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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낱말로 살펴본 그들의 문화
낱말을 통해 만나는 프랑스의 앎과 삶 『파리에서 온 낱말』.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프랑스어를 통해 그 말 속의 문화적 의미를 생각해 본 책이다. 단순히 프랑스어 낱말의 뜻을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프랑스의 정신을 우리 문화와 비교하여 살펴본다. 우리말 속에는 프랑스어가 많이 숨어 있다. <한겨레 21>의 파리통신원으로 활동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을 지내기도 한 정치학 박사 최연구는 이 책에서 낱말이라는 쉽고 친근한 매개체를 통해 프랑스 문화와 우리 문화를 조망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 최연구
저자 최연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7대학에서 정치사회학 DEA(예비박사) 학위를, 마르느 라 발레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국제관계 전공) 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 교지 <관악>을 창간하고 초대 편집장을 역임했고, 파리유학 중일 때 <한겨레21>의 파리통신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에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한국판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대우강사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미래융합문화 기획실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프랑스 실업자는 비행기를 탄다》, 《프랑스 문화읽기》,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프랑스 대통령 이야기》, 《미래를 예측하는 힘》 등이 있고 역서로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 《21세기 전쟁》 등이 있다.
여는 글
PART 1 문화편
와인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 샴페인과 샹파뉴
프랑스인의 문화적 구별짓기: 보졸레 누보의 날
철학과 예술이 꽃피는 공간: 카페와 비스트로
스타 셰프의 자살, 그 이면: 미슐랭과 고미요
무슈 프랑수아 가족의 하루로 보는 빵문화: 바게트와 크루아상
미식의 프리즘, 프랑스 지역요리: 푸아그라와 에스카르고
삼순이는 파티시에가 아니다: 파티시에
노래 마이웨이에 얽힌 사연: 콤 다비튀드와 샹송
사투리인 줄 알았던 그 단어: 사봉
영화의 역사에서 만나는 프랑스어: 시네마
자동차 르노와 가수 르노: 르노
프렌치 캉캉과 화려한 무대: 루주와 물랭루주
카바레와 룸살롱이 퇴폐문화?: 살롱과 룸살롱
베르사유 궁전에서 유래된 예의범절: 에티켓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한다면: 베테랑
의전 속의 프랑스어: RSVP
호텔에서 만난 프랑스어: 발레파킹과 콩시에르주
빅토르 위고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시크하게: 드님과 샤무아
PART 2 사회편
무전유죄 유전무죄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본주의 4.0 시대: 메세나
방송사 파업에 부쳐: 르몽드와 마몽드
아파트 이름의 변천사: 상테빌과 상트르빌
조선의 길에 생긴 프랑스적인 건물: 르 메이에르
KTX와 TGV: 테제베
사이클 대회를 스포츠 축제로: 투르 드 프랑스
윔블던, 호주오픈, US오픈 그리고?: 롤랑 가로
한국 결혼식 vs. 프랑스 결혼식: 피앙세와 부케
꿈같은 5주간의 유급휴가: 바캉스
센강변을 인공해변으로 만들다: 파리 플라주
카이스트 대학생 자살에 부쳐: 바칼로레아와 그랑제콜
은행에서 만나는 프랑스어: 방카쉬랑스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셀라비
프랑스에서는 쿠데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쿠데타
센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 데탕트
외교 속의 프랑스어: 아그레망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야: 톨레랑스
빅토르 위고에서 사르트르까지, 프랑스적 지성을 만나다: 앙가주망
“두 가지 언어를 아는 것은 두 문화를 아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낱말을 통해 만나는 프랑스적 앎과 삶
《파리에서 온 낱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프랑스어를 통해 그 말 속의 문화적 의미를 반추한 책이다. 단순히 프랑스어 낱말의 뜻을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프랑스의 에스프리를 우리 문화와 비교하며 함께 돌아본다. 우리말 속에는 알게 모르게 프랑스어가 많이 숨어 있다. 이러한 단어들을 찾아내고 어원을 밝혀내는 과정은 언어를 통해서 문화적 식견을 넓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프랑스에는 “두 가지 언어를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문화를 아는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 모르고 사용하면 그저 외래어일뿐이지만, 알고 사용하면 문화를 들여다보는 간편한 렌즈가 된다. <한겨레21>의 파리통신원으로 활동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을 지내기도 한 정치학 박사 최연구는, 이 책에서 낱말이라는 쉽고 친근한 매개체를 통해 프랑스문화와 우리 문화를 톺아보며 지금 여기에서 프랑스적 앎과 삶을 만날 것을 제안한다.
프랑스문화의 편린들을 이어붙이며
우리 문화와의 연관성을 용의주도하게 추적한다
재작년 유행한 ‘세시봉 열풍’은 우리나라 1960년 중반에서 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이 불렀던 포크송을 그리워하는 문화흐름을 일컫는다. ‘세시봉c'est si bon’은 1953년 서울 무교동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감상실 이름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하루 종일 앉아서 팝송, 샹송, 칸초네를 들을 수 있던 문화공간이었다. 원래 세시봉은 프랑스어로 ‘아주 좋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탕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프랑스어가 알게 모르게 깊숙이 들어와있다. 모나미, 마몽드, 라네즈, 상떼빌, 몽쉘통통와 같은 상품명에서 바캉스, 베테랑, 에티켓, 시네마, 메세나, 톨레랑스와 같은 용어까지 프랑스어는 문화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그런데 프랑스어 중에는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 것들도 있다. 살롱salon은 우리나라에서는 ‘룸살롱’이라는 조어로 변해 향락과 퇴폐의 공간을 가리키지만, 프랑스에서 살롱은 젊은 지성인들이 신분과 남녀 차이를 초월해 토론하던 공간이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도 황진이 같은 기생이 선비들과 학문과 문학을 논하는 낭만적이고 세련된 기방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오늘날에는 천민자본주의의 음산한 면들만 기승을 부리는 룸살롱문화가 판치고 있는 것일까.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의 뜻을 되새기게 된다.
한편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우리나라 ‘카페caf?’는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 1970년에 출간된 《파리의 명물》이라는 책에 보면 프랑스인들은 카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겨울에는 공짜로 몸을 녹일 수 있는 곳,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곳.” 우리나라에서는 사주카페, 인터넷카페, 다음카페, 영어카페 등으로 그 사용이 변주되고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는 ‘함께 모여있는 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서울 한복판에서 파리지앵처럼 먹고, 입고, 생각하라
지난 달 언론은 올랑드 정부에서 한국계 입양인이 사상 처음으로 장관직에 올랐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한국계’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자랑스러워한 이 보도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국외 입양 1위라는 부끄러운 한국실태를 간과하고 수치심을 느끼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성에 인색하고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가치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차이와 개성의 중요성을 교육받으며 ‘톨레랑스tol?rance’를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톨레랑스를 흔히 동양적 의미의 자비, 관용, 너그러움으로 해석하는데, 저자는 정확히 말하면 ‘의도적 용인’에 가깝다고 말한다. 약자에 대한 인간적 가치가 아닌 공동체의 관계를 뒷받침해주는 사회적 가치인 것이다. 이견과 차이를 존중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의무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사들이 장기파업을 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를 두고 벌어지는 이 사건을 두고 저자는 프랑스 언론 <르몽드le Monde>를 정면교사로 내세운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르몽드> 창간자 뵈브-메리의 신문관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프랑스에는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는 5주간의 의무 유급바캉스vacances가 있고, 단 10초만 늦어도 사고로 규정할 만큼 안전의식이 철저한 테제베TGV가 있다. 문화의 영역에서 바게트baguette의 제조법을 식품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한편, 서민적인 와인 보졸레 누보를 두고는 ‘보졸레 누보 에 따리베Beaujolais nouveau est arriv?’라는 세계적 풍습을 만들며 문화적 구별짓기를 훌륭히 해낸다.
이 책을 추천한 진보신당 대표 홍세화는 “가령 백범 김구 선생이 한없이 욕심을 가졌던 것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었다며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프랑스문화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이어붙이며, 그 배경과 우리 문화와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이 책을 통해 문화강대국 프랑스를 거울삼아 우리 문화의 힘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프랑스를 패션과 음식 소비로만 즐겨왔다면 이 책을 통해 앙가주망을 가진 프랑스적 지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 추천의 글
가령 백범 김구 선생이 한없이 욕심을 가졌던 것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었다. 최연구 박사가 이 책을 쓴 배경도 다른 데 있지 않을 것이다. 문화강대국인 프랑스를 거울삼아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프랑스문화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이어붙이며, 그 배경과 우리 문화와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이 책이 쏠쏠하게 잘 읽히는 이유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바탕한 이러한 용의주도한 설명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를 여행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프랑스를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꼭 일독할 책이다.
-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前 편집인)
‘보졸레 누보 에 따리베’는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희소성 전략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보졸레 누보를 역발상의 승리로 보기도 하지만, 필자는 보졸레 누보에서 프랑스인들의 구별짓기 욕망을 본다. 2002년 작고한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자신의 대표 저서에서 문화적 취향과 기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부르디외는 책에서 “취향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의미될 수 있는 모든 것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된다.”고 했다. 비싸지도 않은 서민적인 와인 보졸레 누보를 두고도 출시일을 정해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세계적인 풍습을 만들어낸 프랑스인들은 ’문화적인 구별짓기‘를 훌륭히 해내는 민족이 아닐까? _p29
삼순이는 요리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공부를 한 실력 있는 ‘파티시에’로 나온다. 그녀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요리학교 파리 르 코르동 블루에서 그랑 디플로마를 취득했고 레스토랑 본 아페티의 ‘파티시에’로 근무한다. 그런데 삼순이는 파티시에가 아니다. 프랑스어에서는 모든 명사가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별되는데 파티시에는 남성형으로 남성 제과사를 뜻한다. 삼순이의 경우는 여자이므로 파티시에르가 맞다. _p78
‘귤화위지’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귤이 회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의 살롱문화는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향락퇴폐문화로 바뀌었다. 살롱과 룸살롱은 겉으로 볼 때는 글자 한 자 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프랑스의 살롱에는 문화와 역사, 이성과 지성이 살아 있지만 룸살롱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흥청거리는 밤의 향락만이 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도 황진이 같은 기생이 선비들과 학문과 문학을 논하고 함께 시를 읊으며 낭만적인 사랑을 나누던 세련된 기방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오늘날에는 천민자본주의의 음산한 면들만 기승을 부리는 룸살롱문화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일까. _p116
프랑스인들은 콩비비알convivial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잔치의, 손님을 초대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다. 조금만 친해지면 서로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즐기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문화다. 그런데 ‘convivial’이란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con’은 함께를 의미하고 ‘viv’는 살다로부터 온 말이다. 따라서 ‘함께 사는’이라는 의미가 된다. 함께 어울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콩비비알인 것이다. 결혼식 피로연이야 말로 가장 콩비비알한 것이 아닐까 싶다. _p199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생기는데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새옹지마의 교훈을 떠올린다. (중략)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경우 ‘셀라비’라고 말한다. 세는 ‘이것은 ~이다’이고 라는 정관사, 비는 인생을 뜻한다. 직역하면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이다. (중략)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크게 생각하고 잘 이겨내.”라는 정도의 격려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_pp232~233
첫댓글 최연구 지음 / 출판사 리더스북 | 201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