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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펀드 창구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목표 전환형 펀드가 눈길을 끈다. 투자 시장에서 ‘중(中)위험-중(中)수익’이 화두가 되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목표 전환형 펀드의 설정이 늘어나고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는 양상이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사전에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고 주식 등 변동성이 크고 기대 수익률도 높은 자산에 투자한 후, 수익률이 목표에 도달하면 채권이나 유동성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전환해 달성한 수익률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현재 100여 개의 목표 전환형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랜 저금리로 목표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에 장기간 투자하는 데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어렵게 환매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운용이 성공적이라면 1년간 목표한 수익률을 짧은 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매 시기를 놓쳐 기왕에 달성한 수익률을 까먹을 위험도 없다. 지난 3월10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목표전환 펀드’가 목표한 8% 수익률을 달성해 채권형으로 전환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펀드가 설정된 지 약 40일 만이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에 1년 수익률로도 꽤 높은 9.39%의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채권형으로 전환되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 하락 고민 없이 다음 투자를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됐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전략에 따라 목표 수익률이 다르고 위험 수준도 다르다. 예를 들어 3월3일 출시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 코리아 롱숏 목표 전환형 펀드’는 6% 수익을 목표로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에 운용되던 ‘코리아 롱숏’ 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당연히 롱-숏 펀드의 운용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목표전환 펀드’는 태양광·풍력 등 클린에너지와 관련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이 펀드의 위험도 여타 해외 주식형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클린에너지라는 섹터의 수익률-위험 구조와 궤적을 같이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운용 방식은 증권사 상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증권의 랩 상품인 ‘현대에이블(able) 플렉시블(Flexible)e-ETF랩 목표 전환형’의 경우 고객이 정한 7~10% 수익을 달성하면 단기 유동성으로 전환하는 상품으로 2012년 설정된 1호의 경우 17일 만에, 4호는 66일 만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다.
목표 전환형이 항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원금 보존 추구형 펀드가 항상 원금이 보존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펀드에 투자하면서 ‘목표 전환’이라는 수식어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일반 펀드에 고객의 환매 시점을 명확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부가가치를 더한 것일 뿐 새로운 수익 획득 모형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모든 목표 전환형 펀드는 수익률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일반 펀드와 다르지 않다. 목표 수익률이 달성되면 수익률을 보존해 환매 시점을 놓쳐 기존 수익률을 까먹을 위험을 줄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목표 전환형 펀드에선 투자하는 대상이나 가입 시점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목표 전환형 펀드를 출시해 성공적으로 운용했던 운용사들도 전환을 하지 못한 목표 전환형 펀드들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일정 기간을 두고 청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년,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목표한 수익률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는 펀드는 청산되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일반 펀드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목표 전환형 펀드의 경우에도 선택할 때는 투자 대상이 무엇인지, 해당 자산에 대해 충분한 운용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목표 전환형 펀드 중 지수가 최고점이었던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이후 박스권에 진입한 2013년에 설정됐던 것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전환형이지만 전환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다.
투자자가 분명한 목표 수익률을 가지고 있고 투자한 펀드가 적정한 수익을 냈을 때 환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목표 전환형 펀드에 가입하지 않고 각 운용사의 대표적인 펀드에 가입해도 무방하다. 물론 단기에 목표 수익률에 도달한다면 채권형 펀드나 유동성으로의 전환을 통해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는 목표 전환형 펀드가 유리하다. 펀드를 선택할 때는 화려한 레토릭보다는 본래의 운용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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