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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웹사이트에서 연재되었던 ‘고발장’이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만화에서 나오는 가해자는 실존 인물로...”
“아, 그 웹툰이요? 정말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쓰레기 같은...”
“그게 사람입니까? 성폭행에, 살인에..... 정말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면....”
“고발장..... 정말 그게 사실일까요?”
TV를 돌릴 때마다 나오고 있었다. 안수만은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TV쪽을 내던지며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을 다 쓸어버렸다. 물건 깨지는 소리에 비서실장이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안수만이 무언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찾았나?"
수만은 그 동안 지시 내렸던 비서실장에게 화를 애써 참으며 물었다. 수만의 질문에 말을 더듬으며 그 동안의 조사 내용을 이야기하는 비서실장이었다.
"청, 청, 청장님께서 지시 내리셨던 처음 유포지 찾아냈습니다. 모 사이트에서 웹툰을 내리기로 한 이후, 막무가내로 e-mail로 대량 발송하고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야기를 점점 들을수록 안수만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 년을 빨리 찾아내! 당장!"
"사람을 보냈긴 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은데, 한 번 맛 보여줘야지."
"경기도 그곳으로 보내겠습니다."
자신의 충복인 비서실장의 빠른 대처에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내려간 안경을 치켜 올렸다. 비서실장이 나가자, 수만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하야."
[어? 안수만씨!]
수만은 험상궂은 얼굴에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알아봐달라던 사람이 '이은하'였던가?"
[...........]
"'이은하'였던가?"
수만의 반복된 질문에 진하는 낮게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곧 이어 왜냐고 물었다.
"잘 알고 있는 사이인가?"
[왜?]
"이번 연쇄살인범 때문에 물어 볼게 있어서"
[흠... 지금은 연락이 되질 않는데...]
"혹시 네랑 사귀는 사이라던가..."
[.... 아니야. 뭐 묻고 싶은데?]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는 거지.
그럼 되었다.
자신이 끔찍이 아끼는 진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없애면 돼.
마침 사망신고도 되어있고.
* * *
“도대체”
민재는 그 동안의 일을 듣고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태하는 경찰에서 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게 없으니, 굳이 말했다가 혼란만 생길 것 같았다.
“은하는 복수를....”
“그럴지도 모르지.”
“뭐?”
민재는 놀란 표정으로 다급하게 언제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그 소문,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군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런데 어쩌다가 알게 됐다. 학교에서 떠돌던 소문의 주인공이 이은하라는 걸”
알게 된 건 은하의 집에서였다. 은하의 방에 붙여져 있던 신문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여러 신문사에서 오린 그 내용들이 가득한 신문기사와 인터넷 기사들....
“이은하가 위험할지도 몰라.”
태하가 말하자, 민재와 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씨, 어디 있을까?”
“혼자 있는 거 익숙해하면서도 싫어해. 그 자식, 항상 TV를 틀어놓고 라디오를 틀어놓고 불을 켜 놓고 시끌벅적하게 해놓고 있더라고.”
“은하씨, 내 이야기만 들어줬어. 나도 이젠 들어줄 수 있는데.”
“은하를 또 도와주지 못했어. 또 지켜주지 못했어.”
셋은 앞에 놓인 맛있는 디저트에는 손도 데지 않고 다들 은하 걱정에 허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런 침묵을 깬 건 태하의 전화벨 소리였다.
"네"
정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태하는 빠르게 받았다. 그리고 진척상황을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전화기 밖으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정태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점점 들을수록 정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에 괜히 긴장되는 눈으로 민재와 민서는 태하를 바라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들 태하를 쳐다보고 있었고 태하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은하 위험해"
* * *
진하는 수만과의 대화가 왜 찝찝한 이 기분이 드는지 몰랐다. 진하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은하누나와 살인범의 관계.
살인범은 3년 전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죽였다. 머리가 길고 마른 편의 여자, 그리고 치마를 입은 여자를 골라 해치웠다. 그리고 밧줄로 머리를 동동 싸매는 수법은 이 살인범의 특징이었다. 이 살인범은 3년 전 이맘때쯤 7번의 살인을 하루에 한 번씩 일주일동안 살해하고는 잠적해버렸다. 원한 살인인가 싶었지만 연관성을 찾지 못한 경찰들은 연쇄살인으로 단정지어버렸다. 혹시 면식범의 살인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학생일 뿐이었다. 이 생각이 확실한지 아닌지조차 아무 것도 알지 못하다. 그저 정황만, 그저 느낌만이 그럴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일어난 살인사건, 비슷한 수법에 비슷한 특징을 가진 여자.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저 죽이기에 바빠 던 그 살인범은 이번부터 여자를 성폭행까지 하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찾아온 그 살인범이 성욕에 미처 버리기라도 한 건가?
"그 웹툰 7화 올라왔어. 봤어?"
"어? 정말? 봐야겠다. 완전 무섭지 않냐?"
"근데 거기 나오는 가해자 말이야, 실존 인물이래."
"정말? 누구?"
"그 있잖아. 잰틀맨 안수만."
'그 있잖아. 잰틀맨 안수만.'
'그 있잖아. 잰틀맨 안수만.'
'그 있잖아. 잰틀맨 안수만.'
진하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저 문장이 박혀버렸다. 진하는 계속해서 그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는 검색해 그 웹툰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 받은 눈으로 그 웹툰의 7화 마지막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검색어로 '고발장' 웹툰을 치자, 여러 가지 추측성 기사와 블로그 글들이 쭉 올라오기 시작했다.
- '고발장'의 내용, 진실인가?
- '고발장' 혅재의 사회 부조리함, 인간의 이중성을 밝혀...
- '고발장'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 '고발장'의 가해자는 '안수만?'
- '고발장' 사이트에서 내렸지만 인기폭발.
진하는 '고발장'의 가해자는 '안수만?'이라는 글을 클릭했다. 블로그에서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적어 내린 글이었는데 조회수도 상당했고 댓글도 엄청났다. 진하는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part 1. 성폭력범 웹툰에서 나왔던 1997년에서 보여주었던 내용은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보인다. 1997년 서울 00골목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은 00신문기사에 실려진 기사였다. 하지만 1997년 '안수만'은 서울 00 근처에서 살고 있었으며, 이 사건 당시 '목격자'였다. part 2. 비리 웹툰에서 나왔던 2000년대에 넘어온 그는 일찍히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젊은 나에게 그 자리를 오르기 위해... part 3. 살인 웹툰에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내용 살인, 3년 전부터 일어난 사건과..... |
진하는 컴퓨터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털썩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자신이 알고 있던 외삼촌의 모습이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추측으로 이루어진 글일 뿐 아닌가?
진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톡톡 건드리며 문자를 어디론가 보냈다. 그리고 잠시 뒤, 전화가 걸려왔다.
[.........]
"맞아요?"
그 동안 전화를 받지도 문자에 대답해주지도 않던 그녀였다. 하지만 자신의 이 문자 한통에 전화를 건 그녀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정말인 거예요?"
[.... 진하야.]
"사실이냐고요!"
[............경고했잖아.]
"날 이용한 거예요?"
은하누나, 아니라고 해줘.
그런게 아니라고.
아니, 이용해도 좋은데.
외삼촌이 내가 알던 외삼촌이 아니라고.
그럼 용서해줄 게.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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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찾아뵙죠...
아.. 글이 잘 써지지도 않고 마음에도 안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올려봅니다.
즐거운 일주일 되세요.
- ......,Biya -
P.S. bestq님...죄송해요. 너무 늦었죠..? 내용이 많이 무거워... 재미가 없을까...참. 걱정이네요
재밌게 봐주세요
첫댓글 아니에요 ㅠㅠ) 진하군이 상처 받을꺼 같아서 걱정되네요 ㅠㅠ 그래도 더 걱정되는건 은하의 안위라는... ㅠㅠ 힝힝 잘되야 하는데 ㅠㅠ 너무 무겁긴요! ㅠㅠ 고심한 흔적이 가득한데!!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