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당의 최종책임은 선장과 선장 부근 사람들"
서울시장 외부영입 주장하며 "이명박 시장은 속만 타고 있어"
5·31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박근혜 대표 책임론이 제기됐다.
반박그룹으로 분류되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최근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이에 대한 책임이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의 변화수준을 묻는 질문에 "안심하십시오 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겠다. 예전의 모습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 의원은 지난 강원도 수련회를 그 예로 들며 "4월 국회를 앞두고 당의 갈라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필요했는데 일방적으로 주입식 교육만 들으며 아까운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지 유감"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어 최연희 의원 사태를 거론하며 "한나라당이 예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꼬집은 뒤 "당의 초기 대응도 그 다지 바르지 못했고 이런 모습들 때문에 '한나라당은 많이 변했으니 다음 정권을 안심하고 맡겨주십시오, 이번 지방선거도 걱정없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당의 움직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건 지도부고 한나라당이 어디로 가느냐, 항로를 결정짓는 건 배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과 선장 부근의 사람들"이라며 박 대표와 그 측근들에 대해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클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어 만일 지방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박 대표 체제는 더 공고해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론 설사 지방선거를 승리한다 해도 대선승리에 대한 불안감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은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선거 승리로)박근혜 대표 체제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그건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우리가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은 상태라 변화에 대한 요구는 강하게 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계개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게 점쳤다. 그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에서든지 정계개편의 불씨가 커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이기면 열린우리당발 개편 흐름이 나올 수 있고 우리가 지면 한나라당 쪽에서 '이대로는 안된다. 뭔가 바꿔봐야 한다'는 외부 압력이 훨씬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부영입론 제기하며 "이명박 시장은 속만타고 있다"
지난 수련회에서 서울시장 외부영입론을 제기했던 심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영입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심 의원은 서울시장 영입에 대한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비판을 퍼부으며 "이명박 시장은 속만타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금의 예비후보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긴 하지만 강금실 전 장관과의 가상대결을 하는 경우 왠지 불안하다"며 "개인에 대한 단순 지지도는 강 전 장관에 비해 한나라당이 형편없이 뒤지고 있어 결과적으로 부족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에선 지금 후보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소극적이거나 기피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외부인사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를 지도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선거엔 항상 바람이 따르는데 바람이 불어 부동층이 움직일 것에 대한 대책이 없고 바람이 불든 불지 않든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를 선택해야 한다"며 영입론을 거듭 주장했다.
심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을 경우 이 시장이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시장의 경우)자기 후임이 한나라당이 아니라 상대 당이 되게 되면 당장 청계천 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파헤치고 그러다가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즉각 대선후보의 흠집을 내려고 달려들 테니 훨씬 적극적인 생각을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이 시장의 경우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고 현재 당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속만 탈 따름이지 직접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오세훈 변호사에 대해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조심하고 싶다"며 "그러나 (오 변호사는)올초 단순 지지도 조사에서 지금의 예비후보보다 굉장히 높은 2배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고 그런 점에서 여전히 오 변호사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부영입시 경선문제에 대해서도 "당내 조직기반이 없어 현재로서는 불리하겠지만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온다면 당의 대의원들이 국민들 지지를 외면하고 윗사람 눈치만 보며 그대로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아주 좋은 카드가 나타나서 영입에 들어가면 대의원들이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구당 위원장(현 당원협의회장)과 세부조직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대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따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사람인 경우 대의원도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외부인사라면 당내 경선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