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의 최고 선수가 미스터 올스타라면 부산아시안게임 최고 선수는 미스터 AG다. 장성호(기아·25)가 폭주족처럼 거침없는 질주로 부산아시안게임 야구종목 최고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결승전을 앞두고 5할9푼1리(22타수 13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장성호가 타석에서 안타없이 물러나면 팬들이 오히려 어색해할 정도다.
아시안게임 동안 완전히 장성호의 팬이 된 주성노 대표팀 코치는 "저 녀석은 나가기만 하면 안타"라며 한껏 치켜세운다.
장성호는 사실 시드니올림픽 때만 해도 철부지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스윙훈련용 링을 배트에 끼운 채 타석에 들어서는 바람에 심판으로부터 지적받는 어이없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고, 일본전에서는 '괴물투수' 마쓰자카의 공을 그저 쳐다보기만 하다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장성호는 그때와는 천지차이다. 장성호는 중국전을 마친 뒤 일본-대만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두팀 타자들에 대해 혼잣말로 불만을 쏟아냈다. 장성호는 "아따, 그렇게 치면 안돼지" "저런 공은 좀더 늦게 타이밍을 잡아야지. 거참 되게 못치네"라며 내내 투덜투덜이다. 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주체할 수 없는 장성호에게 한 수 아래인 일본·대만 타자들의 스윙이 성에 찰 리 없었던 것.
장성호는 일본-대만전을 지켜보는 내내 사인공세에 시달렸다. 부산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알린 장성호의 인기는 이제 드림팀Ⅴ의 어느 누구 못지않다.
장성호의 사인은 항상 오른쪽 아래에 'NO. 1'을 써 넣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팬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성호는 약속을 지켰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 NO 1은 누가 뭐래도 장성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