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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 등과 아울러 부산에서는 산재 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도 있었다. 위령 성월에 특히 부당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삶과 죽음의 연결 고리를 더욱 생각하게 한다.
안식년을 얻은 어느 해, 나는 1년 기간이더라도 정규 과정 공부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의 장례문화학과에 등록하였는데, 굳이 불교대학원에 설립된 과를 선택한 이유는 그 부문을 다루는 곳이 거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여름방학에는 유럽의 장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묘지와 장례 테마 여행을 하였다. 아주 유익하였고 특히 수목장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게 하였다.
수목장을 처음 시도한 스위스 취리히 현장을 방문한 후, 독일의 다름슈타트에 있는 첫 수목장 상업 회사인 프리트발트를 방문하기도 하여 자세한 안내를 받았는데, 수목장을 대하는 독일인들의 매우 인상적인 시도들을 대하게 하였다.
일단 수목장은 먼저 나무를 선택해야 한다. 큰 나무 중에서 고르는데 그 아래에 유골함을 묻을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유골함을 묻은 다음에 그 위에 나무판과 둘레를 나뭇가지로 장식하여 고인의 삶을 추모케 한다. 며칠 뒤에 나무판은 걷어내고 나무에 고인을 표시하는 메달을 고정시킨다. 그런 다음이 중요한데, 유골함은 전분으로 만들어져 30일 이내에 전분 유골함이 녹아 버려 유골은 자연스레 땅속으로 스며든다. 즉 자연으로 돌아가 나무의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생긴 크기의 유골함에 유골을 담는다. 이 유골함의 특징은 전분으로 만들어져 땅에 묻히면 3주 내에 땅에 흡수되어 유골 역시 땅으로 스며들게 된다. ⓒ조욱종
(왼쪽) 수목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그 둘레에 나뭇잎을 깔아서 위치를 알려준다. (오른쪽) 나무 아래 파 놓은 구덩이에 유골함을 넣고 난 뒤에 입구를 나무 토막으로 덮어 둔 모양. ⓒ조욱종
바로 이 점이 독일 주교회의의 수목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낳게 하였다. 즉, 유족들이 나무에 고인의 영이 스며든다고 받아들이는 범신론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그것이다. 그래서 프리트발트 회사는 가톨릭이 많은 독일 남부에서는 영업이 잘 안된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도 이 점을 유의해 볼 필요가 있겠다. 왜냐하면 2016년에 한국 주교회의가 수목장을 교회 내 장법 중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바로 범신론적 사고에 빠질 위험성을 지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안내원이 아름드리 아주 큰 나무를 보여 주면서 그 나무에 꽂혀 있는 메달 수를 세어 보라 하였다. 거의 10개에 가까운 메달에 제각각 이름들이 적혀 있었는데 다 성이 달랐다. 가족이 아닌 셈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인가?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라 신앙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같이해 온 사람들의 공동의 선택이라 하였다. 사는 동안에 뜻을 함께하며 같은 실천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은 살아서 수련하며 실천한 방향을 죽은 다음에도 이어 가리라는 선언을 한 셈이다. 그렇다 하여 그들이 극단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부연 설명해 주었다. 오히려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사람들 그러나 투철한 신념으로 흔들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수목장에 공동의 묘지가 있다는 의외의 반전은 수목장 자체가 장법의 새로운 개척이요 자연을 보전하려는 적극적인 발상인데, 그에 더하여 죽음을 삶에서부터 연결시키는 신앙 고백을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시도로 받아들였다. 갖가지 참사로 침통한 이 시대에서 위령 성월을 맞아 다시금 떠올린다.
참고 : 위령 성월에 걸맞는 직접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특히 수목장에 대한 자료를 나름 풍부하게 실어 놓은 자료가 필요하다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게재했던 졸고 중에서 '장례 이야기 4', '장례 이야기 5'를 보시면 됩니다. 검색창에서 ‘수목장’을 입력하시면 됩니다.
조욱종 신부(사도요한)
부산교구 은퇴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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