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업사원인 김 모씨(35)는 얼마전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차를 팔려다가 끝내 팔지 못했다. 캐피털 업체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기 전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자동차 할부 구매를 거절당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유를 조사해 보니 할부 구매를 신청했던 직원은 주택 구입자금으로 대출받은금액이 많았다.
김씨는 집을 장만하면서 대출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캐피털사에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직장인 이 모씨(31)는 최근 자동차를 신용카드로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카드를 신규 발급받으려다 원하는 시기에 차를 인도받지 못했다.
카드 발급 심사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불평을 했으나 신용카드사는 심사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대답했다.
연체자 급증을 우려한 캐피털사와 신용카드 업체들이 신용 조사를 강화하면서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거나 카드로 결제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와 대우, 삼성, 현대 등 캐피털과 카드사들이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자동차 할부 구매자에 대한 신용 기준을 높이면서 할부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캐피털사들은 당초 자동차 할부 구매고객의 경우 신용등급을 7등급으로 분류해6등급까지 대출해 주었으나 최근 들어 4 또는 5등급까지만 대출을 허용하는 등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차를 할부로 구입하는 데 예전보다 많은 담보나 보증인을 세워야 대출이 가능하다.
차값이 5000만원이 넘는 수입차를 사려는 사람들도 신용에 걸려 구입을 못하는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대출을 많이 받은 개인사업자 중 상당수가 수입차를장만하려다 캐피털사가 할부 계약을 거절하는 바람에 구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예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할부로 차를 구매하는 고객에 대해캐피털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많아지고 기준도 더욱 엄격해졌다"며 "이 때문에할부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내수 판매 부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차 등 일부 자동차업체는 불황으로 인한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고 있지만 캐피털사에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할부 자체를 거부해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김기호 대우자동차판매 차장은 "이달 들어 1%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면서 차종별로 50만~100만원까지 할인해 주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신용경색으로 할부 구매 자체가 힘들어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캐피털사의 신용 검사 강화로 실제로 연체할 염려가 없는 사람마저도 기존 대출이 많으면 할부 구매를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