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기적처럼그렇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갖기에 이 행성은 너무 작다고 믿었다
매일 밤마다 달리는 연습을 시작하게 된 건 우리가 소문을 들은 이후
쫓는 것과 쫓아가는 것
역할을 바꿔 가면서
너는 소설을 읽고 나면 마지막 구절만 기억하곤 했지
하지만 나는 마지막 구절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아마도 찢겨진 페이지에 적혀 있었을 이야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아름다움이란 존재한다는 거 알지? 에필로그, 라고 말하면 여럿이 아닌 한 사람이 떠오르듯이, 악몽 속을 헤매다 깨어나면 사라진 연인의 품을 찾아 더듬고 끝내 울먹이는 사람이 있어
어느 밤 우리가 사람 없는 곳을 향해 걸어 나갈 때, 동네의 모든 개가 짖고 새끼고양이가 갓난아이의 목소리로 울어 대는데 나는 네가 내 손을 꽉 쥐기보다는 내 이름을 불러 주길 원했지, 나는 잊은 적이 없다
선명하게 대화하고 싶은데 네가 두 귀를 어둠 속에 묻어 둬서……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하지 말아 줘
괜찮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척할 수 있는데
잘 닦인 유리창에 부딪친 새의 몸짓처럼
어쩔 줄을 모르는
영화 속 연인들은
예고 없는 입맞춤 뒤 놀란 표정을 짓고는
서로의 눈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는 것처럼
어둠을 오래 응시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이른 아침이었는지도
소문이 사실로 변질되어 갈 때 너는 온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터뜨렸다
울려면 정말 너처럼 울어야 하는 거 같아 온 육체와 마음이 슬픔의 모양으로 구겨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며 감탄했지 너의 눈물도 닦아 주지 못했다 슬픔을 만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우린 꽤나 유사하다고 여겼는데 그날 너는 처음 본 얼굴로 처음 듣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눈 내리는 곳에서 설원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할거야 아름다워서 아름다울 수 없는 지점에 대해
쓸모없는 것에 대해
전방위로 터지는 폭죽을 보면
내면에서 확장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예정된 순서를 지키며
빛나고 사라지는데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고
죽이고 싶은 사람만 떠올렸다
닿지 않는 곳에서 빌기만 했다
잡음이 새어 나오는 라디오를 물속에 던지자 사방이 물속이었다
여름이 시작하고 겨울이 끝날 때까지 해변에 머무르는 사람에 대해서, 아직 명명되지 않은 계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둠을 응시하던 연인의 초점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강가의 어류들에게 손발이 돋는데 감정은 돋지 않는다면, 죽고 싶은 마음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나
사실은 말이야, 나는 계속 주저하고 싶어 무엇도 판단하지 않고 새의 사체를 해부했을 때 갑작스러운 공포를 느꼈으면 좋겠어
누구나 불행한 동화를 쓰고 싶다 하루를 반으로 가른다 해도 절반의 빛과 절반의 어둠이 나오지 않겠지만
잘못 발사된 탄환 같지 우린
언젠가 세상의 마지막 폭죽이 터질 때
그걸 본 사람이 너이길
곁에 누구도 없이 너
홀로
양안다/ 아주 조금 다정하게 혹은 이기적이게
첫댓글 ㅁㅊ 북마크갈겨 냠냠
이런 댓밖에 못쓰는 나라 미안해
표현들이 가슴에 콕콕 박혀...
글이너무좋다
너무 좋다 ㅠㅠ 혹시 출처 적어줄 수 있을까? 원문이 담긴 책이라던가..ㅠㅠ
아이고ㅠ 깜빡했다 남겼어
글 너무 좋아서 계속 곱씹는 중이야 ㅠㅠ 혹시 출처 알 수 있을까? 책이면 사서 보고 싶어..!
아이고ㅠ 깜빡했다 남겼어
나도 출처가 너무 궁금해 ㅠㅠ 공유 가능해 ??
아이고ㅠ 깜빡했다 남겼어
아주 조금 다정하게 혹은 이기적이게 - 양안다
아 윗여시가 출처남겨주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