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여 종의 화폐, 6만 점 수집
'우리 옛 모습 기억하는 보물'
행여나 잃어버릴까 꼬깃꼬깃해지도록 움켜쥐었던 자폐의 온기.
'저 돈 한번 만져라도 봤으면' 바랐던 어린 시절.
화폐에 담긴 아련한 추억을 선물하는 곳이 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국도변에 자리 잡은 진천화폐박물관이다.
지난 30일 이곳을 찾은 노부부는 십전짜리 지폐를 바라보며 회상에 젖었다.
남편이 '이 존 주면 눈깔사탕 두 세 개는 살 수 있었다'고 말하자
아내는 '아버지가 저녁에 십전을 꺼내 놓으면 인두로 다리고 풀칠을했다'고 장단을 맞췄다.
화폐박물관은 사업가 김진세(60)씨가 쏟아부은 40년 열정의 결과물이다.
충남 논산에서 7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난 그는 일찍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10대에 상경해 종이 상자 제조 공장에서 일했다.
화폐에 빠진 것은 18세 무렵이었다.
화폐 개혁으로 구권이 돼 버린 500원짜리 지폐를 우연히 보면서 가슴이 설레었다고 한다.
쌀을 살 돈을 모으려 닥치는 대로 일하던 무렵 일당으로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씨는 '앞면에는 남대문, 뒷면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를 다시 보니 옛 생각에 사로잡혔다'며
'그 자리에서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 3장을 산 것이 수집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업을 하면서 금전적 여유가 생기자 그는 국내외를 다니며 본격 수집에 나섰다.
2000여 년 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명도전, 일제강점기의 화폐, 로마 시대 금.은화 등
100여 개국 5000여 종의 화폐 6만여 점을 모았다.
수집품을 옮겨 놓은 화폐박물관에서는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 빅토리아 여왕이 세공된
프랑스 금화 등 수집가들 사이에도 희귀하다고 꼽히는 화폐를 볼 수 있다.
김씨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희귀한 화폐도 있지만,
가난했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 화폐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많은 이가 박물관에서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옛 추억을 담뿍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천=신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