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으로 돌아 와 있습니다.
어제 내렸던 비때문인지
아침 기온은 떨어져 약간 쌀쌀함마저 느끼며 출근했던 아침이었습니다.
견훤왕궁터가 있는 전주 기린봉 정상을 올랐습니다.
다음 날 있을 대둔산행을 위한 전초전이랄까요.
산길 하산하여 내려오면서
잠깐 서강 차화님 생각도 했었습니다.
한참 오래전 영국신사님과 함께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선이 그리운 사람들(?)"이란 상호의 식당에서 꽁치구이로 이른 저녁을 먹고
(고등어구이 등 취향에 맞게 주문하시면 되고 전주 아중에 있는데 5,000원 균일이고 맛이 좋습니다.본디 전주의 음식맛은....ㅎㅎ)
약속한 대둔산을 향해 나섰다.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동창산악대장과 전화를 하니 비슷한 시간대에
서논산IC를 통과할 것 같아 거기서 만나기로 하고 조심스레 안전운행에 신경을 쓰며 간다.
민자도로를 따라서 .........
일진을 보니 오늘은 운전을 조심하라고 써있다.
통과후 IC관리사무소엘 들러 시원하게 참았던 물줄기를 뿜어내고
잠시 기다리니 친구들이 탄 차들이 도착한다.
승용차와 승합차에 나누어 타고........
대둔산매표소 바로앞에 위치한 식당 겸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닭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식사와 어우러진 술잔들이 부딪히고
분위기는 한 껏 오른다.
잠시후 광주에서 별도로 출발한 친구일행들이 승용차 두대에 나누어 도착하고
자연스럽게 앉은 자리에서 술자리는 계속 이어진다.
이태리산 와인을 특별히 여자동창들을 위하여 준비해 온 대장님의 세심한 배려에
모두가 좋아한다.
남자들은 먹으면 안된다고 하기에 다른 친구가 가져온 산야초주만 몇잔 들이키는데
몇병을 더 가져온다.
여자만 먹으라 한 것은 농담이었고 술이 약한 남자친구들도 한 잔씩 해 보란다.
......
무르익을대로 익은 들뜬 분위기는 여장을 챙겨들고 5층 숙소로 까지....
50인용 대형룸에 남자들이 잡고
별도로 작은 객실은 여자친구들에게........
우선 남자들 실에서 다시 파티가 벌어진다.
공사를 졸업하고 중령으로 예편하여 미공보관으로 근무하며
국내외 기자,언론사들에게 브리핑과 보도된 국내외 언론사항등을
체크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친구는
차 드렁크에 미리 준비해 온 쵸콜렛,피자(국내일반피자와는 그 두께가 다름-매우 두꺼움)
맥주,콜라,사이다,등과 그리고 내가 준비해 간 구론산드링크와,
중앙법원 중부(덕수궁)등기소장 친구가 준비해 온 각 종 산야초주
(야설화주.야관문주,잔대주,매실주,솔잎 발효액 등)들과
부천에서 농장을 하고 있는 친구가 가져온 유기농으로 재배한
배추와 무우로 담근 배추김치와 무우채지,땅콩,고구마,동부콩 삶은 것 등
온 방안 가득한 차림을 가운데로 하고 빙~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나이 50이 넘은 친구들이었지만 마음 만은 늘 어렸을 때에 머물러 있으니
30여년 전의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주고 받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현지에 도착하자 마자
식사와 함께 곁들여진 술로 인해 이미 정상적인 이성은 간데 없고
사람이 먹는 게 아니라 아예 술이 술을 먹는 상황이 돼 버린지 오래다.
새벽 두시가 됐다.
날이 새면 시작해야 할 산행계획도 있고 하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잠을 청하기로 했다.
여자방 열쇠를 갖고 있던 친구는 포옹을 해 주면 열쇠를 준다하니 전부 다~ 한 번씩
이 친구에게 안기고(ㅎㅎㅎㅎㅎㅎㅎ).
화장실과 목욕탕이 있는 저 만치로 자리한
나와 안산초등교감으로 있는 친구가 먼저 잠을 청했다.
잠을 자기로 한 합의에도 여전히 대 여섯 친구는 남은 잔을 비우려는지 시끄럽다.
뒤척이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도 잠이 들었는데
왠 가을에 모기가 극성인지
열린 창문으로 들어 온 모기가 그나마 늦은 잠을 방해하고
잠깐 다시 잠이 든 나를 깨운 건 옆자리에 누어있던 안산선부초등교감친구의 비명때문이었다.
자다가 갑자기 지른 비명의 이유는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에 떨어진 것이 이유였다.
잠결에 오줌이 마려워 저쪽 끝에서 자던 친구가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다가
방안 기둥이 손에 잡히니 화장실 문으로 착각을 하고
그 자리에서 팬티를 내리고 갈긴 게 친구 머리에 떨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온 방안은 난리가 났고
깊은 잠에 빠진 몇몇친구를 제외한 모두가 선잠을 다시 깨고 만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밤을 세웠고.....
- 대둔산 매표소 입구 숙소인 수락랜드 ▲ 와 그 주변▼
노팬티에 노브라였는데
자기들방에 찾아온 놈(?)이 한 명도 없더라며 "니들이 남자냐?" 한다.
학교 다닐 땐 그렇게 얌전하였고 공부만 하였고 집과 학교 만이 유일하게 다니던 코스였던
그 친구를 세월이 변하게 만든 것이다.
허물없고 이므런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이토록 모든 걸 던지고 내려 놓을 수 있다는 건 오로지 세월 탓일 게다.
콩나물 해장국에 먹은 아침이 조금은 쓰린 속을 달래준다.
그 새 친해진 주인 아주머니는 친구가 권한 와인에 이미 우리들과 한 식구가 돼버린 느낌이었고
뭐 더 필요한것 없느냐 부산하고 상냥하다.
명함을 통해 알게 된 이름을 일부러 불러주니 기분이 좋아 보인다.
결혼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얘들 엄마가 되고나면 없어져 버리는 게 여자들의 이름인데
그 이름을 불러주니.........ㅎㅎㅎ
매표소를 통과한 우리 일행은 관광산행안내도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컷 찍고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220개단을 통과하는 코스로 올라 정상의 마석대를 향해 올라가는 길
친구마눌의 배낭이 무거워 보여 달랬더니 괜찮단다.
배낭 안에서 꺼낸 사과묶음 한 봉지만 들어 달라며.....
서너번인가 같이 산행을 해봤는데 여자이지만 산을 정말 잘 탄다.
건너편으로 탑이 서있는 마석대 정상이 보인다.
약 30분정도이면 다다를 성 싶은 거리이다.
여기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정상에 이르기전의 마지막 쉼터이다.
배낭을 벗고 준비해 간 먹을 것들을 풀어서 마시고 먹고.
주위에 꽁초.과자종이,휴지등이 널려 있다.
먹고 마시고 피우는 것 까지는 좋은데 건강챙기려하는 산행 중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널려 있는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서 한데 모아 놓고
무거운 몸뚱아리를 힘들게 끌고 올라 온 친구를 일부러 골려 주려고 물었다.
이 쓰레기를 여기서 태워버리면 좋겠는데 만약에 불이 나면 자네 괜찮겠는가 물으니 웃는다.
자기 관할이 아니니 관계없다고.....ㅎㅎㅎ
'공무원들은 그러니까 문제이고 안된다'고 대장친구가 건든다.
수원중부소방서장으로 있는 친구이다.
-부천농장 정계식 그리고 이중령-
-천안교도소 전두용과장 이중령, 중앙의 중부등기소장,일산자동차학원장-
-정상을 향한 마지막 휴식 억불산,천사,두리mom,green tea
10여분을 쉬었을까.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선두그룹에 끼어 오르던 산 잘타는 친구부인이 정상에 가까이 다다를 즈음엔 맨 선두에 오른다.
"아무래도 금방 비가 올것 같은데요?"
바로 뒤에 따르던 내가 말을 건낸다.
우측 처음 출발했던 입구 주차장 저 건너편의 하늘이 비를 몰고 오는 모습이다.
비가 오겠다는 예보였는데 그
런대로 산행시작할때부터 여태 오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정상 200여미터쯤에 이르니 급기야 가랑실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날려 내리니 옷에 바로 젖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여유있고 차분한 산행이 안될 것 같다.
여벌 옷을 준비 못했으니 만약에 옷이 젖게 되면 영락없는 비맞은 장닭꼴이 될터이니.....
드디어 정상이다
-대둔산정상 開拓塔 앞에서-
.
정상에 우뚝선 '개척탑'을 배경으로 전체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당초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사람들이 많고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비니
하산하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먹기로 하고 내려간다.
올라갔던 코스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내려오는 길이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편편한 돌들이 널려있는 비교적 평평한 자리에 자리를 깔았다.
바위위 등에......
오곡으로 지어온 부천농장 친구가 준비해온
밥과 반찬들 직접 지은 채소들로 만든 반찬들로
산행에 진 허기를 채웠다.
얼마나 많이 준비를 해 왔을까.
끝내 남아있는 음식들을
천하게 하면 벌 받는다며 강제로 다~ 비우게 한다.
그야말로 포식이다.
허리가 안 구부려질 정도로.....
빗줄기는 점차 굵어지고 아무래도 급히 하산을 해야 겠는데 반주로 곁들인 술때문인지
자리를 뜰 생각을 않는다.
관악서에 근무 중인 친구와 먼저 출발을 했다.
낙조대에 이르렀다.
방광이 차서 아무래도 비우고 가야겠다.
안내판에 적힌 마애석불이 어디있나 확인하고 가려는데
낙조대앞면, 옆면을 살펴 봐도 없다.
오는 비를 피해 낙조대 처마밑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고 있던 분이 건물 뒷편에 있다고 일러준다.
두리 번 거리는 나를 보고서 금방 이유를 알아차린 것이다.
먼 발치서 쳐다보니 자연석 바위위에 희미하게 음각된 마애불의 모습이 보인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차분하게 올라가 가까이서 확인했겠지만.....
서둘러 내려온다.
앞서 몇분의 남녀어른들이 내려간 틈을 비집고 내려오는 길
비교적 잘 다듬어진 넓은 등반로와
키 큰 나무숲 덕분에 비를 직접 맞지는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방울방울 맞았던 비가 조끼를 적시고 살갗에 물기가 전해 질 무렵 하산 길의 거의 끝이다.
승전교를 지나고 숲을 빠져 나와 다시한 번 화장실에 들러 방광을 비우고 조끼를 벗었다.
그리고 머리에 덮어쓰고.....
양반체면에 뛸 수는 없는 일,
걸어서 매표소입구에 이르니 12시20분.
처음 출발했던 시간대로 부터 정확히 네시간의 산행이었다.
여덟시20분에 시작했었으니......
한 시간여를 비맞아 내려간 체온을 뎊힐 요량으로
히터를 켜고 차안에 누운 게 깝박 잠이 들었나 보다.
여수에서 올라 온친구가 차문을 열고 빨리 가자 그런다.
차 속에서 한 시간을 눈을 부친 것이다.
어젯 밤의 선잠에
산행의 피로가
틀고 잔 히터때문에 쉽게 잠들게 한 것이다.
금산터널을 넘어가는 고갯 길 아래에 자리잡은 곳
'만인의 사랑'에 도착했다.
카페지기 서초구청친구 바우와
입구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포옹을 하는 게 구면인 모양이다.
-입구에서 우리일행을 맞는 건 거대한 거시기 목각상이었다-
참 재미있는 곳이다.
입구 좌측에 거대한 목각으로 정교하게 새겨 놓은 남자의 거시기가 세개가 서 있고
남자인 우리들이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인데 .......
안으로 들어가니 사방 손 닿는 곳이면 모두가 거시기로 돼 있다.
출입문 손잡이, 화장실 손잡이 등
가는 곳마다 온통....ㅎㅎㅎㅎ
화장실에 들어가 큰 것을 해결하려는데
손잡이가 손때가 묻어 제법 반들거린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됐다는데
오는 사람들마다 만지고 만지고 해서일까 ?ㅎㅎ
포식했던 산중 점심이어서
아직 배는 고프지 않은데
젓가락으로 집어 한점을 깻잎과 상추에 싸서 입에 넣어보니
오리 수육 맛이 참 담백하고 맛있다.
먹을 땐 정신없이 먹자.
한접시가 금방 비워진다.
수북히 담은 수육접시가 다시 들어오고 곁들인 동동주 맛 또한 일미다.
'위하여!'를 외쳐대기 여러 번,
동동주 큰 사발 또한 벌써 열사발째 (큰 툭시발 그릇)다.
대전 친구들이 미리 예약을 해놓은 것이다.
-입구에서 우리일행을 맞는건 거대한 거시기 목각상이었다-
-금산터널을 지나 대전쪽으로 3분여 거리 도로좌측에 있는 오리수육 전문음식점"만인의 사랑"
- 빗줄기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내려오는 길이 부담이다.
- 먼저 일어서야 했다.
한창 무르익은 분위기를 깰까 싶어
카페지기 바우와 오줌사건의 주인공인 친구에게만 얘기하고 나섰다.
조금 전 들어왔는데도 어느쪽으로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우회전하였다,
잠시가니 금산터널이 나온다.
일단 통과를 했는데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유턴하여 다시 되짚어 내려와 그대로 곧장 달려 한참을 가다보니 남대전을 지나 진주(직진)
호남선 광주(우회전)가 보인다.
그대 로 우회전이다.
쉴새없이 뿌려지는 가을비가 운전을 힘들게 한다.
와이퍼의 쉼없는 왕복에도 시야가 트이지 않고.....
서해대교의 참사가 얼핏 생각나서 경광등을 켜고 가기로 했다.
안개와 주행하는 차들에서 튀는 빗방울들이
안개가 되어 시야를 가리니 산행의 피로와 함께 힘든 운전이다.......
3시26분에 나섰던 길
광주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됐다.
다시 한 시간여를 더 달려야 한다.
기름재고를 나타내는 바늘이 거의 E에 와있다.
주유소를 들러 채우고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일곱시 반.....
그렇게해서 대둔산행은 끝이 났다.
카페 게시글
답사후기
대둔산행 후기
문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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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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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후기를 읽다보니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잼있고 즐건 산행길이 보이네요.잘읽고 감다.^**^
꼬리글 진즉 주셨는데 이제야..........ㅎㅎㅎ
그? 남자가 아니었지요...ㅎㅎㅎ
반갑습니다. 어쩜 이리도 맛갈시럽게 잘 쓰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