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4.04.02. -
상처는 아름답다. 상처는 그 존재의 신산한 이력과 거기에 대응하여 애쓴 몸짓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언뜻 상처는 흉측한 무늬로 보일지 몰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의 의지와 그것의 가치를 증명하는 표지로 부각된다.
그 상처가 자기를 위해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면 ‘별처럼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이때 상처는 자신의 삶을 구원하는 행위에서 세계를 구원하는 의식(儀式)으로 격상된다. 모든 존재들이 서로 상처의 관계로 이어져 구원의 인드라망을 짜고 있는 이 화려장엄의 세계! 그런 점에서 ‘상처’야말로 이 우주의 무정형과 무의미에 정형의 아름다운 질서와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는 징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