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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라 460년1), 서력 1082년
6월 2일
"오오,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 성벽이 보인다!"
자랄이 아르수프 회전에서 예루살렘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지 약 17일만에 드디어 셀주크투르크군은
예루살렘을 유관으로도 볼 수 있는 거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벽이 보이자 환호하
기 시작했고, 무스타파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옆에 같이 있던 자랄은 그런 무스타파를 보고는 껄
껄거렸다.
"프랑크 야만인들을 이번 기회에 모조리 죽이자!"
핫산이 흰수염을 휘날리며 칼을 빼들어 외치자 주위에 있던 병사들도 같이 칼을 빼들고는 함성을 외쳤
다. 옆에 있던 알리파는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성지 예루살렘. 알라의 명으로 아브라함이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친, 성스러운 돌이 있는 곳2). 마호메
트가 승천한 곳. 아득히 먼 곳3).
자랄은 환호를 하거나 수근거리거나 혹은 웃는 병사들을 주욱 둘러보고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왕
세자 무스타파 이하 셀주크군은 말에서 내려 무릎꿇거나 혹은 보병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
었다.
"드디어 예루살렘이 보인다. 예루살렘을 빼앗긴지 10년. 그 동안 어느 이슬람국가들도 예루살렘을 탈환
하겠다는 생각만 해왔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적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코란의 '지하드'라는 구절을
통해 예루살렘 탈환의 정당성을 발견했고, 실제로 아르수프에서 예루살렘군을 격파하여 우리가 옳았음
을 입증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코란 2 수라4) 11 아야5)에 써져있는 '동도 서도 알라의 것, 어느 쪽을 향해도
알라의 얼굴은 거기에 계신다. 골고루 존재하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2 수라 190 아야의 '너희를 상대하여 싸우는 자에 대하여 알라의 이름으로 싸우라. 그러나 침략하지 말
라. 알라는 침략자를 사랑하지 않으신다' 와 2 수라 194 아야의 '신성한 것을 위반한 데에는 똑같은 형태
의 형벌이 있다. 침략자에 대해서는 너희에게 침략한 범위까지 응징하라' 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야들이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있는 병사들 중에서는 예루살렘을 침략하는 것이 아닌가하여
이 성전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병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침략당했고, 따라서
그것에 대해 맞서는 것일 뿐, 침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용기를 내어라!"
여기까지 말한 자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8천여 얼굴, 1만6천여 눈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소위 저들의 알라를 대변하는 군대라는 자들의 소행을 보라. 예루살렘에서 죄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하
고,6) 혹은 강간과 약탈을 일삼아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프랑크인들의 잔인함과 광기를 익히 들어 알
고 있을 것이다. 예루살렘왕국 치하에서 알라를 찾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성전은 침략이 아닌 탈환이다. 알라의 가호가 함께하고 계신다. 따라서 이 예루살렘 탈환전은 우리
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17수라 33 아야에 쓰여져있듯이, 정당한 사유 없이 민간인을 죽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성을 잃어 민간인을 살해하는 자 혹은 약탈하는 자 혹은 그 이외에 침해를 가하는
자가 있다면 알라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전투준비를 하라! 알라의 가호가 함께하고계신다!"
자랄의 연설이 끝나자 8천여 목소리가 동서남북으로 힘차게 퍼져나갔다.
"참으로 대단한 연설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울려퍼지는군요. 연설이 끝나자
외치는 저들의 함성 또한 기세만으로도 이쪽의 사기를 꺾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에서 셀주크군을 관찰하던 한 기사가 왕자 아놀드에게 말했다. 예루살렘에는 1천 3백여
명의 병사가 있을 뿐이었다.
"저들은 공성병기도 있으므로 성문과 성벽이 파괴되는 즉시 쳐들어올 것입니다. 시간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그러나 아놀드는 두 손을 성벽 벽돌 위에 올려놓은채 말이 없었다. 그의 나이 17세. 아직 전투경험이 없
는 어린 왕자였다. 병사 한명이 외쳤다.
"셀주크군이 움직인다!"
8천여 셀주크군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캐터펄트가 선두에 있었다.
"날씨도 셀주크군을 돕는군. 우리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래바람이 불고있어. 후우... 얼마나 버틸까?"
왕자 아놀드가 입을 열었다. 배가 넘는 군대가 집결해있었으나 겁먹고 떨린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침착했다. 아까 입을 열었던 기사가 말했다.
"저들은 파상공세를 취해올것이 분명합니다. 아까의 연설... 아까의 외침... 삼일을 버텨도 잘 버틴거라
고 생각합니다."
"삼일이라... 그동안 부왕의 원군이 도착할까?"
"아르수프에서의 패배 이후 다시 그만한 병력을 집결시키려면 삼일로는 어림도 없지요."
"그런가..."
아놀드는 중얼거리며 뒤돌아섰다. 그의 뒤, 성벽 아래에는 수백의 병사들이 집결해있었다.
"원군은... 오지 않는다."
아놀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어느 병사도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예루살렘을 지켜야 한다. 밖에서는 8천명에 달하는 이교도가 몰려오고 있고, 안에 있는
우리는 고작 1천 3백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우리는 이 고통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는, 하느님을 입증하기 위함인 것이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아놀드는 허리춤에 꽂혀있는 검을 빼어들었다.
"하느님의 전사들이여! 이교도들에게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주도록 하자!"
비록 십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병사들을 격려했다. 이 모습을 본 병
사들도 각자의 병장기를 들고는 고함소리를 힘껏 내질렀다.
성스로운 돌이 있는 곳.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 아득히 먼 곳...
야곱의 무덤, 다윗의 무덤, 예수가 죽은 곳...
이슬람의 성지이자 크리스트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그리고 그 곳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는 자들, 혹은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들.
6월 2일 오후 3시. 이후 이슬람이나 서양이나 구별없이 수많은 전설과 구전, 일대기 등에 기록이 된 예
루살렘 공략전이 시작되었다.
전투는 셀주크군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셀주크군의 캐터펄트는 예루살렘 성문과 성벽을 부수기 시작
했다. 이 공격에 대해 예루살렘군은 마땅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성문과 성벽이 뚫리는 것을 보고있어야
만 했다.
굳건한 예루살렘 성벽도 셀주크군 공성병기의 집중공격에는 힘없이 무너졌다. 성문 양옆이 허물어지자
셀주크군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하라!"
"궁기병은 보병을 엄호하라!"
핫산과 알리파는 각기 보병대와 궁기병대에게 돌격명령을 내렸다. 예루살렘 안에서도 셀주크군이 성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뚫린 곳으로 군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무너진 성문과 성벽을 통해 시파히보병대가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으나 예루살렘군양손검병대와 창병
대가 이것을 막아섰다. 언제나 최전선에서 싸우는 맹장 핫산이 보병대에게 명령했다.
"방패로 막아라! 어차피 대검은 휘두르는데 힘이 많이들고 충격만 버티면 그 틈에 창을 적들의 목에 쑤
셔넣는거다!"
알리파 역시 말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궁기병대를 지휘했다.
"궁기병대 원진! 핫산부대를 엄호하라! 적들은 밀집해있으므로 대충쏴도 다 맞을거다!"
그러나 이 말을 우연히 들은 핫산이 알리파를 보며 외쳤다.
"이 풋내기녀석! 그러다가 아군도 맞추면 어쩌려고 그러는거냐!"
알리파는 핫산의 말을 못들은척 다른 곳으로 향했고, 핫산은 쳇 이라고 투덜거리며 다시 얼굴을 앞으로
돌렸다.
"흐음... 역시 알리파인가. 궁기병의 공격에 적들의 대열이 무너졌군."
"하지만 핫산의 보병대는 피해가 큽니다. 캐터펄트로 좀 더 많은 성벽을 허물었으면 좋았을것을."
"이제와서 어쩌겠나.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 예루살렘군이 강하기 때문인것 같구
나."
"술탄, 그렇다면 기병대에게도 출진명령을!"
그러나 자랄은 고개를 저었다.
"기병대가 장창병대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것 같으냐, 무스타파."
"하지만 이대로라면 보병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흠... 그런가... 그렇다면 기병대를 투입하도록."
"네, 술탄."
"시파히 기병대는 나를 따르라!"
무스타파의 외침에 시파히 기병대는 그를 따라 성 안으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크하하! 애송이들! 성벽을 확보했다! 옆에 있는 적들을 쳐라!"
이미 핫산의 옷은 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만큼 성문아래전투는 혼전이었다. 그러나 셀주크군의 저
돌적인 공격에 무너진 성벽 한쪽을 사수하던 예루살렘군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그 틈에 핫산의 보병대
는 성문을 지키고 있던 예루살렘군의 측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군! 기병대가 도착했습니다!"
"응? 기병대가?"
무스타파가 말을 몰아 핫산의 옆으로 왔다.
"60 이 넘은 노인을 엄호하라는 술탄의 명이십니다."
"음? 술탄은 그럴 분이 아닙니다, 왕세자 전하."
핫산은 정색했다. 그러자 무스타파는 살짝 웃었다.
"하하, 농담입니다. 아무래도 핫산 장군이 공을 모두 독차지할것 같아서 온 것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같이 공격하도록 하지요."
"네, 그러지요."
그러나 예루살렘군은 강했다. 알리파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스타파의 기병대는 성 안으로
진입을 하면서 이미 3할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이미 반 이상이 전사를 한 부대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버티기만 하면 밤일텐데... 기욘, 어떻게 생각하나."
광장에서 병사를 지휘하던 아놀드이 기욘에게 물었다. 성벽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사 기욘이 답했
다.
"순조로운것 같습니다. 양손검병대 한부대가 전멸하긴 했지만 셀주크군은 그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었
습니다. 일차적으로 못막으면 이차적으로 골목에 병력을 집중시키면 오늘은 어떻게든 버틸것 같습니다
만."
"그런가... 그렇다면 예비대를 이곳과 이곳에 투입을 시키고, 남은 병력은 골목을 지키도록 한다. 반드
시 버텨야 하는 곳이다. 엄중히 방비하도록!"
곁에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네, 전하!"
"술탄! 무스타파 전하의 기병대와 핫산 장군의 보병대가 드디어 성문을 돌파, 광장으로 향하고 있습니
다!"
"오호, 잘됐군. 어쩌면 오늘 밤은 막사에서 보내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예루살렘 안에서
잘 수 있겠군."
"성문이 돌파당했습니다! 적들이 골목에 진입했습니다!"
한 기사가 다급히 뛰어왔다.
"이런이런... 오늘은 버틸 줄 알았는데 무리인가..."
"성문이 돌파당했으니 적들은 사방에서 광장으로 몰려들것입니다. 예비대가 골목을 막는 것도 곧 한
계... 광장에서 최후의 저항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기욤, 아직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을 모두 광장에 집결시키게."
"네, 전하."
잠시 후.
"이곳 예루살렘은 이제 이교도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잘 싸워주었다, 나의 병사들이여!"
분해서 고개를 숙이는 자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아놀드는 팔을 한쪽 잃었는데도 아직
싸울 수 있다며 광장에 집결한 자, 혹은 눈 한쪽을 잃은 자, 혹은 온 몸을 붕대로 감고 있으나 출혈이 심
해 붕대 전체가 붉게 적셔진 자 등을 보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뭉클해진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예루살렘 공략전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그리고 후세 사람
들이 즐겨 쓰는 명언이 되는 말이었다.
"살아서 우리의 영광은, 죽어서도 영원할 것이다!"
말을 마친 아놀드는 말을 몰아 셀주크군을 향했다. 그리고 기사들도 바이저를 닫고는 아놀드의 뒤를 따
랐다. 알리파의 궁기병대는 아놀드의 근위대를 향해 집중적으로 화살을 퍼부었고, 핫산 역시 보병대로
공격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놈들아!"
기욤이 크게 소리를 치며 롱소드로 셀주크 병사들을 베어 넘어뜨렸다. 그의 기세에 수많은 셀주크 병사
들이 주춤해했고, 광장과 성문을 잇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불과 수십명의 기사단과 수백명의 셀주크군
사이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
왕자 아놀드는 전투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검술솜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훈련과 실
전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의 검술솜씨에 군더더기는 없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본 기욤이 중얼거렸다.
"좀 더 성장하셨다면 훌륭한 장군이 되셨을 것을... 그러나 이 기욤, 당신을 모시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
습니다."
그렇게 말한 기욤은 아놀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위의 적병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는 말에서 내렸
다. 기욤의 돌발행동에 아놀드가 놀라며 빨리 말에 오르라고 하였다. 그러나 기욤은 바이저를 올리고는
무릎을 꿇었다.
"나의 주군이시여. 나의 어린 왕자이시여. 당신에게 저의 무용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기욤은 재빨리 말에 올라타고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갔다. 셀주크 병사들은 그의 무용에 놀랐
는데 좀 더 앞으로 오자 흠칫거리며 좀 더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들의 다리보다 말의 다리가 더 빨랐
다. 기욤은 말을 이리저리 몰면서 닥치는데로 셀주크 병사들을 베어넘겼다. 어쩌다가 그를 향해 창 혹은
검을 내지르는 병사들도 있었으나 기욤의 갑옷에는 소용이 없었다.
이윽고 그의 주위에 있는 셀주크 병사들은 모두 쓰러졌고, 그는 셀주크군과 예루살렘군 사이에 혼자 굳
건히 서있었다. 이때 셀주크군이 양 옆으로 갈라지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강하다'
기욤은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흰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있는 노장이었지만 그의 육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욤이 아랍어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예루살렘왕국 근위기사단 소속 기욤 드 베르닝이라고 합니다"
노장은 껄껄 웃으며 아랍어로 뭐라뭐라 말했다. 그러자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듯한 병사가 통역했다.
"나는 핫산이라고 하네."
핫산. 1차 십자군원정때에도 고드푸르아 국왕을 여러번 궁지로 몰아넣었던 셀주크의 맹장이 아닌가.
기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검에 묻은 피를 검을 몇번 휘두르며 훌훌 털어내었다. 핫산은 다
시 껄껄 웃으며 말에서 내렸다. 기욤 역시 말에서 내렸고, 둘은 서로에게 향했다.
부웅 -
선공을 가한 사람은 핫산이었다. 그는 노장인데도 불구하고 장정이 양손으로 휘두를만한 대검을 한손
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기욤이 롱소드로 막았으나 그는 충격으로 몇발 물러나야했다. 이 모습을 본 셀주
크군이 오, 라고 했으나 핫산은 뒤돌아서서 성질을 냈다. 그러자 셀주크군은 조용해졌다.
핫산이 이격, 삼격, 사격을 가했고, 기욤은 그것을 막기에 급급했다.
'이러다가는 검이 부러지겠는걸'
기욤은 이렇게 생각하며 핫산의 공격을 흘려내고, 대검을 회수하는데에 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역공
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격이 시작되자 기욤은 핫산의 대검을 막는척하면서 흘러내렸고, 그
대로 롱소드를 핫산의 배에 꽂았다. 모습을 보던 셀주크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반면 예루살렘
군은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윽..."
기욤의 검이 핫산의 배를 꿰뚫었다. 그리고 기욤은 다시 그의 검을 회수했고, 핫산은 털썩 쓰러졌다. 그
때 화살 하나가 기욤의 머리에 날아들었고, 그대로 화살은 그의 헬름을 뚫고는 깊숙히 박혔다. 두번째
화살은 왼쪽 어깨, 세번째 화살 왼쪽 가슴에 박혔다. 기욤의 갑옷은 굉장히 두꺼웠으나 그 화살은 대궁
에나 쓰일법할만큼 촉이 크고 길었다. 그리고 거리도 거리인만큼 그 화살은 그대로 기욤의 몸에 그대로
꽂혔다. 마지막 네번째 화살이 기욤의 배에 꽂히고 그대로 그가 무릎을 꿇자 갑자기 셀주크 병사들이 고
함을 지르며 기사단을 향해 달려들었고, 기사단은 다시 진열을 재정비하고 맞섰다.
알리파는 대궁을 든채 쓰러져있는 핫산에게 향했다. 이미 숨이 끊어져있었다. 알리파는 그의 시체를 보
며 중얼거렸다.
"결국 원하시는대로 되었군요."
알리파는 이번엔 기욤에게로 다가갔다. 셀주크 병사들이 기사단에게 달려들 때 막지 않았으니 죽었으
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헬름에 손을 갔다대는 순간, 갑자기 기욤이 롱소드로 알리파의 복부를 가격
했다. 알리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역시 무릎을 꿇었다. 기욤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하여
롱소드를 최대한 알리파의 복부에 밀어넣고는 털썩 쓰러졌다.
한편 왕자 아놀드도 분전하였으나 결국 수많은 상처를 입고는 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셀주
크 병사들에게 난도질당했다.
결국 기사단은 전원 옥쇄했고, 광장에서 소수의 예루살렘군이 있었으나 몰려오는 셀주크의 대군을 상
대하기에는 무리였다.
6월 2일 오후 10시. 마침내 예루살렘이 탈환되었다. 이때 셀주크군은 8천명을 동원, 그 중 3천명이 전
사했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예루살렘군은 1천 3백여명 전원이 전사했다.
이 전투의 승리로 셀주크는 지하드에 성공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이슬람의 수호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
었다. 그러나 잃은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역전의 맹장 핫산과 떠오르는 신예 알리파를 잃은 것은 복
구하기 불가능한 손해였다.
한편 고드푸르아는 모든 병력을 아크레에 집결시켰다.
이 '예루살렘 공략전'은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특히 '예루살렘의 성기사' 기욤의 분전은 이
슬람이나 서양이나 구별없이 그의 무용을 칭송했다. 특히 무스타파는 "기욤이라는 한 기사의 무용이 셀
주크군 8천명을 능가했다"라고 평하였으니 기욤의 분전이 어느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려울 정
도였던듯 하다. '어린왕자' 아놀드의 운명과 일대기는 후세 사람들로하여금 측은하게 만들고 안타깝게
만들게 되었다. 자랄은 아놀드의 분전을 보고받고는 "사자에게서 강아지가 태어나지는 않는다." 라고 평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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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주(移住)' '이탈(離脫)'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헤지라(Hegira), 아랍어로는 히즈라(Hijrah)라고 한
다. 중국의 이슬람교도는 '성천(聖遷)'으로 번역한다. 본래 아라비아인(人)이 자기 일족을 버리고 떠나
는 것을 의미했다.
무함마드는 610년 첫 계시를 받은 뒤 고향 메카에서 10년간 이슬람 포교를 위해 노력했으나 기득권
계층인 쿠라이쉬족(族)의 박해로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교 11년째에 접어든 620년,
메카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야스리브(Yathrib)에서 여섯 명의 순례객이 메카와 왔다가 무함마드
의 설교를 들은 뒤 종교적 감명을 받았으며, 그들 중 다섯 명이 다음해에 야스리브의 유력 인사 7명과
함께 메카로 다시 와 이슬람을 받아들였다. 이어서 622년 6월 순례 때에 75명의 야스리브 주민이 이슬
람을 받아들이는 일이 있은 뒤 무함마드는 신으로 부터 이주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
이 계시에 따라 무슬림 모두가 야스리브으로 옮겨가는 이주(헤지라)를 단행했다. 일족을 버리고 떠난
다는 것은 당시 아라비아 사회에서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짓이었으며, 메카의 쿠라이쉬 부족은 무함마
드의 추종자들이 친족과 고향을 버린 것에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622년 7월 16일, 약 200 여명의 무슬
림들이 메카에서 나와 무사히 야스리브에 도착했다. 이슬람 역사에서는 이 이주의 해를 이슬람 공동체
가 만들어져 이슬람 국가가 태동하는 시점으로 보며, 따라서 이슬람력(히즈라력)의 원년으로 한다.
2) 구약성서에서는 코란에서와 달리, 아브라함은 예루살렘에 있는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치
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는 모리아 산으로 갔다.
3) 코란에는 예루살렘이 성지라는 명시적인 언급이 안나온다. 단지 딱 한번, '아득히 먼 곳'이라는 표현
이 있는데 학자들은 이 표현이 예루살렘을 가리킨 표현이라 해석한다.
4) 장章
5) 구절句節
6) 학살을 자행했다는 기록과, 몸값을 지불한 자들은 풀어주었다는, 상반된 기록이 있다. 아마도 몸값
을 지불하지 못한 자들은 모조리 죽인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반기독교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십자군
을 악한 존재라고 설정한
첫댓글 지하드성공을 축하드립니다.^^
ㄳㄳ 하지만 이걸로 연재가 끝은 아닙니다. ㅎㅎ
헐.... 핫산횽... -_ㅠ 아무튼 지하드 성공 잇힝 ~_~/ 투르크 만세!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