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스캔들처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간사한 것이 인간인가요 아침에 일어나면 귓전을 울리는 노동가요에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곤 했었는 데
특별 외출 집으로 돌아오니 12시간만에 다시 듣고 싶네요
파업 10일 농성12일차 보내고 오늘은 집에 왔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다시 농성장 갑니다.
오랫만에 올리는 글 그것도 눈치없이 재미없는 글입니다.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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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어느 직원의 글이라고 하는데 많은 언론 매체의 보도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하다 생각하여 올려 봅니다.
저는 SC제일은행 직원입니다.
한동안 떠들석했던 칠년만의 은행 파업.
저도 참여했습니다. 노조원이니까요.
노조원이라니 생소하시죠?
계약직인 텔러분들과 지점장님급 뺀 ``보통 은행원``들을 노조원이라 합니다.
대개는 학교다닐때 그 흔한 데모 한번 잘 안해본 소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 3500명중 3000명이 파업이란 걸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500명은 법으로 파업 못하게 되어 있다는 전산부 직원들입니다.)
그리고 그게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언론에 혼나고 있습니다.
돈 많이 받는 금융인들이 무슨 파업이냐.
일 잘하는 놈 연봉 더준다는데 왜 반대야,
돈을 더 올려달라고 하는것도 웃겨,너네 평균연봉이 8500만원이래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네요.
저렇게 몇 줄로 요약해 놓으면
저라도 이해가 안 갈 것 같습니다.
말이란 건 참 무섭습니다.
아와 어가 저리도 다르다니요.
그거 아세요?
파업하면 월급도 안나옵니다.
당장 다음달 카드값부터가 걱정입니다.
노조도 은행측도 참 미워집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저로선 솔직히 양쪽 다 곱게는 안 보입니다.
카드값 걱정도, 정든 내 일터를 떠나있는 것도 괴롭지만,
이렇게 파업이 길어지면우리 제일은행 거래하는 고객들 다 떠날까봐 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파업 얘기에 콧방귀도 안뀌는 임원분들이야 사실 2~3년인 계약기간 끝나고 다른 회사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저는 십년 후에도 제일은행 직원일 테니까요.
고객이 떠날 수 있다는데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경영자란,
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던 저로서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첫째 요약입니다.
`일 잘 한 사람 더 주고 일 못한 사람 덜 주겠다는데 성과급제 뭐가 문제냐`
문젭니다. 성과급제 도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이 문제고 성과급제라는 예쁜 이름의 구조조정제도를 도입하려는 속셈이 문제입니다.
행간 하나, 일 잘한 사람 더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엔 성과를 5등급으로 나누고 하위등급인 5등급자에게는
연봉을 15% 감봉시켜버리고 매달 반성문 쓰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모자라서 연봉 35% 감봉시켜버리고 후선발령을 내버리는 옵션도 들어있답니다.
이삼십년 일한 퇴직금도 퇴직직전 삼개월 평균 룰에 따라 팍 줄어들어버립니다.
``삼단콤보 맞기 전에 너 은행그만두고 퇴직금이라도 보전하지?`` 하면 안 그만둘 도리 없습니다.
이게 성과급제일까요 구조조정제도일까요? 속사정 모르고 욕하는 분들께 이런 이야기들,
다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걸 설명해줄 매체는 거의 없습니다.
매체는 대개 기업의 편이죠. 매체광고비를 받아야 할 테니까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흥국생명이 저희랑 똑같은 전철을 밟았고, 사측이 이겼으며, 그뒤 2000명 짤리고,
남은 700명은 구조조정당할까 두려워서 토요일 일요일 출근이 기본이 되었답니다.
행간 둘,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저희는 지금 지점 어디 배치 받느냐가 곧 그사람의 평가가 됩니다.
부자고객 많은 지점 배치받으면 성과급 받고 승진하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십년 이십년 만년 과장입니다.
아참, 아니죠. 이제 잘못된 성과급제 패키지가 도입되면 감봉먹고 징계먹고 후선발령받은 담에 짤리겠네요.
지점별 근무환경따위는 고려치 않은 평가시스템에 내가 희생되어도 좋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마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성과급제에 대한 것만이 오해가 아니더군요.
둘째 요약도 행간이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많이 받으면서 임금 올려달라 하는 건 좀 심했지, 평균연봉 은행권 최고래매?`
실제로 그러면 억울하지나 않겠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단 많이 받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SC제일은행 직원 연봉이 젤 낮습니다.
행간 하나, 임원 연봉까지 평균 냈습니다.
저희 은행 태생 자체가 싱가폴 국부펀드인 테마섹입니다.
임원들 경영 잘해서 실적 내라고 연봉 엄청 줍니다. 그리고 임원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어떤 부서는 임원과 직원 수가 반반입니다. 이런 분들 연봉을 산술평균하면, 평균연봉 당연히 올라갑니다.
행간 둘, 부끄럽지만 저희 IMF때 망했던 은행입니다.
거의 십년간 신입사원 못뽑았습니다. 직원 평균 근무년수가 17.2년이랍니다.
딴데랑 속사정이 다릅니다. 연봉이란 일반적으로 고연령화되면 평균연봉은 올라갑니다.
행간 셋, 솔직히 연봉 안올려줘도 됩니다.
이번 파업에서 연봉인상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5년간 단 한차례도 임금인상 안해줬고 2010년도 임금인상도 아직 ``협상``조차 못하고 있지만
만약 회사가 어려워서 그렇다면 임금 동결이 아니라 감봉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성과급제로 포장해서 구조조정 하지 말자는게 우리 주장입니다.
행간 넷, 연봉 안올려주는거 좋습니다.
다행히 목표치보다 이익도 많이 났답니다. 그럼 연봉 안올려줄거면 전산도 좀 개비하고
우리 좋다고 찾아온 고객들 기프트도 좀 드리고 했음 좋겠습니다.
왜 한국엔 상장도 안해놓고 주주배당을 62%나 런던으로 해간답니까.
우리 한국에서 장사하는거 아니었습니까. 십년전 전산 쓰고 있습니다.
부끄러워서 고객들한테 말도 못하지만 다른 은행에서 십분걸릴거 저희 전산 십오분 걸립니다.
영업이 효율적일수가 없죠. 저라도 신한은행 가겠습니다. 지점도 많아서 가까운데요.
경영진은 이런 걸 지금 직원들 생산성이 낮다며 개인별 성과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슬픕니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서 이것 맛있었어요. 하던 제 싸이에
지인들에게 이렇게 제 행동을 변호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하지만 SC제일은행을 거래하다가 불편을 겪으실 수 있을 것 같아 속사정을 전합니다.
불편해서 직원들에게 욕이 나오려 할때에, SC제일은행 직원들의 이런 갑갑한 심정을
한번만 더 헤아려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지인들만이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고객에게 불편을 야기한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죠.
그 부분은 직원들 모두 진심으로 마음속 죄스러움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빨리 모든 일이 해결되어서 그리운 제 사무실 책상 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맞습니다,보는이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집니다,목표가어떻든,내가 해야할일이라고 생각하면 하는게 맞습니다,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눈은 모든게 불행입니다,나라의국부가 유출되어도 내가 알봐 아닌세상,좋은 성과가 있으시기바랍니다,오랫만에 보는 안개비님인데,,,산에서 한번봐야할텐데,,,몸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안개비님 잘 지내시죠? 이 글을 읽으니 제 가슴에도 닿는데 안개비님 가슴에도 더욱 더 닿았을것 같습니다 지금 이 모습이 세상사 현실이겠지요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급장이 우리들 귀에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구조조정 매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