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브라질은 전 세계 고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그 호황 속에서 고무 채취에 동원됐던 마르보족의 상당수는 죽거나 마을을 떠났습니다. 여덟 살 소녀 릴리아니의 엄마는 병으로 죽고, 아빠는 도시로 나간 후 소식이 없습니다. 졸지에 고아신세가 된 릴리아니는 오늘도 바쁘게 돌아다니며 모든 일을 해야만 합니다.
아마존 상류 서쪽 끝에서 살아온 마티스 족은 온 몸을 검게 칠하고 나뭇잎으로 몸을 감싼 어른이 회초리로 아이를 때리는 풍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매서운 회초리질이나 얼굴에 새긴 사나운 재규어 문양에도 불구하고 부족민들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냥꾼 비나는 간염 보균자이며, 그의 둘째부인과 딸도 간염환자가 되었고, 큰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역시 간염으로 죽었습니다.
쓰러져가는 아마존의 후예들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요? 결국 아마존의 부족들은 서구 자본의 침탈과 총칼과 병균들 앞에서 사라지고 말까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거대한 아나콘다 뱀으로부터 최고 5미터에 달하는 담수어 삐라루꾸까지 지상 최대 생물의 보고이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아마존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고달픈 여행을 떠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 지구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장된 자원을 얻기 위해 원주민인 나비족의 고향에 불을 지르려 합니다.
제가 <아바타>를 보면서 <아마존의 눈물>을 떠올린 것은 판도라 행성의 자연이 아마존의 밀림을 닮았기 때문이고, 원주민들의 고향에 불을 지르는 짓거리가 바로 지금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바타>에는 <아마존의 눈물>에는 없는 '영웅'이 있습니다. 휠체어 신세의 다리를 얻기 위해 행성에 들어 온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의 여인과 사랑을 하고 행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결국 행성을 구해낸 뒤 자연의 품에서 새 몸을 얻습니다.
그런데 판도라의 자연을 파괴하는 주체도 백인이고, 그것을 구하는 주체도 백인이라는 설정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의문에 대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아바타>가 “백인 메시아가 세계를 구한다는 우화를 강화시키는 백인 관점의 인종적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겪는 참상이 아마존과 아이티에서 현실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강진이 휩쓸고 지나간 아이티의 국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참상을 겪고 있습니다.
1492년 12월 5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산타 마리아'호를 타고 첫 발을 디딘 신대륙은 카리브 연안의 키스케야 섬이었습니다. 당시 키스케야 섬에는 남미 원주민인 타이노 족의 다섯 추장들이 다스리는 5개 소왕국들이 있었습니다. 타이노 족은 이 섬의 서쪽을 '아이티'(Ayiti)라고 불렀지요.
섬의 토착민들이 학살과 질병으로 몰살당하자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렸는데, 이들이 현 아이티 국민들의 선조입니다.
그 후 설탕과 커피와 인디고 물감 생산을 위한 프랑스 식민지가 되어 가장 잔혹한 수탈을 당한 아이티의 노예들은 기나긴 독립 투쟁을 했고, 드디어 1804년에 세계 최초로 흑인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미주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공화국으로 독립한 아이티에 대해 흑인노예들의 국가라는 이유로 국가 승인을 거부했던 미국은 1915년에 아이티를 점령해서 1934년까지 통치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아이티가 겪은 참상은 더욱 끔찍했습니다. 1957년부터 1971년까지 ‘파파 독’이라고 불린 프랑수아 두발리에 대통령 독재 치하에서 3만명이 살해됐습니다. 그의 사후에도 19살 아들인 ‘베이비 독’ 장클로드 두발리에가 세습해서 아버지의 공포정치를 이어갔습니다. 아이티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하던 미국은 결국 1986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 베이비 독에 압력을 넣어 하야시켰습니다. 2008년에는 허리케인 등 반복되는 환경재앙까지 겹쳐 정치·사회·경제 인프라는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아이티가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겪으며 진흙으로 구운 과자로 아이들이 허기를 달래야 하는 최빈국으로 전락한 원인은 서구 열강의 탐욕스런 수탈과 군사개입과 점령을 반복했던 미국의 정책 때문으로 지적됩니다. 그 미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강진 피해로 시신들과 통곡소리와 비명소리 가득한 '생지옥' 아이티의 구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니 흑인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백인들의 위세는 대단합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고, 지진과 해일, 폭염과 강추위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재해를 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바타>가 그리는 자연에의 향수와 낙관적 영웅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며, 누군가는 <아마존의 눈물>처럼 환경파괴와 개발론자들의 침탈로 인한 비극을 예견할 수도 있습니다.
<아바타>는 3D의 놀라운 기술력과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영상으로 전 세계의 박스오피스를 휩쓸며 요란하게 웃고 있지만, 아마존과 아이티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이티, 아마존, 아바타. 공교롭게도 모두 ‘아’로 시작됩니다. 이 '아' 자들이 지금 우리 시대에 큰 화두를 제공하고 있군요.
첫댓글 안녕하세요. 많은 애기 들음. 좋은 도움을 많이 한다는 것 홛동 보조원에게 들음. 언제 활동은 하고 콤퓨터는 하고
참 바쁘시네요. 고생이 많네요.
네 말씀 고맙습니다. 도움을 준다는것은 별일 아닙니다. 누구나 다 마음 먹으면 할수 있는 일 입니다....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