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data-ke-size="size20">8월 </span>        황규관<br><br>바람에 흔들리는 8월의 숲은<br>처음 보는 여자의 머릿단 같다<br>이건 물론 내 느낌일 뿐이지만<br>언젠가 모르게 내면이 되어버린<br>사건없이, 뜨거운 태양이 있겠는가<br>사소한 몸살도 당신과 마주친 흔적이었다<br>쓰나미 이후에 남은 문명의 쓰레기가<br>우리를 어지럽게 할 때<br>그건 우리가 거품을 마시고 셈하며<br>하루하루를 연명해왔기 때문<br>어젯밤 얼굴을 붉히며 웃던<br>매끄러운 허벅지의 틈새에서<br>더더욱 믿음이 단단해졌다<br>그러니까 사랑은, 8월의 숲처럼<br>바람에 빠짐없이 소스라칠 것!<br>이렇게 나는 나이를 먹고<br>눈물을 다시 배운다<br>왜냐면 오늘은 처서 전날이고<br>후회는 현재를 더럽히므로―<br><br><span style="color: #333333; background-color: #ffffff;" data-ke-size="size16"> -시집 </span>《태풍을 기다리는 시간》(실천문학사, 20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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