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이렇게 글을 남기는거.
예전엔 서너번 이곳에 글도 쓰곤했었는데
그만큼 영국땅에 사는데 급급하다는 소리겠지.
이곳에서 맞는 두번째 겨울이다.
벌써 발이 시린걸 보니 이번 겨울에 꽤나 관절 아플것같은 예감이 든다.
시간 참 빠르다. 뭘했는지도 모르게 후딱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참 많은 추억과 웃지못할 해프닝, 그리고 황당한 경험들.
특히 오늘처럼 잠 못이루는 밤엔 더더욱 많은 생각이 난다.
난 이땅에 와서 무엇을 했는가.
영어? 큰 수확이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싶다.
워낙 기본없이 시작한 공부이기에 이정도 는것두 감사히 여겨야 하나부다.
남들은 대학이다 콜리지다 에세이 쓰구 논문쓰는것 보면
나도 과연 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자신없다.
이제 겨우 내 의사표현 정확히 하려고 발버둥치는 나에겐 그건 너무나 큰산일것이다.
나 뭐하며 살았지? 솔직히 열심히 쏘다니고 열심히 놀았다.
적은 나이가 아니기에 언제 또 해보겠냐는 식으로.
덕분에 남부럽지않을 만큼 많은 외국친구들이 생겼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기에
가끔은 내가 왜 이땅에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거겠지.
뚜렷한 목적과 뚜렷한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다들 자기 목적과 방향에 맞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저 친구들과 시간만 보내는것 같다.
그나마 영국애들하고 노니깐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한국사람을 멀리한것두 아닌데 아는 한국인이 그리 많지도 않고
아는 한국사람들도 하나씩 하나씩 귀국하고 나니 썰렁한 그자리가 이번겨울 나를
더욱 춥게 만들것 같다. 다시 잡이나 구해볼까?
하자니 용돈벌고 좋지. 근데 한국들어가면 죽어라고 일복 터질텐데 여기서 잡일하는걸루
무슨 경험이 되고 무슨 이익이 될까. 그렇다고 그냥 놀기도 참 비싼나라구.
근 2년가까이 이생각에 싸여 살았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남들 안하는거 찾아 해보기도 하고 시도해보기도 하고 이거저거 손대다가 수습안되서
골치도 썩어보고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은 영국생활이었거늘.
시간이 지나면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에게 피해를 받고 결국 한국사람에게 도움도 받는다는걸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았다. 영국땅에서 영국인들과 어울려도 하루 한번도 한국얘길 안한적이 없었지. 그만큼 자랑하고 싶은 내 조국인 동시에 영국문화와 개인주의에 조금씩 젖어드는
나만의 발버둥이랄까. 때론 생각해본다. 내가 영국인으로 태어났으면 정말 사는재미가없을거라는. 펍, 맥주, 맛없는 음식, 타인에게 거리를 두는 섬사라의 전형적인 사고방식. 부모님게 감사드려야 하나? 가슴에 정이라도 남아있느니 한국사람보면 반갑기라도 하는거겠지.
주위를 둘러보면 영국을 떠난 이들은 항상 영국을 다시 동경하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왜 그럴까. 눈치 안보고 살아서? 아니면 독립적인 생활이 좋아서? 낭만이 있나?
난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난 영국에 살면서 항상 한국이 그립고 친구가 그립고 부모님이 해주신 따듯한 김치찌개가 그립고 한국의 웰빙생활이 그리운데.
한번은 일정보다 먼저 돌아가볼려고 생각도 해봤다. 아쉬움 반, 그리움반.
이땅에 뭐가 있긴 있나부다.. 사람 마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얼마전 한 친구가 술한잔 하면서 하는얘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life is good..... 술취해서 한말이지만 참 듣는순간 느낌이 묘했다.
이놈은 나보다 한참 어린대 라이프가 어쩌고 저쩌구 말하네. 니가 인생을 알기나 하니?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말을 한다는게 인생이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서일수도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인생즐기면서 살아야 life is good 이지 아니면 무슨 사는 재미 있겠냐.
여자를 만나보까? 그래서 시도했다. 이땅을 밟은 이후로 처음으로.
클럽같지도 않는 클럽에 가서 눈에 들어온 사람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사람.
그나마 한국사람이 가장 세련된걸 어떻하나?
항상 자신감에 차서 살던 나에겐 chat up은 (아..왜 적당한 한국말이 생각안나지? 미쳤나..)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한국에서의 풍부한 나만의 성공 노하우로 자신있게 나섰는데
결과는 rejection... 다음날 친구들한테 이얘길 했더니 내 별명이 rejection이 되어버렸다.
아마 그 여자 진짜 관광객이었을꺼야. 아니면 유부녀던가..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항상 친구들이 묻는 질문. 너 요즘 어떻게 사냐?
답은 항상 같다. 어..나..지루해 항상똑같지뭐.
사실 나만큼 영국에서 파티자주가고 클럽자주가는 사람 드물거다.
영국 양아찌는 다 본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항상 뭔가에 갈증을 느끼는건 뭐냔말이지.
아직도 난 정신수양이 들된 모양이다. 적은 나이도 아니거늘.
영국겨울의 너무나 길고 쓸쓸한 밤생활을 아는 나이기에 이번 겨울도 무사히 보내길 기도하자.
근처 수영장이나 알아봐야겠다.
건강이 재산이다. 땀흘리면 잡념도 없어지겠지.
다시 힘차게 기합한번 너보자.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해는 뜨니까.
양말신고 자야겠다..
춥다..
재호형님. 얼굴 못뵈었네요. 제 생각해주셔서 송별회한다고 부르셨는데 죄송하네요. 전화번호를 실수로 지웠어요. 저장한다는게. 한국 잘 돌아가셨나모르겠네요. 영국에서 좋은 추억 가지고 돌아가셨는지요. 다시 보기 힘들겠지만 앞으로 형수님과 그리고 두 아들과 행복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강하시길..
전 작년 봄까지두 한국에 있었는데요,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30년넘게 살아온 한국이지만, 거리를 걷구 있다보면, 나두 모르게 주위사람에게 신경쓰이죠. 누가 나 쳐다보구 혹시?? 또 사치를 안해서 조아요. 한국에 있을땐 브랜드 안사면 참...맘이 불편했져...이런저런이유가 있네여~
첫댓글 으~음 저도 체인져블한 영국날씨도 좋으니...물론 아닌것도 눈에 많이 보이지만 .....
전 작년 봄까지두 한국에 있었는데요,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30년넘게 살아온 한국이지만, 거리를 걷구 있다보면, 나두 모르게 주위사람에게 신경쓰이죠. 누가 나 쳐다보구 혹시?? 또 사치를 안해서 조아요. 한국에 있을땐 브랜드 안사면 참...맘이 불편했져...이런저런이유가 있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