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방문을 열고나온 준후 눈에 소파에 앉아 있는 승희가 보였다.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다른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있는 승희는 하얀 스케치북을 멍한 득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뭐해요?”
“응? 아… 준후구나.”
고개를 든 승희는 준후를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스케치북을 쳐다봤다.
“그림…그릴까하고.”
어느새 승희 옆으로 다가온 준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림은 화실에서만 그리는 거 아니었어요?”
“보통은 그런데… 가끔 화실이 답답하거나 그럴 때는 밖에서 그리기도 해.
그게 소재 정하기도 좋고… 머리 속을 환기시켜준 달까…
근데… 어디가?”
말끝을 흐리던 승희는 준후를 한번 쳐다보고는 물었다. 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최교수님 댁에 볼 책이 있어서요.
“후훗. 최교수님 댁에 자주 가네?”
“그..그거야. 교수님 댁에 쉽게 보기 어려운 책도 많이 있으니깐…그니깐.. 제 말은…”
“알아알아.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네.”
준후는 승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른 나가버렸다. 승희는 자신의 가벼운 농담에도 당황해 하며 나가는 준후를 보고 웃었다.
‘아직 애라니깐…후훗.’
승희는 다시 스케치북으로 눈을 돌렸다. 준후에게 말한 대로 머릿속 환기를 위해 화실에서 내려와 아지트에서 연필을 잡았으나, 머릿속은 여전히 미궁이었다. 어쩐지 요즘 기분이 계속 가라앉았던 승희는 그림마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속상했다. 꽃샘 추위라고는 하지만 아직 바람은 차고 가지는 앙상한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승희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승희는 창문 밖을 한번 내다보고는 조용히 한 숨을 내쉬었다.
승희가 한숨을 내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현암 방의 문이 열렸다. 승희는 현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 잤어?”
“응?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자고 있어.”
“준후한테 듣기로는 일하러 나갔다가 이틀밤이나 새고 오늘 아침에 들어왔다며.
아직 오전인데, 몸도 쉬어야지. 아무리 무적의 현암군이라도 잠에는 장사없어.”
“잠깐 눈 붙였어, 별걱정을.”
현암은 무심한 듯 말하고는 탁자에 있던 신문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현암을 바라보는 승희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띄워졌다. 현암은 커피를 타고는 식탁에 자리잡고 신문을 읽으려다 승희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근데…
너는 거기서 뭐해?”
“뭐…그림 그린다고 해야 하나…?”
“무슨 대답이 그래?”
“훗. 뭐 그래.”
현암은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승희는 한참 스케치북을 쳐다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연필과 스케치북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읏챠.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승희는 현암을 지나치면서 한번 슬쩍 보고는 물을 올리고 찬장을 열었다.
“응?”
승희는 찬장 속을 훑어보고는 찾는 게 없는지 찬장 문을 닫고 식기 건조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역시 찾는 게 없는지 갸웃거렸다.
“현암군, 혹시 내 머그컵……어?”
승희는 현암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하다가 멈추고 현암을 쳐다봤다. 현암은 어느새 잠이 이었는지 오른팔로 턱을 괸 채, 졸고 있었다. 반쯤 열려있던 뒷창에서는 온기가 실린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따라 현암의 머리카락과 승희의 머리카락이 감히 흩날렸다. 어느새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오랜만에 봄 햇살이 비췄다.
승희는 흩날린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올리며 현암을 보고 미소 지었다.
“역시… 내려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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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만에 퇴방에 쓰는 소설인지!!!
솔직히 소설 자체를 놓은지가 오래되서;;;
여튼
이 소설의 모티브(?)는 위에 있는 무인캐치시스켐s님의 그림이었습니다..
졸고있는 현암군의 그림은 제가 애정하는 몇 안되는 현암군 그림...
아마..이 그림을 승희가 그렸다면 이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하고 간단하게 써봤어요.
아마 제가 역대 쓴 소설 중 가장 단편인듯...ㅎㅎ
단편이다 못해..조각글이랄까..ㅋㅋㅋ
근데 현암군과 승희의 관계를 중점으로 쓴 건 데..
쓰고보니 준후나 현암군나 나오는 비율이 비슷하네요...ㅋㅋ
그림보니..현암군 옆에 승희의 것으로 보이는 머그컵이 있어서,
소설 속에서 현암군이 졸려서 실수로 승희 머그컵을 썼다는 깨알같은 설정이 있습니다..ㅋㅋ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네요..후후..
(그리고 이 소설과 그림을 제 블로그(http://xhlakthsu90.blog.me/)에도 올렸는데,
무인캐치시스템s님께서 문제제기 하시면 그림은 삭제하겠습니다.)
첫댓글 즐감해요
넵!!ㅎㅎ
아아, 이분의 현암은 뭔가 미소년 느낌ㅋㅋㅋ
늘 강한 느낌만 생각해왔는데 색다르네요
저도저그림을보고그렇게생각했죠ㅎㅎ
근데어쩐지있을법한느낌이기도해서더좋았어요ㅎㅎ사람이언제나긴장할수는없으니깐요ㅋㅋ
잘 읽었어요~~! 멋지당~>ㅁ<
감사해요ㅎㅎ
현암군은언제나멋지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