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마케팅, 김용준, 박영사(2004)
전용욱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보는 있는데 지식이 없다" 한중 기업의 경영자나 중국 비즈니스 전문가들의 탄식 섞인 푸념이다. 저자는 이러한 푸념과 욕구에 부응하여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 좀 더 현명해 질 수 있도록 돕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청화대학(淸華大學) 객좌교수와 성균관 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풍부한 학문적 경력에, 삼성오픈타이드 차이나 사장이라는 중국 실무경험으로, 그야말로 중국마케팅 통(通)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이론의 접목은 이 책에서 더욱 현실적인 신뢰감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해 논하자면 그 가능성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으로 더욱 힘이 실려 '끝도 없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중국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더불어 중국 마케팅 서적들 또한 그 양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는 상황 속에 이 책은 여느 책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비단 검정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책표지나, 올 컬러의 세련된 편집상태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은 이 책 안에 기존의 난무한 정보들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녹아있다.
저자는 한중 기업이 중국을 공략하는데 가장 크게 부족했던 부분이 중국 시장의 조사와 마케팅 능력이었다는 생각을 전제로, 그 성공 로드맵의 큰 축을 중국 마케팅의 프레임 구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중국 마케팅 프레임을5C(China market, Change, Consumer, Competitors, Companies) 기준으로 분석하여 STP 전략을 세운 후 마케팅 4P 전술이 아닌, People(중국 마케터)을 더한 5P 전술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한 5C전술 중 특히 Consumer, Competitors, Companies에 대한 부분이 다른 중국관련 서적과 차별화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중국소비자(Consumer) 파트에서는 변화무쌍한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현지경험을 토대로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게 분석하였다. 그 중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최근 소비 패턴은 중국인들조차 “맞아, 맞아”할 만큼 현실적인 최신의 내용들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중국 대도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의(衣)식(食)주(住)를 비롯해 무려 여섯가지 분야에 걸쳐 분석하여 그 흥미로움을 더했다.
둘째,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자(Competitor) 파트에서는 세계500대 기업 중 세계적 금융기관을 제외한 400여개 기업이 중국에 투자 진출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 시장을 올림픽 시장이라고 표현하였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예선을 거쳐야 하고, 그 진출함에 있어 올림픽 경기에 임하는 역량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세계의 격렬한 각축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대표적 경쟁사들을 가전, IT, 유통, 자동차, 화장품 등 다섯가지 분야로 나누어 각 대표 기업들을 세밀히 분석했다. 특히 중국 시장의 대표 가전기업인 Haier은 한국의 삼성만큼이나 국내외에서 그 영향력이 막대한 기업으로, Haier의 분석은 중국 진출 기업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은 저자가 역설한 5C를 완성시키는 한국기업 분석인 자사분석(Companies) 파트이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서의 현주소는 과연 어느 위치일까. 저자는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한국 기업을 5C중심으로 사례 분석하였다. 이 책의 기본 취지인 ‘현실감’에 걸맞게 현지 기업을 열 개사나 들어 분석하였다는 점 등에서 저자가 이 책 내에서도 가장 정성을 쏟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이 책의 특징이라고 평하는 한국기업 분석은 각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부딪힌 각종 변수들과 그에 대한 현명한 대응 등을 체계적으로 기술 하였다. 저자가 언급한 10개 성공한 기업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LG전자(에어컨), 오리온(초코파이), 대우종합기계(굴삭기), 엑토즈 소프트(미르의 전설) 등의 사례 분석은 중국 진출을 앞둔 기업들의 지침 자료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된 5C는 STP 전략을 통해 구체화 된다. 그러나 정말 알고싶던 5P전략과 중국 특수마케팅은 2권에서나 볼 수 있다니 독자로서는 아쉬움을 안은 채 『차이나 마케팅』2권이 나올 때까지 나름대로 추측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독자의 섭섭함을 위로하듯 5C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중국 마케팅 10계명’을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10계명에는 '중국 소비자는 13억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EU시장이다.' 등 중국 마케팅에서 ‘핵심’이라 할 만한 사실들을 제시하며, 깔끔하게 전체 책의 내용을 마무리 해 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선배의 친근감 있는 경험담을 읽는 듯 부드럽게 읽히면서도 중국 마케팅에 대한 개괄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명료함이다. 또한 그러한 가독성을 토대로 한 기본적 마케팅 지식과 철저한 실제 사례의 분석은 차이나 마케터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차이나 마켓을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이 우리의 차이나 마케터들에게 스마트한 지식을 주어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한발 더 올라서는데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확신하며 2권을 관심 있게 기대하는 바이다. |