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밑의 글은 일간 스포츠의
기자카페 중 '천일평 코너'에서 그 기자분이 쓴 기사인데요,
이 분이 삼성이 우승해야 한다고 펴신 주장을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삼성이 프로야구계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하지만 그게 프로야구
전체를 위한 투자는 아니었잖아요?
예전 삼성 광고에도 있었지만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라는
모토처럼 우승을 한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있는건 돈뿐인지라
가난한 구단에 돈 건네주고 좋은 선수들 데려간거잖아요.
꼭 야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삼성이 보여준 행태는
정말 심할 정도죠.
그리고 오늘 동아일보 보니까 5차전에 대해서 기자들이 심판 판정에
의혹이 있었다고 써 놓았더라고요.
박연수 타석 때 삼진인데 파울 선언을 했다는 것과, 이종열 도루 때,
아슬아슬한 타이밍이라서 아웃을 선언해도 무방했다고요.
왜 이분들은 4차전에서 유지현 선수가 글러브가 아닌 브리또 몸으로
태그를 당해서 아웃된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까요....
피해의식인지는 몰라도 이제 심판도 못믿겠고 기자들도 마찬가지네요.
다들 삼성 우승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거 같아서요.
6차전, 7차전 때, 우리 선수들이 도루를 할 때 결정적인 순간에
심판들이 아웃을 선언할지도 모르니까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 다녀 오느라 자리를 비웠습니다.
여드레 동안 추위와 바다바람이 심하게 불어 고생했습니다.
저야 가지고 간 승용차를 타고 다니니 그다지 지장을 받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자원봉사자, 관계자들이 아주 힘들었죠.
날씨가 예년보다 갑자기 추워진 점도 있지만 처음부터 대회 기간을
비장애인들의 부산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늦게 잡은 잘못이 컸지요.
두터운 담요에 겨울 코트와 점퍼를 입은 모습을 보니 마치 동계
아시안게임이나 동계올림픽을 치른 듯 싶습니다.
부산에 있는 동안 경기장을 돌아다니느라 우리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와 미국 월드시리즈는 TV로나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식만 들었습니다.
월드시리즈는 제 소망대로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극적으로 4승 3패로 제치고 우승하더군요.
제가 비교적 잘 아는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이겨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당초 예상은 4승 2패였는데 최종 7차전까지 가 마음을 졸였지만
어쨌든 대단한 시리즈였습니다.
2승 3패로 뒤진 6차전에서 7회초까지 5-0으로 지고 있다가
7회와 8회말에 각각 3점씩 뽑아 이기는 과정을 보니 기막힌
드라마였습니다. 월드시리즈 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승이라고 하더군요.
이전 글 <소시아 감독을 믿습니다-애너하임 우승> 에 대해 어느 분은
<잘 읽고 있습니다>라는 리플을 올리면서 내용 중에는 애너하임 타자
중 제가 점찍은 기대주 어스태트, 스피지오 등 외에 앤더슨 등
본래 주축 타자들이 빠졌다고 지적했는데 저나 그 분이 이야기한
선수들 모두 대단한 활약을 펼쳐 더욱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의 글은 이틀만에 갑자기 사라져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산이나 미국 이야기는 그렇고 이제는 대구와 서울에서 열리는
2002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하렵니다.
먼저 저는 우리 프로팀에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팀이 없습니다.
야구기자로 20여년간 일하면서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지도자나 선수는
있어도 팀 자체는 철저하게 하나같이 덤덤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독자 중에서는 제가 예전에 해태나 서울 팀을 편애하고 삼성은
맨날 씹는 기사만 쓴다고 질책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해태 기사를 많이 쓴 것은 해태가 당시 최강팀으로
자주 다루어야 할 팀이어서 그랬고 서울 팀은 지방 팀에 비해
이야기거리를 많이 제공해 그랬을 뿐이었습니다.
삼성은 현재의 김응룡 감독과는 제가 기자 생활하기 이전부터
잘 알던 사이이고 예전의 정동진 감독과는 동년배로 같이 야구를
했으며 우용득 감독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후배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이만수와는 지난해 제가 직접 개인적으로
찾아 가 만날 정도이고 양준혁 등 몇몇 선수들과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입니다.
제깐에는 어느 누구보다 공정한 관계를 8개 구단과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점에서 애너하임의 우승을 바라거나 예상한 것처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LG 둘 중 하나를 찍어 본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 글이란 핑계로 개인적인 소견을 밝혀 보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삼성이 우승하기를 바랍니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김응룡 감독과 친분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김성근 LG 감독과도 친합니다.
26년전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 감독을 맡을 당시 저는 한국일보에
연재하는 <이력서> 시리즈에 무려 45회 가량 김 감독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력서>는 당시 유명 정치인이나 예술가 등의 이력과 뒷 이야기를
독자에게 알려 상당한 인기를 끌던 연재물이었습니다. 체육인으로는
손기정 선생님 정도가 게재됐습니다.
김성근씨는 재일동포로서 1962년에 귀국한 후 동아대학-기업은행-대표팀
에서 좌완투수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대표팀 최연소 코치를 맡았고 충암고를 전국 최강 팀으로 키운
지도자였으며 한국 신문 사상 처음으로 전문 야구 해설위원으로
일간스포츠에 관전평을 쓰면서 예리한 비평을 했기에 저는
김 감독에게 반해 선배들과 체육부장에게 추천한 것입니다.
그후에도 재일동포로서 외로움을 심하게 겪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삼성의 우승을 바라는 것은 당위성 때문입니다.
야구팬들은 잘 아시다시피 삼성은 1982년 프로 출범 이래 85년에
한국시리즈 없이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한 외에는 7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도 한번도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프로 구단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삼성 그룹이 제일주의에 젖어 어느 분야에서건 일등을 한다는 게
꼴보기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프로 스포츠가 투자 많이 하는 팀만이 챔피언에 오른다면
그게 무슨 프로이고 경쟁이 필요한 스포츠냐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을 압니다.
또 삼성이 그동안 비정하게 야구 관계자들을 짜른 적이 많아 애 좀
먹어 보아야 한다는 사람도 제법 됩니다.
그러나 삼성이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투자를 했으면서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한번 못했다는 것은 동정 받아 마땅하고
(이 표현에 화를 내는 삼성맨들에겐 죄송합니다) 20년 동안 장기적인
투자를 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그동안 적은 투자로 프로스포츠팀이라고 생색을 낸 구단이
“프로는 확실히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구나”라고 체감할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은 이번 우승을 기해 보다 많은 투자로 프로야구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압니다.
직접 우승에 기여할 선수들 하나하나의 자세도 예전과 달라져 기대를
걸게 합니다. 이기주의가 상당히 사라졌고 자신감이 넘쳐 보입니다.
자기 변명과 일방적인 판단으로 주로 이어진 글을 읽어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일간지 고참기자가 특정팀을 지목해 우승을 하길 바란다는 개인적인
심경을 밝힌 것은 어떤 비난도 받겠습니다. 잘잘못을 지적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