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늘자 학생 줄었지만 골프 명문 부상…뮤지컬도 인기
석탄산업이 호황기였던 70~80년대 갈래초등학교는 정선군 고한읍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였다. 당시에는 2000명이 넘는 학생들로 학교가 북적였다. 3층 건물 3개동으로 이루어진 갈래초등학교 건물은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해준다.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폐광이 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갈래초 학생수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2008년 인근의 고한초등학교가 고한 읍내로 이전해 오면서 갈래초 학생수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읍내 아파트와 주거지들과 고한초의 접근성이 좋다보니 자연스레 학생수가 줄어들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헌신적인 동문회 지원에
‘골프 명문’학교 부상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학교가 침체를 겪자 위기의식을 느낀 동문회가 먼저 나섰다. 갈래초 동문회와 교직원, 학부모들이 학교를 특성화시킬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동문회 등은 당시 붐이 일고 있던 골프 교육을 학생들에게 시켜보기로 하고 재원 마련에 나섰다. 다행히 인근에 위치한 하이원 리조트에서 지원을 해줘, 남는 교실을 이용해 골프연습실을 만들었다. 동문회는 내부 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의 골프교육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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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내 최정상급 여자프로골퍼 장하나 선수가 학교를 방문, 학생들에게 골프 자세 등을 지도해 주기도 했다. |
또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주 1회 골프 교육 외에도 골프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2010년 골프부를 창단했다. 이 과정에서도 동문회의 헌신적인 노력이 빛났다. 동문들이 직접 나서 포항 호미곶에서 학교까지 도보로 후원모금을 진행하는 등 갈래초 골프교육을 지원했다.
이같은 결실로, 2010년 창단한 갈래초 골프부는 2012년 전국소년체전 단체전 준우승 및 개인전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역시 단체전 3위에 오르는 등 단숨에 골프 명문학교로 발돋움했다.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 ‘골프유학생’이 찾아올 정도다.
이승열 교감은 “골프는 운동으로서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시골 마을의 작은학교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굴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문회는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악기 교육을 위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동문회는 또 다시 후원금을 모아 학생들을 지원했다.
갈래초의 새로운 실험
‘뮤지컬 교육’도 인기
골프특성화 교육을 통해 큰 성과를 얻기도 했던 갈래초는 다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음악활동과 연기, 그리고 학생들의 협력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뮤지컬 교육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처음 학부모 제안으로 추진한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통해 시작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뮤지컬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조석원 강사가 정선에서 귀촌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학부모의 주선으로 강사섭외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방과후 시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뮤지컬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현재는 본격적인 노래나 연기 수업 보다는 기본적인 리듬, 박자를 타는 연습을 놀이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수업에서는 조석원 강사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학생들이 각자 동물을 선택해 그 동물 흉내를 내며 동물 이름을 말하면 호명된 학생은 박자에 맞춰 해당 동물의 몸짓을 하며 또 다른 동물의 이름을 부르는 식의 ‘자기소개 게임’과 유사한 놀이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기본기를 기르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일단 올 여름 방학에 있을 캠프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방과후와 토요일을 이용해 뮤지컬 수업에 열심이다. 학교는 뮤지컬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와 성과 등을 지켜본 뒤 고한중학교와 연계해 뮤지컬을 좋아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학생들에게 진학 이후에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연기자를 꿈꾸고 있는 6학년 김율희 학생은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즐겁다”며 “아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친한 친구들 앞이니까 부끄럼 없이 편하게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자율성만큼
즐거운 동기는 없다”
갈래초 교육의 특징은 학생들이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사나 학부모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좋은 교육도 학생들이 원해서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계획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학교 어린이 회의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어떤 동아리를 만들 것인가’, ‘올해 수학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가’, ‘체육대회 종목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등을 직접 논의해서 결정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원하는 동아리를 새로 만들고, 수학여행지를 정한다. 자신들이 직접 정한 것이기 때문에 관심과 책임감도 그만큼 높다.
교무부장 엄명섭 교사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교사들이 실행 가능성 등을 논의 하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라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올 초 어린이회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원칙과 보관 방법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등에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교무실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대신 반별로 보관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생활도 즐겁게 해나갈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결정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6학년 이정헌 학생은 “동아리나 수학여행 등을 학생들이 직접 의논해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우리가 결정하는 것들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요구 같은 것들이 나와도 회의를 통해 조정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학교는 원어민 교사를 통한 1:1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하면서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나랏말 사랑’ 교육에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독서교육을 국어교육과 표현력 기르기까지 될 수 있도록 연결한 것이다. 학년별 수준에 맞게 말하기·글쓰기·책읽기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학생들이 각종 공모전이나 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지도와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승열 교감은 “구상만하고 생각만 하는 아이로 키워서는 안 된다. 꿈이 있으면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서 배워보고, 크고 작은 경연이나 대회에 나가고 직접 부딪혀보면서 경험을 해 나가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꿈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북돋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작은학교는 너무나 적합한 공간”이라며 “지금은 성인이된 내 자녀들도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분교에서 생활하던 때를 잊지 못해 늘 이야기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래초 학생들도 평생을 간직할 기억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가고 있다.
강원희망신문 2014.04.21(월) 13:48
박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