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열리는 프로경기로 다소 축구에 있어서는 확고한 자리를 만들지 못한 대구는 2002년 월드컵 이 후 큰 변화를 가진다.
한국 최초의 시민구단 창단, 그 시작을 대구에서 열었다. 박종환 감독을 사령탑으로 프로축구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린 대구는 창단 첫 해, 월드컵 경기장과 시민운동장에서 경기를 열며 조용한 정적이 흐르던 시민운동장을 다시 한번 깨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 시민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대구FC 선수들
연초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했지만 7월 이 후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9월의 3경기를 제외하고는 10경기를 시민운동장에서 진행하며 시민들과 더욱 가까이 하나 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소 교통이 잘 연결되어있지 않았던 월드컵경기장에 비해 시민운동장은 시민들에게 야구장 옆 경기장으로 인식되며 많은 호응을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 비해 시민들의 호응도는 낮았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1만 명의 이르는 관중들이 평균적으로 나타났지만, 시민운동장에서는 평균 4천 명 정도의 관중들만이 자리를 채웠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들리는 시민운동장에서의 프로축구 함성, 크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시민운동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로는 충분히 자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in 시민운동장
2년 마다 열리는 세계 대학생들의 체육대회 유니버시아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대회였다. 앞서 97년 무주와 전주에서 공동으로 진행된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열었기에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또한 익숙한 대회로 다가왔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계 대회를 개최한 대구는 시민운동장을 비롯해 월드컵 경기장 등 여러 경기장을 활용하며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시민운동장에서는 주로 축구 경기가 열리며 프로축구의 연장선을 잇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며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의 경기를 펼쳤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단연 기억되는 경기는 북한 여자대표팀의 경기이다.
2003년 8월 30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 : 0 대승을 거둔 것이다.
대회 돌풍의 주역으로 불리던 일본을 잠재운 북한 여자대표팀은 무실점 기록까지 세우며 금빛 세리머니를 푸른 그라운드에 펼쳤다.
북한 여자대표팀은 독일전 6골, 프랑스전 9골, 멕시코전 5골에 이어 지난 28일 대만을 상대로 4골을 추가, 이어 결승전에서도 3골을 더해 총 27골을 작렬하는 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가 시민운동장을 가득 채우던 그 날, 하나 되어 흘렸던 눈물의 감동은 잊혀지지 않을 시민운동장의 역사와 추억이 되어 남았다.
미래의 유망주를 바라보다
▲ 대구강변구장에서 예선 경기를 치렀던 고교 축구
큰 대회를 치른 이 후 대구시민운동장에는 어린 선수들의 단단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문화관광부대회를 비롯하여 유소년 축구대회 등 다채로운 축구경기들을 시민운동장에서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축구는 월드컵 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 빈자리를 미래 축구 유망주들의 작지만 큰 무대로 자리해 무한한 꿈의 실현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몇 일전 막을 내렸던 제35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축구대회는 56개 전국 고교팀이 참가해 멋진 경기를 펼쳤다. 3 : 2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신갈고의 우승으로 돌아간 이 대회는 잠시 축구의 기운이 사라졌던 시민운동장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 대회를 비롯해 7월에는 제7회 대구광역시장기 전국중학교 축구대회가 열릴 계획이다.
대구시민운동장 푸른 잔디를 느끼다
푸른 잔디가 이제 익숙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설레임 가득한 장소인 경기장.
크나큰 함성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싱그러운 잔디 냄새와 선수들의 구슬땀들이 더욱이 경기장을 반짝이게 하는 모습들이 시민운동장에는 없다.
예전 남아있던 추억으로만 이제 회상해야 할 기억들 속에서 우리는 두 번의 짧은 이야기로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가진 다른 경기장에 비해 대구시민운동장은 그리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큰 대회들이 열렸지만 축구보다는 다른 종목으로 기억되는 종합경기장, 그곳이 시민운동장이다.
▲ 대구시민운동장
인터넷 검색 창에 대구시민운동장이라는 일곱 글자를 넣으면 온통 야구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느 곳 하나 축구장으로써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장을 직접 찾게 되어도 축구하는 모습이 아닌 육상선수들의 연습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그곳, 축구의 숨결이 꾸준히 들려오는 경기장의 모습을 갖추기를 희망한다.
축구가 아닌 대회로써, 다른 타 종목으로써는 많은 것을 담은 시민운동장.
고교 축구대회를 기점으로 잔디를 새로 단장하며 축구 경기의 최적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금, 축구라는 두 글자로는 무언가 많이 부족했던 이 곳이 이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우리 어린 선수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추억이 될 경기장으로 자리 잡아 소리 없는 조용함이 아닌 이야기 가득한 경기장으로 남길 바래어본다.
K-리그 명예기자 이솔희
첫댓글 최초 시민구단이 대구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