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팍스넷 공도윤 기자]“실패를 거듭하며 투자원칙을 완성했다.”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는 보유주식 가치평가액이 1000억원에 달하는 큰손 투자자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17개사로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요구하는 행동가형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손 대표는 IMF 외환위기 때 주식투자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투자 방식을 세웠다. 2004년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자본금 5000만원을 10여년 만에 약 2000배 가량 불렸다. 5%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표 종목은 엘비세미콘, 티플렉스, 성호전자, 동원금속, 바른전자, 에스코넥, 멜파스, 파인디앤씨, 루미마이크로, 에스폴리텍, 영화금속 등이다.
보유종목이 많은 만큼 그는 다양한 투자법을 이용해 종목을 선정하고 매매한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점검해 시장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기준으로 삼는 투자지표도 다양해 그의 강의에는 늘 많은 투자자들이 참석한다. 기본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저평가 종목을 저가에 매수해 장기투자하지만 시장 흐름과 산업의 특성에 따라 종목 선정과 투자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그의 투자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우선시 하는 부분이 있다면 ‘종목선정’과 ‘매수 타이밍 결정’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종목 선정
종목 선정에 손 대표는 여러 잣대를 들이 댄다.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대구 중앙상고를 졸업한 뒤 15년 가량 자동차 부품회사, 섬유회사, 기계공장 등에서 경리업무를 맡은 만큼 회계통이다.
손 대표는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 상태를 알 수 있다”며 “금융차입 규모, 공장 가동률, 환차익, 매출 구성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공동가동률로 생산규모와 경기흐름을, 환차익으로는 우발 채무 리스크를, 매출구성으로 성장성을 확인한다.
물론 실적도 고려한다. 다만 ‘실적’을 해석하는 관점은 다른 투자자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는 “이익이 많이 난 회사의 주식은 사지 않는다”며 “오히려 적자인 기업이 투자하기 좋다”고 말한다. 다만 유보율이 낮거나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는 철저하게 제외한다. 또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비중있게 본다”고 설명했다.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주식은 가격이 싸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손 대표는 주당 1000~2000원 정도에 불과한 저가주도 대거 매수한다.
“종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다면 저가주 매수가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테마도 미시적 변수도 고려대상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원유, 환율 변동 등 거시적 변수는 그가 꼭 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최근의 시장상황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돌아설 때 쯤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고려해 멜파스, 성호전자, 루미마이크로 등도 매수했다. 미시적 이슈도 놓치지 않는다. 정부정책은 꼭 확인하는 부분으로 최근은 연말에 있을 세법 개정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요건을 확대, 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들이 세금 부담을 떨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마주도 관심 있게 본다.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관련 주식을 20개 가까이 매수하면서 120억원의 수익을 봤다. 그는 “2004~2005년에도 와이브로 관련주와 줄기세포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 숨어있는 악재를 보는 법과 테마주 분석을 통해 우량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저가·분할 매수, 중단기 매매도 고려”
에이디칩스 종목을 10년 이상 보유할 만큼 장기투자자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손 대표는 “투자자는 주가 상승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며 “부동산 투자처럼 땅을 사고 10년을 지켜보듯 느긋하게 기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매매에 있어 매매기간을 정해놓고 투자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장기투자만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기간을 짧게 보고 투자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분양 추이를 보면 건자재주가 유망해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할 전망”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매수 시점’이다. 그는 “매도 시점은 조금 빠르고 늦고의 차이 일뿐, 매수 시점을 잘 잡으면 투자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저가매수가 어렵다면 분할 매수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국내 증시가 잠시 부진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인다.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매수 시점을 고려할 때 차트 분석도 한다. 그는 “차트를 분석할 때, 심리도와 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인 MACD와 주가 추세를 판단하는 지표인 MAO 등을 본다”며 “두 지표가 같이 상승세를 보일 때가 매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를 쉴 때도 있다. 악재가 넘쳐 난다 싶으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 잠시 숨을 고른다. 이런 방식으로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그는 1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적극적으로 경영참여, 주주권익 주장
그는 주주로서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내세우는 투자자 중 한명이기도 하다. 올해 영화금속의 배당금 상향과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 등을 가결 시켰고, 동원금속의 배당금 확대를 이끌어 냈다. 두 종목의 보유지분은 10%가 넘는다.
손 대표는 “앞으로도 10% 이상 매입한 종목은 주주제안으로 주주들을 위해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계획은 투자자문사 설립이다. 그는 “개인 자금을 운용해 자산을 불렸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이 투자를 의뢰하면 자문해주고 투자금도 받아 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