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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앞
"여기 싫다니까 다른데로 가자. 응?"
"무슨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냐-0- 그냥 가자 춥단 말이야."
"나도 춥긴한데 그럼 건너편 케이에프씨가자!"
"케이에프씨 맛없어 롯데리아 그냥 먹자-0-"
내 마음은 눈꼽만큼도 생각 안해주는 송희를 째리듯 바라보고.
롯데리아는 왠지 께름칙한데-_-
아까 그놈이 만나자고 했던 롯데리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왠지 께름칙한데.
그 때..
롯데리아 앞에 서있는 내 또래만한 남자 둘.
입구에 서서 저게 뭐하는 짓이람.
저 놈들 때문에라도 들어가기 싫다-0-
질질질.
"아 이거놔! 이송희!!-0-"
"춥잖아 주혜야 ㅜ.ㅜ 그냥 가자~"
"어어어-0-"
탁.
내 손을 잡아끌고 롯데리아 안으로 들어가려는 송희의 이마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
이 놈의 새끼들이 미쳤나-_- 어디서 누구 머리를 쳐.
"아야.. 니네 모야."
"우리가 지금 누굴 좀 찾고 있거든. 근데 그게 너같아서."
"누굴 찾는데?"
"도련님 싸모님."
"나 도련님 싸모님아니야. 나 오늘 진짜 행복한 날 되야되거든.
괜히 사람 기분 엿만들지말고.. 비켜줘."
"내 얼굴이 사람을 엿만든다고?-0-"
"..-0-.."
쿠우우우웅.
머릿속에 천둥번개벼락처럼 맴도는 말.
입구를 막고 서있던 두 양아치 놈중 한명의 말.
도련님싸모님..
여기일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만날줄은 몰랐는데.
또라이가 말한 롯데리아가 여기일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제길쓴-0-
"아야야-0- 나 도련님싸모님아니라니까!!"
"핸드폰 내놔봐요"
"이것들이 완전 개무식이네-_- 내 핸드폰을 왜 너한테 보여줘!!"
"누가 니 구린 핸드폰 가진데? 그냥 쫌 볼게있어서 그러지"
"하 나참-0- 여깄다!"
슬그머니 내가 갖고 있는 은빛 핸드폰을 뒤로 감추고.
순간 검은머리의 눈이 내 손을 향해 반짝이는걸 느꼈지만.
도망가야겠단 생각을 차마 하지못했다.
도망갔어야 하는건데.
정말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송희 이년이 미쳤나.
핸드폰을 아무한테나 덥썩덥썩 내주고.
경준이랑 깨져서 어느 남자라면 그저 좋은거냐.
경찰을 불러버릴까.
아니면.. 통화목록을 지워버릴까.
그래 좋아! 통화목록을 지우는거야-0-
"어 아니네 이 여자. 수고했어 자."
"-_- 거봐 아니잖아!!"
"자 이제 그럼 뒤에 너보다 예쁜 여자!"
"얘 핸드폰 없어-_- 근데 나보다 주혜가 더 이쁘냐-0-"
"응. 얼른 뺏어와봐."
검은머리가 아닌 노란머리의 계속되는 유치한 말들.
검은머리는 손바닥으로 송희의 이마를 친것과 나의 핸드폰을 발견한것 이외엔
아무런 한 일이 없는 상태-_-
"아 정말 없다..."
"야."
"..어?-0-"
"핸드폰."
"하하.. 나 없는.."
휙.
처음으로 검은머리가 입을 떼 내게 말했다.
그리고는 뒤에서 열라게 통화목록을 찾고있는 나의 손목을 거세게 잡고는
이내 손에 힘이 풀린 내게서 핸드폰을 가져가 버리는 검은머리..
진작에 핸드폰이라도 사놓지 그랬어.
통화목록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삭제하는 방법도 모르니.
송주혜. 그러니까 넌 아무것도 못한다는거야.
그래서 너가 앞으로 최고로 슬프다는거야.
..........
"와 핸드폰 좋은거네. 어.. 은석아 여기 니번호.."
노란머리의 머리를 뱅뱅 맴돌게하는 한마디.
은석아 여기 니 번호...
은석아 여기 니 번호...
제길쓴.
난 이제 죽었다.
뒤늦게나마 도망갈 태세를 갖추고 있는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서
은빛 핸드폰을 자켓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어버리는 검은머리.
"-0-"
"안녕하세요 싸모님."
"주혜야..-0-"
"대신 오셨네요."
"주혜야 너 핸드폰 어디서 났어. 산거야? 고모부가 사줬어?
그리고 지금 얘네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0-
얘네가 찾고 있던 사람이 너였어? 너 얘네 알아?"
"........."
"야 송주혜!! 말좀해봐. 야 너희들!! 왜 남의 핸드폰을 주머니에 쳐넣고 지랄.. 읍!!"
"촐싹아줌마. 가만히좀 계셔영."
곧이어 노란머리의 손이 송희의 어깨를 툭툭 치고.
송희야. 넌 지금이라도 도망갈수 있는데.
난.. 도망갈수가 없다.
남재진이라는 그 남자가 준 핸드폰이 내 손에 없으니까.
나 아무래도..
포로로 잡혀버린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롯데리아 가지말자고 했잖아.
케이에프씨 가자고 했잖아..-_-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싸모님."
"원하는게 뭐야."
"원하는거요? 싸모님 남편이요."
"그사람 어딨는지 모르는데."
"싸모님이 모르면 누가알아요. 마누라면서 ^-^"
다시한번 씨익 웃어보이는 검은머리.
말문이 이제야 트인거냐. 검은머리야.
생긴건 모델해도 될것처럼 생겨놓고는 싸가지는 왜 그 모양이냐.
"1층으로 갈까요 2층으로 갈까요"
어느새 롯데리아 안으로 들어와 송희와 나를 붙들고 있는 두 양아치놈들.
"주혜야-_- 오늘 어떤날인지 알지."
"무슨날인데."
"내가 오늘을 위해서 별약속 다 잡아논거 너 모르지.."
"나도 미치겠다 지금."
"나 너랑 놀라고 영화도 예매하고 미팅까지 해놓고.. 흐어어엉..-0-"
"미팅? 그런소리없었잖아-_-"
"아몰라-.- 어쨌든 어떡해..-0- 얘네 도대체 뭐야!!!"
갑자기 씨익 웃는 노란머리.
"미팅? 하하"
"왜 쳐웃고 지랄이여-_-"
"우리랑 하면 되겠네~ 어차피 못 도망가니까. 우리도 심심했는데 잘됬다 ^-^"
순간.
빛을 발하는 송희의 눈-0-
하지만 입에선 마음과 전혀 다른 말들이 튀어나오고.
"누가 니네같은 애들이랑 미팅을 해-0- 나참!!!"
"참 싸모님은 도련님 계시잖엉. 미팅해두돼? 만나면 일른다~!!"
"주혜야-0-"
"송희야 그게 아니고..-_-"
'다라디라레로♪ 다라디라레로♪'
검은머리 자켓안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벨소리.
은빛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다.
"줘."
"싫다면"
"주라고."
"여보세요"
"야!!!"
나와 송희 그리고 노란머리와는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검은머리.
가까이 다가서는 나를 보는둥마는둥 폴더를 열고 얼른 전화를 받아버린다.
"내가 이럴줄 알고 갖고있었는데 ^-^"
"........."
"여기로 올래?"
"........."
"여기 싸모님도 계셔."
"........."
"싸모님이 누구냐고? 싸모님이 누구냐면 말이지..
다른데는 다 이쁜데 신발 하나 열라 구린거 신은 갈색머리."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려고 하는 순간.
아니다. 이미 치밀어 오른 상태다.
"여기가? 휘영아 여기가 어디지."
"글쎄 어디였더라??"
"캬악.. 여기가 신림동 롯데리아. 오 올건가본데~
하긴 당연히 와야지. 이쁜 애인님이 잡혀있는데."
".......씨발."
"그래 되도록이면 빨리 튀어와 ^-^ 건물뒤에서 보자 안녕~"
내가 부모님을 잃고 난뒤 처음으로 가져본 내 물건.
그 물건이 지금 미친 양아치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그 남자를 불러서 뭘 어쩌겠다는건지.
전화로 할수없는 얘기가 도대체 뭔데.
.......... 설마.
"눈은 있어가지고."
"뭐라고 했냐"
"니 눈에도 주혜가 이뻐보이지?"
"무슨 소리야."
"니가 방금 전화로 얘 이쁘다면서. 보는 눈은 높아가지고. 호호"
송희의 생뚱맞은 말에 모두들 할말을 잃고.
다만 검은머리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을뿐.
"봐봐 얼굴 빨개진거~ 너도 봤지?"
"응응 은석이가 원래 좋아하는 여자 아니면 얼굴 안 빨개지는데~"
"정말? 오 그럼 주혜한테 꽃힌거야? 헐..-0-"
"강휘영. 내가 언제.."
"은석아. 애들 다 부를까?"
"아니 오늘은 너하고 나만."
"뭐라고-0-"
"그새끼 때문에 자존심이 팍 상해서.. 오늘은 너하고 나만"
"너 미쳤냐-0- 난 힘없어요"
예상했던대로다.
패싸움.
양아치들과 그 남자들과의.
고작 추하게 싸움하나 할려고 남의 귀한 물건 뺏고 그 지랄 떤거냐.
얼마나 할짓이없으면 전화까지 해가면서 싸움을 할려고해.
너희 같은 미친놈들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인거다.
그래서 이렇게 나처럼 가난한년도 생기고.. 그러는거다.
"송희야 나좀 도와줘어어엉ㅜ.ㅜ 난 싸움같은거 못한단말여ㅜ.ㅜ"
"엄마야-0- 얘가 왜이래! 얼른 떨어져!! 으아아악-0-"
어느샌가 친해진 송희와 강휘영이라는 노란머리.
강휘영이 송희의 오른쪽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버린 상태-_-
은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머리는 한심하다는듯 강휘영을 쳐다보다가
이내 우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카운터로 간다.
"우유줘요"
"맛있게 드세요~"
저벅저벅.
본의 아니게 시선이 은석이라는 놈에게 향해버리고.
무슨 이런데와서 우유를 시켜 어린애도 아니고.
쏘옥.
빨대가 우유를 향해 꽃혀졌을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우유를 잘도 마셔대는 은석놈.
아니. 또라이 미친 양아치놈.
"쟤는 무슨 우유를 시키냐. 그것도 지만 달랑-0-"
"저놈 원래 그래. 긴장하면 우유 마시고."
"우유마시면 긴장이 풀리나보지?-_-"
"응."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어쩌다 저런 습관이 생겼대 호호"
"근데 나 진짜 싸우기 싫은데.."
"그럼 안 싸우면 되잖아-0-"
"난 싫은데 은석이가 싸우는거 보면 나도 같이 싸우게돼.
쟤는 싫은 사람보면 그냥 무조건 시비걸고 툭툭 치고지나가고..
그래서 싸모님 남편이 뭐라고 한마디 했다고 연락처 다 알아내고 그런거야.."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는 노란머리. 강휘영.
덩달아 진지해져 가는 송희.
끼익.
꿈에서만 들려오던 낯익은 차세우는 소리.
온것같다.
...........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빨리도 왔네."
먹던 우유를 재빨리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약간의 미소를 띠며 그 남자의 차를 쳐다본다.
곧이어 차문을 열고 내리는 남자. 남재진.
콰앙.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싸움..
결국에 제일 힘든건 내가 될것만 같은 싸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