때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나에게 의견을 물으면 최근 내가 잘 쓰는 그러려니 하라고 간단히 멘트를 할 뿐이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받침이 되어야 함은 지론이다. 그러나 그는 때묻지 않은 정치인이 아닌가!
우리나라 인터넷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60일간의 니전투구에서 밀려났지만 허전함이 스친다.
아침 J 조간신문 첫머리에 정권교체 위해 백의종군-새정치의 꿈 잠시 미뤄란 부제가 눈에 띈다. 잠시 미뤄란 말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 곁에 굳게 다문 모습이 고뇌하는 아그리파상처럼 정치면의 한쿼터를 장식하고 있다.
오늘 아침 나의 부심한 모습을 자신이 내려다 보면서 내 한표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돌아본 날이다. 분명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치 역정 60여년에 처음으로 의미있는 제 3의 기운이라 혹자는 평했다. 신은 아직 그에게 시기상조라고 밀어넣은 모양이다. 그의 기운은 잔존해있다.
내가 장본인이라고 큰소리치지만 안타까움이 바람처럼 나를 흔들고 있다. 이론과 실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 과연 남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왜 오늘 새벽은 이리도 허전함이 전신을 파고들까? 당에서는 떨어진 이삭 주우려고 교언영색들을 하겠지? 모든 사람이 그리 멀지도 않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기분이리라. 과연 계란을 바위치기인 제왕적인 대통령제의 폐단에 그 누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자문해 본다.(끝)
첫댓글 진즉에 사퇴를했더라면,좋왔을텐데.이젠...늦어도 한참늦었으니...
신선한 메시지를 전하며 희망을 얘기하던 분이 60여일간의 정치를 접는 고별사!
허전한 마음에 동감하며 눈앞에 그려져 보이던 푸른 희망의 끈을 놓친듯 해 아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