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나스 /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나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첫댓글 7-80년대 서울거리엔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조성돼 있었죠.
봄엔 꽃가루로 여름엔 송충이로 힘들게 해서
불편했는데, 어느 날 읽은 김현승님의 이 시는
플라타너스 이미지를 아름답게 바꾸어 놓더라구요.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옛 시절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