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이 열린 한국기원 2층 대회장. 선발의 대상이 되는 프로기사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
지난 시즌 챔프 신안천일염, 양이(兩李) 보유
랭킹15위 나현 정관장 1지명으로
추첨을 통해 가장 빠른 지명권을 갖게 된 티브로드의 이상훈 감독이 주저 없이 한국랭킹 1위 박정환을 외치며 정적을 깼다. 1지명부터 뽑는 201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선발식의 시작이었다.
2014 KB리그 선발식이 26일 낮 4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팀들이 보유한 선수들을 초기화하고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91명 전원을 대상으로 드래프트했다. 1지명은 대체로 한국랭킹 순으로 뽑혀 나갔다. 하지만 95년생 15위 나현을 1지명으로 선발한 정관장의 선택은 이채를 띄었다.
지난해 MVP였던 김정현은 정관장의 2지명으로 들어갔고, 신안천일염은 양이(이세돌ㆍ이창호)를 보유해 이목을 끌었다. 3지명부터는 각 팀 감독들이 좀 더 뜸을 들이며(제한시간 60초) 마이크를 들었는데 2000년생으로 영재입단 출신 신진서가 3지명 중 가장 먼저 지명됐다. 신진서는 39위.
류수항ㆍ한승주처럼 지난 시즌 락스타리그에서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도 거침 없이 발탁됐다. 한편 퓨처스리그에선 여자기사 중에 유일하게 최정이 뽑혀(CJ E&M) 선발식에 모인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자기사 의무선발 규정이 없어진 까닭에 여자기사는 한 명도 선발되지 않은 것이란 예상이 있던 터였다.
▲ 지명 순서를 위한 추첨이 진행됐다. 말번을 뽑은 김성룡 감독이 큰 동작으로 웃고 있다.
개막식은 4월7일 아침 11시부터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펼쳐지며 개막전은 신안천일염과 CJ E&M의 대결로 4월10일 저녁 7시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다. KB퓨처스리그 개막전은 4월12일 낮 1시 한국기원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사이버오로는 KB리그 모든 대국을 수순 중계한다.
2003년 6개 기업이 참가한 한국드림리그를 모태로 하는 KB리그는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이 메인 타이틀을 후원해왔다.
‘이것이 승부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한 팀 당 5명씩 구성된 8개팀이 더블리그로 총 14라운드를 펼쳐 정규리그 순위를 결정하고, 상위 4개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단판-플레이오프 3번기-챔피언결정전 3번기)을 벌여 챔피언을 가린다.
총규모 34억원인 2014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준우승은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3위팀 신안천일염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인 티브로드에게 2-1로 승리하며 정상에 오른 바 있다.
○● (관련기사) 확 바뀐 KB리그, 다음달 7일 개막 ☜ 클릭
▲ 지명권 순서가 정해졌다. 보드에 팀 명이 붙기 시작하고-
▲ 드디어 지명 준비 완료.
▲ 두둥, 드디어 지명의 시간이 되다. 이제부터 아래는 각 팀 감독들의 지명하는 모습이다.
▲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 Kixx 김영환 감독.
▲ 지명엔 제한시간 1분을 준다.
▲ 화성시 이정우 감독.
▲ 신안천일염 이상훈 감독.
▲ 정관장 김영삼 감독.
▲ SK엔크린 최규병 감독.
▲ CJ E&M 한종진 감독.
▲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
■ 각 팀 감독들의 소감
▲ 이상훈 감독(신안천일염) “이세돌 9단을 양보해 준 화성시팀에 감사한다. 사실 양보해 주신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4번이라 이세돌 9단을 뽑지 못할 수 있었다. 우리 신안천일염팀에 이세돌 9단은 상징적인 의미로 중요하다. 이창호 9단을 포함해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뽑고 싶었던 선수들로 뽑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엔 장고판이 늘었는데 그 점을 고려한다면 티브로드가 잘 짜인 것 같다. 경계되는 팀이다. 신안천일염은 작년에 이어 다시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
▲ 김영환 감독(Kixx) “8팀이 전력이 다 비슷한 것 같다. 단, 티브로드는 (1지명은 말할 것도 없고) 2, 3, 4지명 각각의 선수가 강하다. 지난 시즌에 제역할을 못했지만 전성기 때 같은 성적을 낸다면 저 팀을 대적할 팀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강팀이다.
(이 말을 들은 김성룡 포스코켐텍 감독이 “전성기만 놓고 보면 우리 팀이 최고인 것 아닌가?”라고 하자, 이상훈 신안천일염 감독이 “전성기로만 보자면 우린 양이(이세돌ㆍ이창호)도 있는데 무슨 말씀?”이라고 각축을 벌여 좌중은 잠시 웃음바다로 변했다.)
개인적으로 감독직을 1년 쉬고 돌아왔다. 이번 우리 선수들은 어린 선수가 대부분이고 경험이 많지 않지만 즐겁게 두어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김성룡 감독(포스코켐텍) “우리는 1번을 기대하고 왔는데 8번을 뽑아 아쉬웠다. 지난해 탐색전과는 관계 없이 이번엔 돈이 급한 사람 위주로 뽑았다^^ 돈이 절박한 사람이 잘 둔다는 걸 지난해 깨달았다. 각자가 이겨서 집안 식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험한 세상, 우리 선수들과 잘 헤쳐나가 보겠다.”
▲ 김영삼 감독(정관장) “선수들은 어지간히 검증이 됐다고 봐서 내가 생각하는 실력 순으로 뽑았다. 조심스럽게 견해를 말하자면, 최근 입단한 선수들이 대체로 기존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김명훈 초단은 기존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지녔다고 봤다.
나현 3단을 1지명으로 뽑은 이유를 말하자면, 강동윤 9단 역시 좋은 선수지만 2년 동안 바둑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내가 영남일보 감독시절 나현을 와일드카드로 뽑을 때부터 나현을 꾸준히 성장할 기사라고 생각했다.
팀들을 돌아보니, 전체적으로 ‘반집승부’ 같은데 화성시와 CJ E&M은 돌풍의 핵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관장팀은 작년 우승할 팀으로 지목됐지만 결국 안 됐다. 올해는 겸손하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 그 이후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
▲ 이정우 감독(화성시) “팀들을 둘러보니 정관장이 강해 보인다. 우리 화성시팀은 조용하고 제 역할을 해줄 기사들로 가려 뽑았다. 그런 만큼 조용히 포스트시즌에 입성하겠다. 나는 선수들이 잘 융화되도록 힘쓸 것이다.”
▲ 최규병 감독(SK엔크린)“다들 센 것 같다. 특별한 강팀을 꼽기가 어렵다. 우리 팀은 말 잘 듣고 열심히 할 사람으로만 뽑았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다들 기대하는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강력한 팀을 만들겠다.”
▲ 이상훈 감독(티브로드) “박정환 9단은 랭킹1위라서 당연하게 뽑았고, 그 다음부턴 랭킹이 높은데도 전년도 성적이 좋지 않아 다른 팀들이 흘려 보낸 선수들을 뽑았다. 이들이 다시 잘 해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다른 팀을 보면, 신안천일염과 정관장이 경계되는 팀이다. 우리 티브로드는 지난해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을 꺾겠다.”
▲ 한종진 감독(CJ E&M) “우리 팀이 결승전에 올라갈 것 같다. 결승 상대는 티브로드팀 아니면 정관장팀일 것 같다.”
▲ CJ E&M 한종진 감독(맨 왼쪽)이 “두 이상훈 감독들을 이길 겁니다.”라고 하자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고,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가운데)과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도 함께 웃었다.
▲ 저마다 우승을 다짐하는 8개 팀의 감독들이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