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劉備)의 패착(敗着) -
손권(孫權)은 장소(張昭), 제갈근(諸葛瑾) 등을 비롯하여 호위 병사들에 호위(護衛)를 받으며 육손(陸遜)의 군영(軍營)에 도착(到着)하였다.
손권(孫權)이 영문(榮問)으로 들어서니 명령(命令) 불복종(不服從)의 팻말이 걸린 부준의 수급(首級)이 효수(梟首)된 것이 눈에 띄였다.
손권(孫權)을 비롯해 수행(隨行)해 온 제갈근(諸葛瑾)과 장소(張昭)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陸遜) 육손(陸遜)을 비롯한 장수(將帥)들이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주공(主公)을 뵈옵니다!" 하고, 아뢰니, 손권의 시선(視線)이 육손(陸遜)과 그의 장수들에게 향했다.
"음! 백언(伯言 : 육손의 字) 일어나시오." 손권(孫權)이 육손에게 명(命)하자, 육손을 비롯한 장수들이,
"망극(罔極)하옵니다!" 하고, 대답(對答)하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권(孫權)이 이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大都督)을 비롯해 여러 장군(將軍)들이 분전(蜀軍)을 맞아 분전(奮戰)하고 있기에 형주(荊州)에 순찰(巡察)을 나왔다가 잠시(暫時) 격려차(激勵次) 들렸소. 자,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들어가시죠. 육손(陸遜)이 앞장서서 손권(孫權)을 장중(場中)으로 안내(案內)하였다.
손권(孫權)이 장중(場中)에 들어와 좌정(坐定)하니 곧 세 개의 목궤(木櫃)가 들어와 뚜껑이 벗겨지는데, 그 속에는 은전(銀錢)이 가득 들어 있었다.
손권(孫權)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대도독(大都督)을 비롯해 여러 장수(將帥)들이 다섯 배의 달적 적군(敵軍)과 두 달간 교전(交戰)하면서, 적들이 전진(前進)을 하지 못하고 유비군(劉備軍)의 오만(傲慢)한 기세(氣勢)가 꺽여, 우리 강동(江東)의 위엄(威嚴)을 세워주었기에 과인(寡人)이 기쁨에 겨워서 위문품(慰問品)을 가지고 왔소!"
육손(陸遜)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례(答禮)한다.
"성은(聖恩)이 망극(罔極)하옵니다. 하사품(下賜品)은 장수(將帥)와 병사(兵士)들에게 분배(分配)하겠지만 소장은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죄(罪)를 청(請)하옵니다."
"어째서?"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소장이 부준 장군을 명령(命令) 불복종(不服從)의 죄(罪)를 물어 참수(斬首)했습니다."
"음!...." 손권(孫權)이 잠시 눈을 감고, 대도독(大都督) 육손(陸遜)의 처분(處分)에 대한 잘 잘못을 논(論)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솔직(率直)히 말해, 영문(榮問)을 들어오는 중에 부준의 목을 봤소." 하고, 말하니,
육손(陸遜)이 말 없이 손권(孫權)의 앞에 무릎을 꿇어 보인다.
손권(孫權)이 단하(壇下)로 내려와 장수(將帥)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 장군들, 부준의 수급(首級)을 보고 과인 (寡人)은 이리 생각했소. 만일(萬一) 육손(陸遜)이 군법(軍法)을 무시(無視)하고 부준을 살려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손권(孫權)의 머리가 유비(劉備)에게 참수(斬首)되어 영문(榮問)에 걸리게 됬을 거란 말이오!"
"주공(主公)!" 장수(將帥)들 일동(一同)이 손권(孫權)을 향(向)해 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육손(陸遜)! 하사품(下賜品)을 못 받겠다고? 좋아! 그럼 다른 상(賞)을 내리도록 하지! 여봐라! 가져와라!" 손권(孫權)은 육손을 향해 말을 하다가 곧 수행(隨行) 군사(軍士)에게 명(命)하였다.
"예!"
손권(孫權)을 수행(隨行)해 온 병사(兵士) 둘이 다시 자그만 목궤(木櫃)를 장중(場中)으로 가지고 오자, 손권이 손수 목궤의 뚜껑을 열어 젖혔다.
그 곳에는 목궤(木櫃)를 가득 채운 죽간서(竹簡書)가 들어있었다.
그때, 손권이 입을 열어,
"육손(陸遜), 이건 그대가 대도독(大都督)에 오른 후, 조정(朝廷)의 모든 노신(老臣)들이 그대의 교체(交替)를 요구(要求)한 상주문(上奏文)이오. 그러나 짐(朕)은 그대를 믿고 있소. 하니 이것은 그대가 보는 앞에서 모두 없애 버리겠소." 하고, 말하면서 손권(孫權)이 손수 등불을 가져와 죽간서(竹簡書) 위에 내던졌다.
불타는 상주문(上奏文)을 보면서 육손(陸遜)이 손권(孫權)에게 아뢴다.
"주공(主公), 육손(陸遜)이 맹세(盟誓)컨데 주공께서 지르신 이 불길을 천지(天地)가 개벽(開闢)하는 승리(勝利)로 보답(報答)하겠습니다!"
"음!" .....
한편, 부준의 참수(斬首) 소식(消息)은 곧 유비(劉備)에게 보고되었다.
"폐하(陛下), 밀정(密偵) 보고(報告)로는 육손(陸遜)이 영채(營寨)를 나와 싸운 손권(孫權)의 처남(妻男)인 장군(將軍) 부준을 참(斬)하고 재차(再次) 엄명(嚴命)해 앞으로 수비(守備)에만 치중(置重)하도록 지시(指示)했으며, 지금은 아군(我軍)에서 아무리 욕설(辱說)을 퍼부어도 전혀 대응(對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 육손(陸遜)은 물론 아군(我軍)이 두렵겠지만 손권(孫權)은 절대(絶對) 교전(交戰)을 피(避)하지 않는 성격(性格)이다. 하물며 건업성(建業城) 내(內)의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이 육손의 연패(連霸)를 두고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육손을 탄핵(彈劾)해서라도 교전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육손(陸遜)은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폐하(陛下), 아뢰옵니다. 아군(我軍)은 오랜 원정(遠征) 길에 환경(環境)도 다르고 혹서기(酷暑期)에 접어들어 어려운 실정(實情)입니다. 군영(軍營) 내(內)의 수원(水原)도 고갈(枯渴)되어 병사(兵士)들은 오염(汚染)된 물을 먹고, 질병(疾病)이 발생(發生)하고 있습니다. 신(臣)이 영내(營內)를 시찰(視察)해 본 바, 전초 기지(前哨基地) 병사들 열 명중 셋은 앓아누웠습니다.허니, 전군(全軍)을 차례(次例)대로 자귀성(秭歸城)으로 철수(撤收)시켜 당분간(當分間) 휴식(休息)을 취하도록 하고 가을에 전쟁(戰爭)을 재개(再開)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마량(馬良)이 이렇게 아뢰자 이를 듣는 장수(將帥)들 얼굴에서는 그의 말에 기대감(期待感)이 떠 올랐다. 그만큼 장수들 조차 오랜 원정(遠征)길에 나날이 거행(擧行)된 전투(戰鬪)에 지쳐있었던 것이었다.
유비(劉備)가 마량(馬良)의 말을 듣고, 침울(沈鬱)한 표정(表情)으로 장수(將帥)들에게 묻는다.
"모두 같은 생각인가?"
그러자 관흥(關興)이 조심(操心)스럽게 대답(對答)한다.
"병사(兵士)들이 휴식(休息)을 취한다면 틀림없이 정신력(精神力)이 배가 되어 사기(士氣)가 오를 겁니다."
"음!... 짐(朕)은 그간의 경험(經驗)으로 용병(勇兵)의 도(道)를 안다. 지금같은 때 반 보(步)라도 후퇴(後退)한다면 사기가 저하(低下)된다. 혹서(酷暑)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아마 오군(吳軍)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같은 상황(狀況)이면 이를 극복(克服)하는 쪽이 이긴다. 명(名)이다. 철수(撤收)는 할 수 없으니 군막(軍幕)을 산림(山林)이 우거진 곳으로 옮기고 계곡(溪谷) 옆에 주둔(駐屯)했다가 가을이 되면 전투(戰鬪)를 재개(再開)한다."
"알겠습니다!" 장수(將帥)들은 모처럼의 휴식(休息)을 명하는 유비(劉備)의 명(命)에 안도(安堵)의 숨을 내쉬며 일제 (一齊)히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마량(馬良)은 자신(自身)의 의견(意見)이 받아들여지자 다시 한번 앞으로 나서서 아뢴다.
"폐하(陛下), 지금 전선(戰線)이 피아간(彼我間) 교착 상태(交着狀態)에 있으니, 신(臣)이 양측(兩側)의 대치(對峙) 상황(狀況)을 그림으로 그려, 승상(丞相)에게 보낸 다음, 대책(對策)을 세우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
"짐(朕)이 병법(兵法)을 모른다는 건가?"
"아, 아니옵니다. 신(臣)은 그저 승상(丞相)께 자문(諮問)을 구하려고 할 뿐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번거로울 것이니 그만두게."
"폐하(陛下), 옛말에도 다수(多數)의 의견(意見)을 들어 앞을 밝게 본다 하였으니, 성군(聖君)이신 폐하께서도 옛말 대로 해보시지요."
"좋아, 그럼 각(各) 군영(軍營)에 가서 적군(敵軍)과 아군(我軍)의 형세(形勢)를 세세(細細)하게 그려서 서천(西川) 의 공명(孔明)에게 보여주게 잘못 된 게있으면 속(速)히 보고(報告)하고."
마침내 유비(劉備)의 허락(許諾)이 떨어졌다. 마량(馬良)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명(命))에 따르겠습니다." 하고, 기쁜 어조(語調)로 대답(對答)하였다.
유비(劉備)의 명(命)에 의해 사십여 개에 달하는 촉군((蜀軍)의 군막(軍幕)이 동오(東吳)의 영채(營寨) 앞에서
물러나 숲과 계곡(溪谷)으로 향했다는 정보는 육손(陸遜)에게 즉각(卽刻) 보고(報告)되엇다.
"대도독(大都督), 촉군(蜀軍)이 더위를 피(避)해 산(山)속에 주둔(駐屯)했습니다. 수백 리에 걸쳐 설치(設置)된 군막(軍幕) 사십여 개를 모두 뒤로 물렸다고 합니다."
"정확(正確)히 보았나? 일부(一部)만 갔나, 아니면 전군(全軍)이 갔나?"
"소장이 보기엔 전군(全軍)이 갔습니다.유비(劉備)의 중군(中軍) 장막(將幕)도 숲속으로 이동(移動)했습니다. 아마도 전쟁(戰爭)을 가을이나 재개(再開)할 듯 합니다."
육손(陸遜)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연실 끄덕이며,
"하!...끝났군, 기다리던 때가 왔어, 이젠 촉군(蜀軍)은 끝장이야!..."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기뻐하였다.
삼국지 - 331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