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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60대 원문보기 글쓴이: 노동
이탈리아 여행(1-2)
근래에 와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휴양을 위해서 거나,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거나, 또는 명승고적을 보기 위해서 여행 을 떠나는데, 어떻든 여행은 즐겁고 삶의 의욕을 돋구어주는 일 입니 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여행은 고단할 뿐더러 힘도 듭니다. 우리도 이제 여행 막바지에 이르니 피로도 쌓이고, 질력도 나고 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새벽 비행기로 이탈리아의 밀라노(MIlano)로 갔습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경제적 수도이고, 세계의 패션(fashion)을 선도하 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첫째 관광 대상은 두오모(Duomo) 대성당입 니다. 흰 대리석으로 된 우아한 이 성당은 1387년에 착공하여, 우여 곡절 끝에 약 600년이 걸려 완공된 세계 최대의 고딕양식 성당입니다. 성당 내부에는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보물 등 볼거리가 많으며, 옥상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첨탑(尖塔) 조각과 밀라노 시가를 전망할 수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려면 €12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비싼 돈을 받는 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로 건립된 유개 (有蓋) 아케이드 갈레리아(Galleria) 2층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그 뒤쪽의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하우스와 스칼라 광장만 보고, 더 이상은 피로해서 안 보았습니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꼬모(Como) 호수를 찾아갔는데, 길을 잘 못 들어 현지에 도착하고 나니 피로하기도 하고 시간도 늦어 호숫가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가보지도 못 하고 돌아왔습니다.
밀라노에는 볼 것들이 참으로 많은데 아쉽게도 2박만 하고 다음 목적지인 베로나(Verona)로 향했습니다. 베로나에는 로마제국 때의 원형극장이 남아 있고, 여름에는 여기서 오페라를 상연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무대 공사 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도시에는 또 셱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에트”에 등장하는 줄리에따(Giulietta)의 집이 있습니다. 이 집은 줄리에따가 마치 실존 인물이었던 것처럼 꾸며져 있는데, 항상 관광 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로미오 집도 만들어놓았는데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구시가지 중심의 에르베(Erbe) 광장은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궁전과 건물들로 둘러싸여있어 대단히 아름다울 텐데, 간이매점들로 꽉 차 있어, 이런데도 그레샴의 법칙이 성립하나 하고 실소를 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돌로미떼 공원 안에 위치한 도시 볼짜노(Bolzano)입니 다. 시내의 아이스맨(ice man) 박물관에는 알프스 산위에서 발견된 약 5천 년 전 인간 미라가 있습니다. 북어처럼 건조된 이 미라는 고고 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산 중턱에 산제네시오(San Genesio) 라는 마을이 있고, 내가 밀라노에 살 때 가끔씩 들렀던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음식 맛이 좋은 호텔이 있습니다. 옛날을 생각하며 하룻밤 묵으려고 찾아들어갔는데 젊은 여주인이 내 여권을 보더니 곧바로 옛 날 손님임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다녀간 손님들을 이렇게 철저히 관리하고 즉시 알아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옛날의 여주인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자기 모친인데 이제는 자기들 자매에게 호텔을 맡기고 집에서 쉰다고 합니다.
저녁때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여주인이 한 초로의 부인을 내 앞 으로 대려 왔습니다. 이 낯선 부인이 나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하였는데 나는 이 부인이 옛날 여주인임을 미쳐 알아차리지 못 하였습니다. 잔 주름이 좀 생겼지만 어렴풋이 옛 모습이 남아있었습니다. 옛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서 일부러 나왔답니다. 활짝 핀 마로니에 나무 꽃 이 호텔에서 이틀을 지내고 현재, 선대, 그리고 그 선대의 3대에 걸친 여주 인들과 석별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돌로미떼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돌로미떼 공원은 이탈리아 알프스를 지칭하는 광대한 산악 지역입니다. 공원 초입에서 우리는 눈 덮인 암벽이 반영된 아름다운 호수를 만났습니다. 까레짜 (Carezza)라고 하는 해발 1620미터에 있는 호수입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좀 염려했지만 5월인데도 눈이 안 녹아 멋진 바위산들을 가까이 가서 구경할 수 없었고, 험한 고개 마루턱에는 찬바 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돌로미떼 공원을 건성 보고 말았 지만 아름다운 까레짜 호수를 본 것에 만족하고 발칸반도로 건너가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를 관광하고 다시 페리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로 갔습니다. 나폴리 남쪽의 쌀레르노(Salerno) 도시를 거쳐 아말피(Amalfi) 해안도로를 따라 아말피까지 갔습니다. 아말피 해안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 답다는 도로입니다. 지금은 길이 조금 넓어졌지만 약 20년 전만 해도 절 벽을 깎아 만든 굴곡이 심한 아슬아슬한 좁은 길이어서 조금만 실수하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 나는 집사람과 나폴리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이 도로를 지났는데, 커브를 돌 때마다 승객들이 운전기사 에게 박수를 쳐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말피 해변 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 소렌토를 거쳐 봄페이(Pompei)에서 묵었습니다. 봄페이는 AD 63년에 대지진으로 파괴되고, 이어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던 AD79년에는 베스비우스 화산이 폭발하면서 뿜어낸 토사로 도시 전체가 지하에 묻혀버렸습니다. 약 2천명이 생매장되었으며, 겨우 해안까지 피신한 사람들도 사나운 파도로 길이 막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생존자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참사 위치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후에 이 폐허 위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1594년에 토목 공사 중 유적의 일부가 발견되었고, 1794년에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 폐허를 보면서 좀 아쉬웠던 것은 출토된 유물들이 전부 박물관으로 옮겨 지고, 이곳에는 건물의 잔해들만 남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봄페이 시내의 성당 뒷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베스비우스 화산
봄페이에서 나폴리까지는 전철로 약 15분이면 도착하는데, 나는 나폴리 에는 안 들르기로 했습니다. 날치기, 오토바이치기, 소매치기, 등 온갖 범 죄의 소굴이며, 마피아가 본고장인 시칠리아보다 더 악랄한 곳입니다. 이 도시를 관광하다가 만의 하나 무슨 사고라도 나면 돌이킬 수가 없을 것입 니다. 우리는 봄페이를 출발하여 곧바로 로마로 향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