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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VHS 비데오 테잎에 영화를 담아 대여해주는 비디오점들이 동네마다 있었다. 사람들은 비데오 테잎을 빌려봤다. 볼 게 그것뿐이어서 그랬다. 그때 누군가가 영화와 영상을 디지털화된 동영상 포맷으로 소비하게 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MPEG같은 동영상 압축 규격이 90년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조차도 오늘날 우리가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을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우리는 비디오를 빌려보지 않는다. 비디오 대여점은 사라졌다. 찍을 게 그것 뿐이라고 아직도 비데오 테잎같은 정당을 부여잡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딱한 것은 바로 지금 그들이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비데오 시장과 야동(파일의 형태로 소비되는 동영상)이 공존하던 때가 있었다. 영화는 낯설고 상업적인 수익을 얻을 기술적 문화적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의 형태인 비디오로 여전히 출시되면서 두 개의 동영상 형태가 공존하는 때가 있었다. 비디오 시장은 양성화되고 탄탄하게 뿌리내린 상점의 앞이고 야동은 음성적으로 공유되던 상점의 뒷마당 창고였다. 화상통신과 넷플릭스의 기반이 된 기술적 토대는 맨 처음 야동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미래를 보는 사람과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이 갈린다. 지금 우리는 그때와 똑같은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만 화질이나 음질이 조악한 매체가 무엇이고 음성적으로 오가고 있지만 화질이나 음질이 뛰어난 매체가 무엇이겠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비데오 테입이나 DVD로 지하에 개인 영화관을 구축한 사람들이 있다. 버리자니 너무 아깝다. 팔리지도 않는다. 거기에 많은 가치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기댈 곳이 하나 뿐이라서 그렇다. 그곳은 엄연히 영업점(정당)으로 뿌리내리고 비데오 테잎을 대여해준지 아주 오래된 단골 가게다. 동네에 경쟁할 비데오 대여점이 없으면 독점하는 대여점은 고객에 대한 봉사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어차피 비데오를 보려면 갈 데가 거기뿐이다. 과거에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약도 팔고 연극도 하던 한나라 유랑극단이 있었지만, 요즘 일부 노인들을 제외하고 그거 보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볼거리를 찾는다면 민주 비데오 대여점에 가는 수밖에 없다. <취미가 뭐냐? 유랑극단이다. 그럼 퉤...> 이게 요즘 분위기다. 단골 비데오 대여점의 고객 봉사수준이 조금씩 나빠지는 과정은 수구화의 과정이다. 유랑극단과 민주 비데오 대여점 두 개가 경쟁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둘 사이에 차별화라는 요소가 발생한다. 서로 달라야 한다. 그러나 하나가 경쟁에서 밀려나면 차별화해야 할 동기가 없어진다. 처음부터 둘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성격상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둘이 같은 고객을 상대로 경쟁하는 상황은 있지도 않은 차별성을 부각시켜왔다. 뭔가를 보여주고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러나 고객들은 둘 사이의 차별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둘이 다르다고 착각을 해왔다. 이제 하나가 망하면 살아남은 대여점은 구린 화질의 VHS 대여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원본이 VHS 화질인 영화를 4K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방법은 없다. 다이아몬드 헤드 5개가 달린 재생기에다 청정실에 보관된 비데오 테잎을 틀면 뭔가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떨까? 정확하게 제대로 구린 화질이 재생된다. 이런 변화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유랑극단이 도태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유랑극단의 낡아빠진 메뉴에 식상해졌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유랑극단 또는 비데오 대여점 내부에서 변화가 발생하면 미래로 가는 차를 타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외부에서 변화가 발생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이든 단체든 오랜 시간에 걸쳐 명맥을 유지하려면 외부에서 요구하는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을 차단하고 안을 지키려는 순간 붕괴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집권당에 요구하는 것은 자주적으로 민족 해방의 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좋은 때가 없을 정도로 주변 여건이 훌륭하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일 심리적 준비가 되어있는 이런 시점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다. 게다가 주변국들의 독립적인 움직임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지금은 옷을 갈아입고 목욕하고 새 사람으로 태어날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목욕을 한 것인지 비에 젖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비데오 대여점이 독점적 지위를 얻은 지금 이 순간 비데오 대여점은 도태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머지 않아 사라질 사업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세력은 도태되어야 한다. 스스로 변화할줄 모르는 세력은 사라질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그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
첫댓글 적당한 비유를 한 좋은 글입니다...
<시>
희연
(희)_ 희소식이 무슨 소원의 실체처럼 귓전을 두드리면
(연)_ 연락선 우짖는 뱃고동 설렘으로 선창은 부산했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