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답사 기행 3일간의 여정은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 이루어졌다. 토요일 용산역 발 무궁화호 첫차를 타고 순천역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되었다. 이날은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이 열리는 운명의 그날이었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내에 드는 순천만 자연 습지 보존지역은 전라남도 순천의 새로운 학습의장이자 관광자원이었다. 무수하게 우거진 갈대숲과 짱둥어, 농게, 방게들이 연출해 내는 모습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창녕의 우포늪에 이어 순천만의 자연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인 만큼 국가적으로 잘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가장 원시적인 자연생태 환경이 지구의 원래 모습이었을 것이다.
순천시 낙안면에 자리잡은 낙안읍성은 왜구의 침입이 빈발하자 조선태조 6년인 1397년 이 고장 출신 김반길 장군이 축조한 성이었다. 낙안읍성이 유명해진 이유는 조선 인조 4년, 1626년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재직하면서 선정을 베풀어 더 유명해 졌다고 한다. 낙안읍성의 특징은 성곽내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나라의 성곽이 주로 산성인데 반해 낙안읍성은 마을을 감싸고 평지에 축성했다는 것이 특이 했다. 그리고 실개천을 이용한 헤자도 지형지물과 자연을 이용하여 자연스레 만들었다. 객사와 동헌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다음에 찾은 곳은 삼보사찰로 유명한 송광사 였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곳이기도 하지만, 약 1,300년 전 신라 말기 혜린선사가 창건했고 고려의 보조국사가 중창한 이래 16국사를 배출한 승보 종찰로서 오늘날에도 조계총림이 개설되어 많은 스님들이 수도 정진하고 있는 명승대찰이었다. 첫날의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 짖고 월드컵 대한민국과 그리스전을 보기 위해 순천시내로 되돌아 왔다. 점심과 저녁을 먹었는데 점심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욕보 할매집에서 먹은 쭈꾸미 철판구이가 일품이었고 저녁은 쌈 보리밥을 별미로 먹었다. 이날 대한민국은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했다. 답사팀 일행은 밤늦게 까지 자축연을 가졌다.
둘째날, 아침 일찍 기상한 일행은 해남 땅끝 마을로 향했다. 땅끝마을로 가는길 중간 중간에는 기름진 황토색깔을 띈 남도의 들판에서는 아낙네들이 수확하는 마늘과 양파가 즐비하게 늘어서, 고요한 바다 풍경과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최남단 땅끝은 34도17분21초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땅끝에서 바라보는 보길도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기상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듯 오고가는 유람선과 어선들의 물살에는 힘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섬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 다도해,,, 보길도 앞에는 노록도가 있었고 옆에는 넙도가 자리잡고 있어 한폭의 동양화가 연상되기도 했다.
땅끝을 빠져나와 찾은곳은 녹우당 이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시조시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산 윤선도가 당쟁과 벼슬을 마다하고 향리로 내려와 보길도를 오가면서 시문에 전념한 사저가 녹우당이었다. 고산 윤선도는 시조문학뿐만 아니라 조경문화에도 조예가 깊어 정원을 잘 가꾸어 놓았고 금쇄동과 문소동, 수정동을 오고가면서 시가인 산중신곡을 남겼고 보길도를 오고가면서 오우가와 불후의 명작인 어부사시사를 남기기도 했다.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는 조선 중엽의 3재(겸재,현재,공재)의 한사람으로서 불후의 명작을 많아 남겼다. 특히 그가 그린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녹우당 고산 기념관에 원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녹우당을 나와 답사팀 일행은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였던 초당산방으로 향했다.
정약용선생이 귀양지에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의 왕따가 너무심해 산중으로 거처를 옮긴곳이 초당 산장이다. 추사 김정희는 정약용의 인물을 기려 정약용이 거주하는 초옥에 보정산방이라는 친필 현판을 써 주기도 했다. 그 현판이 지금도 원본 상태로 걸려 있었다. 정조는 정약용을 매우 중용했다. 그러나 정조가 붕어한 후, 신유박해로 관직을 박탈당하고 경상도 유배길에 올랐고,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인해 전남 강진군에 유배되자 외가의 도움으로 다산초당을 짖게 되었고 1808년 부터 1818년 까지 머물면서 50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유명한 목민심서, 흠흠심서, 경세유표도 이 시기에 태어난 작품들이다. 다산초당에는 4景이 있었다. 암벽에 새긴 “丁石”이라는 글자와 차를 끓여 마셨던 넓적한 바위인 “다조”,그리고 다산이 직접 팠다는 우물인 “약천” 마지막으로 다산이 직접 파서 만들어 놓은 “연지석가산” 이라는 조그마한 연못과 연못속에 만들어진 조그마한 돌산인 석가산, 다산은 이 연못에 잉어를 키우며 저술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해남군에서 유명하다는 천일식당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나서야 둘째날의 일정은 이렇게 끝났다.
마지막날, 일행은 영암으로 향했다. 산세가 빼어나고 풍광이 아름다워 호남의 해금강이라고 불리우는 월출산 도갑사를 찾아가기 위해서 였다. 신라의 4대 고승 의 한분이신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써 국보2점(마애여래좌상, 해탈문) 보물2점( 문수보현 보살상,석조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해탈문은 중수공사가 한창이었고 다른 보물은 초사흘 법회로 인해 끝내 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음양오행중 火의 기운이 가득한 영암 월출산은 그야 말로 남도 답사의 대미를 장식하게 해준 아름다운 산이었다. 문득 갓 하춘화가 부른 영암아리랑이 떠오르기도 했다. 공재가 살아있었다면 진경산수화를 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월출산을 떠난 일행은 나주시에 도착해 나주향교와 금성관을 둘러보고 유명한 나주 곰탕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용산행 무궁화에 몸을 실었다.
2박3일간의 남도 일번지 답사 여행은 갑작스레 다가왔다. 일행은 모두 네명이었고 전라남도 순천, 보성, 벌교, 장흥, 강진, 해남, 영암, 고흥, 나주등을 거쳤다. 가는곳 마다 친절하고 정갈한 음식을 차려주었던 식당과 숙박업소 종업원들 , 그리고 길 안내를 매우 친절하게 해주셨던 현지 주민께도 감사를 드린다. 특히 전라도가 고향이 아닌 분들께는 이번 여름휴가는 자녀들 학습 겸, 남도 일번지를 답사해 볼것을 권유 드리는 바다.
첫댓글 경산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가끔 들리는 곳들이네요, 좋은곳들 너무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